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무속음악 거장 채정례 (1925 ~ 2013) 명인

채정례는 전라도 무속음악의 첫손 꼽히는 거장으로 1958년경부터 55년간 무업에 종사하다가 2013년 사망하였다.

채 명인은 주로 진도에서 굿을 하여 대체로 진도 무녀로 알려져 있으나 채정례의 친정은 신안군이며 채정례가 보유하고 있는 무속음악의 뿌리 또한 신안군에서 비롯되었다고 하겠다.

채정례는 1924년 음력 4월 6일 신안군 하의면 상태서리에서 태어났다.(2011년 6월 24일 채정례 대담시에는 실제 출생 시기가 1925년 생이라고 하였다.) 10세 때 형제 사망 후 진도로 이사하였고 18세 때 1세 연하인 함인천과 혼인하였다.

▶ 2005년 4월 17일 채정례(왼쪽), 함인천 명인 모습

함인천은 1925년 음력 3월 8일 진도군 지산면 보전리에서 출생하였다. 함인천 바로 앞세대(부모 세대)까지가 삼현육각 연주력이 매우 좋았다 한다. 함인천의 부친은 함영언, 모친은 김막동인데 당골 일은 안했다 한다.

채정례 부친은 채백주, 모친은 임득춘인데 채백주는 굿판에서 피리, 장고 악사였고 침질 의사로 유능하였으며 임득춘은 당골이었다. 채정례 모친 임득춘은 전라북도 태생이다. 채백주와 임득춘은 슬하에 차례로 채자녀, 채둔굴, 채두구, 채정례, 채동수를 두었다.

채정례는 슬하에 3남 5녀를 두었는데 모두 비국악인이다. 채정례 제자는 채수정을 비롯해서 총 3명이 있다. 박병기, 박보아, 박옥진은 형제 관계라 한다. 강한수는 피리, 대금, 아쟁, 장고, 소리 등 팔방미인으로 두루 잘했는데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사고로 고생하다 사망하였다 한다.

대금 명인 박종기는 슬하에 삼형제를 두었는데 이름이 차례로 박성준, 박천준, 박만준이라 한다. 박천준은 대금을 잘했으나 젊어서 작고하였고 박만준은 굿판에서 피리, 장고, 징 등을 담당하였다 한다. 박만준의 할머니는 김대례의 친시누이로서 굿을 잘했다고 한다.

김대례가 채정례 당골판을 앗아가려다 채정례한테 혼난 적이 있다고 한다. 채정례는 진도군 의신면 만길리 허씨, 문씨, 김씨, 이씨 중에서 허씨, 김씨, 이씨를 비롯해서 성따라 진도 곳곳에서 굿을 담당하고 있다 한다.

박종기가 살았던 곳은 진도군 임회면 하매실로서 채정례가 어려서 그를 목격하였다 한다. 박종기는 대금을 기가 막히게 잘 불었고 허벅지 살을 잘라 병든 부친을 간호하였다 한다. 채정례는 박종기가 진도에서 굿 일하는 건 못보고 박종기는 출세하여 서울 가서 활동하였다 한다.

박종기 누나 박모씨는 임득춘의 시어머니이다. 임득춘은 시어머니 박모씨한테서 신칼, 정주, 사슴뿔, 징, 장고를 물려받았다. 이 중에서 정주와 사슴뿔은 김광복이 현재 가지고 있고 징은 옆부분이 깨졌는데 채둔굴에게 전달되었고 신칼, 장고통은 채정례가 물려받았다. 채정례가 보관했었던 정주, 사슴뿔은 채둔굴한테서 받은 것이다.

1996년 필자와의 인터뷰 당시 채정례는 진도 성주굿을 쉬지 않고 계속하면 4시간만에 마칠 수 있다고 하였다. 이 당시 씻김굿이 진도 현지에서 몇차례 있었는데 날받이 씻김굿은 드물고 거의가 느닷없이 연락을 받고 '곽머리(관머리) 씻김굿'을 해준 것이라 한다.

1998년 3월 10일 정릉3동 약수암에서 열린 채정례(무녀), 함인천(징), 강정태(장고) 일행의 고(故) 이필현 망자(판소리 명창 채수정 외할머니 1996년 가을 작고)를 위한 진도 씻김굿 당시 채수정 집안에서 200만원, 문화방송(MBC)에서 100만원의 비용을 부담하였다. 멀리 외지에서는 그렇고 그 무렵 진도 현지에서는 씻김굿을 하게 되면 대체로 100~200만원 정도를 채정례에게 사례한다고 하였다. 1997년 5월 9일 필자가 채정례에게 근황을 묻자 굿이 뜸해서 집안일을 주로 하고 있으며 타지 학생들이 더러 소리를 배우러 찾아온다고 하였다.

2005년 4월 17일 진도군 의신면 만길리 채정례 명인이 자택에서 비디오 촬영 기록용으로 필자에게 들려준 소리는 진도 무속음악 중 <초가망석>, <지앙맞이>, 민요 <둥덩기타령>, <진도아리랑>, <강강수월래>, <상사소리>, <상여소리> 등이다. 이때 옆에 있던 채정례 명인의 남편 함인천 명인은 필자의 부탁을 받고 아주 낮은 저음으로 남도민요 <육자배기>를 들려주었는데 남성 <육자배기>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글 : 노재명(국악음반박물관 관장)
진도 씻김굿

중요무형문화재 제72호.

씻김굿은 죽은 사람의 영혼이 극락에 가도록 인도하는 무제(巫祭)이다.

타지방에서 하는 씻김굿은 무당이 불 위, 또는 작두의 날 위를 걷는 등 다분히 사술적(詐術的)이며, 보통 궁중복을 입고 무당 자신이 직접 죽은 사람과 접한다.

그러나 진도씻김굿은 춤과 노래로써 신에게 빌고, 소복(素服)차림이며 죽은 자의 후손으로 하여금 죽은 자와 접하게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진도씻김굿의 종류는 다음과 같다.

① 곽머리씻김굿
초상이 났을 때 시신(屍身) 옆에서 직접 하는 굿. ‘진씻김’이라고도 한다.
② 소상(小祥)씻김굿
초상에 씻김굿을 하지 않고 소상날 밤에 하는 굿.
③ 대상(大祥)씻김굿
대상날 밤에 하는 굿. ‘탈상씻김’이라고도 한다.
④ 날받이씻김굿
집안에 우환이 있거나 좋지 않은 일들이 자주 일어날 때 이승에서 풀지 못한 조상의 한을 풀어 주기 위하여 하는 굿. 점장이가 날받이를 해주기 때문에 ‘날받이씻김’이라고 한다.
⑤ 초분(草墳) 이장 때의 씻김굿
초분을 하였다가 묘를 쓸 때 하는 굿. 묘를 쓴 날 밤 뜰에 차일을 치고 죽은 자의 넋을 씻어준다.
⑥ 영화(榮華)씻김굿
조상 중 어느 한 분의 비를 세울 때 그 분의 넋이 영화를 누리라고 하거나, 집안에 경사가 있을 때 이는 조상이 돌보아준 은덕이라 하여 조상들을 불러 하는 굿.
⑦ 넋건지기굿
물에서 죽은 자의 넋을 건져 주고자 할 때 하는 굿. ‘용굿’ ‘혼건지기 굿’이라고도 한다.
⑧ 저승혼사굿
총각이나 처녀로 죽은 자끼리 사후 혼인을 시키면서 하는 굿이 있다.

진도씻김굿의 순서는

① 안땅
대청마루에서 여러 조상에게 오늘 누구를 위한 굿을 한다고 고하는 굿.
② 혼맞이
객사한 자의 씻김굿을 할 때에만 하는 굿.
③ 초가망석
씻김을 하는 망자를 비롯하여 상을 차려 놓은 조상들을 불러들이는 대목의 초혼(招魂)굿.
④ 쳐올리기
초가망석에서 불러들인 영혼들을 즐겁게 해주고 흠향(歆饗)하게 하는 대목의 굿.
⑤ 제석(帝釋)굿
진도지방 굿의 중심 굿으로서 어느 유형의 굿에서나 모두 행한다.
⑥ 고풀이
이승에서 풀지 못한 채 저승으로 간 한과 원한을 의미하는 ‘고’를 차일의 기둥에 묶어 놓았다가 이를 하나하나 풀어가면서 영혼을 달래는 대목의 굿.
⑦ 영돈말이
시신을 뜻하는 영돈을 마는 대목이다. 망자의 옷을 돗자리에 펼쳐 놓고 이를 돌돌 말아 일곱 매듭을 묶어 세운다.
⑧ 이슬털기
씻김이라고도 하는데 씻김굿의 중심 대목이다. 앞에 세워 놓은 ‘영돈’을 쑥물 ·향물 ·청계수의 순서로 빗자루에 묻히어 머리부터 아래로 씻는다. 이는 축귀적(逐鬼的) 의미를 지닌 쑥물 등으로 ‘영돈’을 깨끗이 씻어서 극락왕생하도록 기구하는 것이다. 이후 왕풀이 ·넋풀이 ·동갑풀이 ·약풀이 ·넋올리 ·손대잡이 희설 ·길닦음의 순서로 굿이 진행되어 마지막 대목인 종천에서 끝난다. 하룻밤 내내 걸리는 씻김굿은 ‘길닦음’에서 절정을 이루는데, 끊어질 듯 애절하게 이어지는 삼장개비 곡조는 사람들의 눈물을 자아낸다.

자료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