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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gs My Country Taught Me(내 조국이 나에게 가르쳐 준 노래)

아그네스 발차의 <내 조국이 나에게 가르쳐 준 노래>는 그녀가 조국 그리스의 현대 가곡을 노래한 가곡집이다.

이 가곡집 속의 작곡자인 마노스 하지다키스(Manos Hatzidakis)나 미키스 테오도라키스(Mikis Theodorakis)는 오늘날 그리스에서는 가요계의 중진으로 알려진 사람들이다. 따라서 이 가곡집이 클래식이냐 가요냐를 분별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러나 비록 여기서 불려지는 노래들이 그리스어여서 노래만 듣고는 그 내용을 짐작도 할 수 없지만, 그 가락은 조금도 위화감없이 우리 감정에 깊이 파고든다. 마치 어렸을 때 걸었던 시골길을 다시 걷고 있는 듯한 그러한 낯익음이 있다.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에서 뛰어난 노래로 우리를 압도했던 아그네스 발차가 여기서는 그 엄청난 성량과 초인적인 기교를 아낌없이 죄다 버리고 억누른 채 조용하고 소박하게 노래하고 있다. 그런데 그 점이 오히려 민요투의 이 노래에서는 한없이 깊은 정감을 자아내 주고 있는 것이다.

마치 오랜만에 시골집 툇마루에 걸터앉으면 한여름 나무숲 사이로 서성이는 서늘한 바람소리 속에서 숱한 노래와 이야기가 들려 오는 듯한 그런 분위기이다. 아니면 맑은 옹달샘에서 졸졸 흘러내리는 청순함이라고나 할까?

이 곡집에 들어있는 테오도라키스의 <5월의 어느 날>이나 <기차는 8시에 떠나네>, 또는 하지다키스의 <도시 어린이의 꿈>이나 <젊은 우체부>의 애수 어린 가락은 가사를 몰라도 우리를 사로잡는다.

지휘와 편곡을 담당한 스타브로스 크사르하코스의 해설에 의하면, 이 가곡집에 수록된 곡들은 모두 터키나 독일의 침략을 받았을 때 그리스 시민이 읊은 저항의 노래라고 한다. 그러나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 환경 속에서 만들어진 노래가 아니므로 가사의 내용이 구체적이 아니다. 그 어떤 사건을 계기로 했거나 무엇을 고발하거나 비난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렇지만 이 가곡집에서는 흥분이나 분노의 직접적 과시는 전혀 드러나지 않고 서민의 자연스런 마음의 미묘한 뉘앙스가 소박하게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 듣는 낯선 나라의 우리들도 무엇인가 애틋함을 감지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이렇듯 소박하고 애잔한 음악을 노래하는 아그네스 발차는 이미 오페라 가수가 아니라 한 사람의 그리스의 피를 이어받은 인간으로 돌아가 있다. 첫 곡(여기서는 두 번째 곡)인 <그대 귀 뒤의 카네이션>에서는 선명한 리듬과 아랍 가요풍의 가락으로 향토색을 물씬 풍겨준다. 여기서 그리스의 민속 악기인 부주키의 반주가 한층 더 향토색을 북돋우어 준다.

글 출처 : Album Review
아그네스 발차(Agnes Baltsa, 1944. 11. 19 ~ )

아그네스 발차는 그리스의 레프카스에서 태어나 7세에 피아노를, 9세에 노래를 배우기 시작했다. 아테네의 음악원에서 성악을 배웠고 1964년엔 브카레스트에서 열린 조르쥬 에네스코 콩쿠르에 나가 우승했다.

1965년부터 뮌헨에서 다시 3년간 노래 공부를 계속했다. 그 후 도흐나니의 인정을 받아 프랑크푸르트 가극장에 케르뷔노역으로 데뷔했다. 프랑크프루트에는 1972년까지 전속으로 있었지만 1970년 잘츠부르크 음악제의 <바스티앙가 바스티엔느>(모짜르트)에 출연하고 난 뒤부터 각지의 가극장에 객연 출연하게 되었다.

1972년부터 베를린 도이치 오페라로 옮겨가 이곳을 중심으로 해서 빈, 런던, 밀라노 등의 가극장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발차의 레퍼터리 중에서도 특히 평판이 좋은 것은 케르비노와 옥타비앙이며 또 도라벨라와 카르멘이다.

무엇보다도 생기에 넘치는 발랄한 노래에 큰 특징이 있다. 그 풍부한 표정의 노래는 커다란 매력으로 인정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