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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is There / Myriam Alter

평단과 일반청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던 미리엄 알터의 “If”.
이 앨범은 국내에서도 재즈와 클래식, 월드뮤직 팬 모두를 만족시킨 걸작이다.

항상 특정 연주자를 염두에 두고 곡을 쓴다는 그녀의 이번 선택은 다름 아닌 브라질의 위대한 첼리스트 자케스 모렐렌바움이다. 또한 그는 국내에서도 개봉되어 큰 인기를 모았던 스페인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영화 ‘그녀에게’에서 멕시코 가수 카에타노 벨로주와 멋진 협연을 펼치기도 했다.

그의 풍부한 톤과 즉흥연주의 재능은 루오코의 따스한 클라리넷과 보나페데의 맛깔 나는 피아노 보이싱과의 멋진 앙상블로 미리엄 알터의 진심에서 우러난 멜로디와 심금을 울리는 리듬을 이번 앨범을 통해 현실로 일궈냈다.

특히 타이틀곡#3.Come With Me 는 흡사 영화 ‘대부’를 떠올리게 하는 비장미와 쓸쓸함이 겨울의 서정을 불러 일으킨다. 일반 감상뿐만 아니라 오디오 파일용으로도 추천할만한 음반이다.

Jaques Morelenbaum(cello)
John Ruocco(clarinet)
Pierre Vaiana(soprano sax)
Salvatore Bonafede(piano)
Greg Cohen(bass)
Joey Baron(drums)
Myriam Alter(compositions)


글 출처 : Album Review
그녀의 손에서 빚어지는 아련한 멜로디!

지난 2001년 발표된어 이후 국내에서도 라이선스 되었던 <If>가 받았던 호응은 실로 기대 이상이었다. 예의 복잡한 구성과 연주가 주를 이루는 작품은 아니었지만, 그 안에 담긴 악곡의 깊이는 그리 단순한 것이 아니었음에도, 일반 단일 재즈 앨범으로서는 가히 놀라울 만한 판매고를 올렸던 것이다.

그렇게 때문에 작곡가 미리엄 알터가 5년간 휴식기를 거쳐 오랜만에 발표한 신작 <Where Is There>에 대한 재즈 팬들의 관심이 쏠이는 것은 아마 당연하지 않을까 싶다. 적어도 그녀가 만들어내는 애조 띤 선율에 한번이라도 감화된 적이 있는 팬들에겐 이번 신보는 아주 반가운 소식일 것이다.

재즈에 있어 즉흥연주는 부정할 수 없는 가치이자, 각 연주자의 근본적인 스타일을 규정하는 중요한 아이덴티티의 구성 요소이다. 더불어 작곡 또한 재즈 탄생 초기를 비롯하여 그 자체가 중요하지 않게 취급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임프로바이제이션(improvisation, 즉흥연주)에 대한 마인드가 팽배했었던 비밥 혹은 하드밥 시대에도 이는 마찬가지였으며, 주선율을 멀리 떨어져 나와 대리코드나 분수코드, 이웃 고양이 난무하는 현대 재즈에서도 작곡은 여러 가지 의미를 띠고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작곡과 연주는 분명히 동반관계였으며, 플레이어 = 작곡가라는 등식은 엄연히 과거부터 성립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적지 않은 이들이 재즈에 있어서 작곡과 즉흥연주를 따로 떼어놓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듀크 엘링턴'은 뛰어난 밴드 리더이자 작곡가이기 이전에 양손 블록코드나, 컴핑 방식에 혁신을 일찍 이룩한 둘도 없는 피아니스트이고(이는 탁월한 테크니션이라는 뜻과는 구별해주길 바란다) '찰스 밍거스'에게는 견고하고 실험적인 작곡 양식 이면에 더할 나위 없이 든든한 콘트라베이스의 하모니와 톤이 구축되어 있었다. 이는 각자에게 즉흥연주를 통해 새로운 작곡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게 하는 상호간의 기본적인 토대가 되어주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 소개할 '미리엄 알터'는 보기 드문 작곡 분야의 스페셜리스트이다.
1997년 이후 그녀는 자신의 앨범에 피아니스트들을 별도로 기용하고 그녀 스스로 플레이어로서의 아이덴티티를 완전히 감추고 있다. 물론 이는 그녀가 즉흥연주를 못하거나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1994년 데뷔작 <Reminiscence>, 그리고 작곡가와 플레이어로서의 잠재력이 모두 드러난 1996년 작 <Silent Walk> 등의 앨범에서는 피아니스트로서의 자질도 이미 상당 수준 이상임을 깨닫게 해주는 호연(好演)들이 담겨져 있었다.

스페인-유대인 부모를 둔 벨기에 태생의 미리엄 알터는 대부분의 유럽 뮤지션들이 그러하듯 유년시절 클래식 교육을 받았다. 이후 재즈에 동화되면서 즉흥연주에도 깊이 빠져들었으며, 그녀의 주위에 둘러싸인 다양한 문화를 음악에 반영하며 작곡에 대한 관심도 높여갔다. 하지만, 의외로 그녀가 선택한 전공은 심리학이었으며 음악과 무관한 직업을 가지고 있다가, 36세가 되어서야 비로소 음악계에 정식으로 데뷔하였다.

데뷔 초에는 벨기에 등지의 재즈클럽에서 통상적인 재즈를 연주하다, 1997년 제작하여 2년 후 발표한 <Alter Ego>를 기점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뮤지션을 기용하며 연주그룹과 작곡을 분리하는, 다소 특이한 컨셉의 작업들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그러난 이 여성은 '조지 거쉰', '쿠르트 바일' 같은 전문작곡가도 아니며, 애초 뮤지컬이나 필름뮤직을 위해 곡을 쓰는 것도 아니다. 그녀의 작품은 어디까지나 재즈뮤지션을 위한 곡이며, 부단히 즉흥연주에 대한 의지를 밝히고 있다. 재즈는 즉흥연주가 핵심이라는 측면에서 판단한다면 다소 곤혹스럽지만 그렇다고 해서 <Alter Ego>, <If>, 그리고 이번에 발표한 신작 <Where Is There>가 '미리엄 알터'의 작품집이 아닌 그녀의 리더앨범이라는 점에 대해 전혀 수긍하지 못할 바는 아니라고 판단된다.


Myriam Alter & Jaques Morelenbaum

그녀가 장악하고 있는 파트를 작, 편곡이라는 구조에 국한한다면 격국 타인이 '미리엄 알터'의 곡을 해석하는 작품집으로 그 의미가 제한될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곡에 담긴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재즈, 안달루시아 민요, 라틴 뮤직, 발칸반도 민요, 탱고, 브라질리언 팝 등의 소재를 자신의 이미지로 총체와시켜 이를 충실히 이행할 뮤지션을 선정하는 역할분담의 선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번 앨범에 참여한 베테랑 '케니 워너'와 '살바드로 보나페데' 등 피아니스트들은 확실히 능숙하며 자발적인 자신의 즉흥연주를 하고 있지만, 연주에 담긴 전체적인 음악 색채는 확실히 '미리엄 알터'의 음악 스타일에 귀속되는 바, 이 여성의 리더쉽과 켠셉은 기존 재즈의 작곡과 연주를 또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잇는 실로 의미심장하고 또 깊은 감수성을 지닌 매력 넘치는 작업이 아닐 수 없다.

글 / 김재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