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 2집 사랑했어요
1984년 발매된 김현식의 두번재 정규앨범 김현식 2는 그를 드디어 스타덤에 올려놓은 출세작이다. 앨범을 전체적으로 들었을 때 느껴지는 가장 큰 특징은 역시 대중성을 크게 의식한 앨범이라는 점이다. 비록 상업적 성공은 거두지 못했지만 자신의 이름을 처음 알린 데뷰앨범에서 그는 펑키한 리듬의 그루브를 선보였으나, 두 번째 앨범에서는 더 이상 펑키한 리듬의 곡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1980년대의 대중적 발라드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앨범의 첫번째 트랙이자 그의 가장 큰 히트곡 중에 하나인 '사랑했어요'는 짝사랑의 상대인 연인에 대한 애달픈 발라드성 연가다. 상당히 대중지향적인 작품으로 연주 역시 밴드 음악보다는 건반 중심의 전형적인 가요식 연주가 뒤를 받쳐주고 있다. 하지만 대중 지향적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완성도는 상당한 수준이다. 특히 김현식이 이 곡에서 보여주는 가창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으로 1980년대 초반, 국내 가요의 대표곡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이에 비해 '회상'은 상당히 트로트에 가까운 창법을 보여주는 곡이다. 언뜻 들으면 차태현이 자신이 주연을 맡았던 복면달호에서 부른 이차선다리가 연상되는 곡이다. 지금의 기준에서 보면 트로트 창법의 김현식이 선뜻 심정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목소리가 복고적인 트로트에도 상당히 어울리는 측면이 있음을 이 곡을 통해 알 수 있다. 한편 '어둠 그 별빛'은 이 앨범에서 가장 재평가받아야 할 작품이다. 어둠은 당신의 숨소리처럼 / 가만히 다가와 나를 감싸고 / 별빛은 어둠을 뚫고 내려와 / 무거운 내 마음 투명하게 해라는 인상적인 가사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사실 지금들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락 발라드곡이다. 허스키한 창법으로 고음을 자유자재로 소화해내는 그의 창법은 이후 김현식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굳어진 창법의 전형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LP기준으로 B면의 곡들은 거의 대부분 발라드 곡들로 채워져 있다. '바람인 줄 알았는데'와 '당신의 모습'은 비교적 완성도가 느껴지는 발라드 작품이지만 현재 기준에서 들어보면 크게 가슴에 와닿는 작품으로 보기는 어렵다. (바람인 줄 알았는데가 B면 타이틀트랙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당신의 모습이 더 완성도가 높은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A면에 비해 B면은 조금 더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해보는게 어떠했을까하는 생각이 들지만 당시 앨범의 기획의도는 철저하게 발라드 중심으로 시장을 공략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B면에서 특이한 작품은 전형적인 슬로우템포의 '아무 말도 하지 말아요' 정도가 되겠다. 다른 노래와 달리 밴드 음악이 반주를 맡은 이 작품은 다소 끈적한 느낌이 드는 작품인데 실험성보다는 대중성이 강하게 느껴지는 곡이다. 김현식의 두 번째 작품은 적어도 A면만을 기준으로 잡는다면 상당히 우수한 편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상업적 성공이라는 지향점이 너무 강하게 표출된 경향이 강하게 나타남으로써 B면에 수록된 작품의 완성도는 상대적으로 다소 낮은 것이 사실이다. 다만 그가 이 앨범을 통해 대중적 지명도를 얻게 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이도 대중 가수로서 분명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하겠다. 특히 곡의 완성도와 상관없이 그의 가창력은 앨범에 수록된 모든 곡에서 충분히 느껴진다는 점에서도 이 앨범은 분명히 들어볼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 글 출처 : 김현식을 사랑하는 사람들 아쉬운 점 하나 이번에 김현식 전집에서 2집 앨범은 일전에 발매된 뮤직리서치 음원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이미 알려졌다시피 뮤직리서치는 건전가요 '시장에 가면'을 앨범 한 가운데 위치에 수록해 매니아들의 큰 원성을 샀었다. 문제는 신나라에서 발매된 이 전집의 음원도 마찬가지라는 것. 생각해보라. 한참 음악에 심취할 무렵 뜬금없이 낭창낭창한 목소리의 여자가 따뜻한 웃음으로 바르게 팔고요딴 노래를 불러대니 흥이 깨지지 않겠는가? 독재시대의 망령인 건전가요를 고증차원에서 굳이 담고 싶었다면 맨 뒷부분으로 빼도 될 것을... 해서 이 모음집에서는 아예 6번 트랙을 삭제해버렸다. 양해가 있기를 바란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