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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DUCTION

Bridge Over Troubled Water(1970)

히피와 우드스탁으로 대변되는 1960년대 공동체주의의 실패에 대한 안티테제로 나온 음반이다. 구심점이 확실했던 1960년대가 붕괴되자 사람들은 급격히 쇠약해졌고, 이내 개인주의로 빠져들었다. 세계평화와 같은 거대담론은 산산이 공중분해 되고, 사랑이나 우정, 일상의 소소한 풍경과 같은 작은 프레임들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지속적인 경제성장으로 낙관론적 세계관을 모토로 굳힌 기성세대들의 행보 위에 과거의 행적을 포기하고 뒤따라 나선 우드스탁 세대가 합류하면서 그런 경향은 더욱 짙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음악을 비롯한 예술 분야에서 그런 기류는 뚜렷하게 드러났다.

이런 정황에서 등장한 사이먼 앤 가펑클의 본 음반은 포크로 분류되면서도 전통적 의미의 포크와는 궤도를 달리하는 작품이다. 밥 딜런이나 조안 바에즈(Joan Baez)로 대표되는 1960년대의 포크음악이 체제에 대한 저항과 반발에 주안점을 두었다면, 이 음반은 그러한 요소들을 말끔히 거세해버린, 순화된 감성적 포크를 가득 담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본 음반이 팝 포크 앨범으로 분류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앨범의 동명 타이틀 넘버이자 ‘한국인이 좋아하는 팝송’ 상위권에 항상 랭크되는 「Bridge Over Troubled Water」를 위시하여, 더스틴 호프만 주연의 영화 「졸업(The Graduate, 1967)」에 삽입되었던 「The Boxer」, 국내에서 유독 인기를 모았던 「El Condor Pasa」 등 앨범의 수록곡들은 날 선 메시지보다는 서정미와 분위기로 소구해 들어왔다. 또한 이 음반을 잘 들어보면 통기타 반주에 맞춰 대충 노래하는 게 포크가 아님을 즉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경이로운 가창력과 매끈한 여주, 그리고 정화되는 듯한 영적 무드까지. 이 모든 것이 이 음반 안에 담겨 있다. 그리고 이것은 70년대의 미 디케이드를 예고했던 음악적인 프리뷰이기도 했다.

문화평론가 찰스 페너티(Charles Panati)의 말마따나. ‘미 디케이드의 스타는 개인의 자아’였다. 정치에서 종교까지. 모든 영역을 막론하고 미국 사회에 불어 닥친 자아 발견과 자기 계발의 열풍은 시대적 현상이었다. 물리적으로는 60년대에 속했지만 반전과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60년대의 구호가 아니라, 개인의 내면을 노래하는 데 주력한 사이먼 앤 가펑클은 그 변화의 분수령에서 이미 70년대에 화살을 겨누고 있던 이정표였다. 1970년대의 대표적 싱어송라이터인 제임스 테일러가 사이먼 앤 가펑클을 두고 “음악에 그들 자신을 이입함으로써 새로운 것을 가져왔다.”고 얘기한 그대로였다.

물론 앨범의 가장 타오르는 순간은 「Bridge Over Troubled Water」에 돌아가야 한다는 데 모두들 동의한다. ‘당신이 초라하게 느껴지고 외로울 때, 내가 그 눈물을 닦아주고 위로하겠다’는 통속적인 가사를 담고 있지만, 곡은 그 메시지를 가장 숭고한 울림으로 전화시킨 모범 케이스였다.

그들의 등장 이후 몇 년이 지나 이데올로기의 시대는 종언을 고했다. 남은 것은 무기력한 개인들이었다. 음악은 이제 선동이 아닌 위안의 무엇이 되어야 했다. 이 음반이 바로 그 증거물이었다.
글 : 배순탁

정말 유명한 앨범이고 타이틀곡은 대한민국 거의 모든 사람이 들어봤겠지.
어떤 사람은 너무 많이 들어서 지겹다고도 할 것이다.
하지만 너무 자주 들어 식상하다는 이유로 이 앨범을 제외할 수는 없다.
이 앨범의 다른 곡도 좋으니 타이틀곡만 빼고 앨범 전체를 들어보시길.
글 : 배철수
글 출처 : Legend(배철수의 음악캠프 20년 그리고 100장의 음반, 배철수. 배순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