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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나의 바다
소울풀하고 블루지한 보컬의 맛, 강허달림
3년 8개월 만의 두 번째 정규 앨범 [넌 나의 바다] 발매

싱어송 라이터 강허달림이 두 번째 정규 앨범 [넌 나의 바다]를 발매했다. 지난 2008년 4월, 평단의 큰 호응을 얻었던 1집 [기다림 설레임]을 발매한지 3년 8개월만의 앨범이다.

앨범에는 ‘꼭 안아주세요’, ‘작은 새 한 마리’, ‘넌 나의 바다’ 등 총 11곡이 수록되어 있다. 강허달림은 이번 앨범에서 작사 2곡을 제외한 나머지 곡을 모두 작사, 작곡, 편곡하였으며 1집에 이어서 진정한 송 라이터로서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이번 앨범의 가장 큰 특징은 “여유” 이다. 그 전의 앨범에서 그녀는 약간의 희망을 가지고 있긴 했지만 여전히 삶에 대해 두렵고 막막하다고 생각하고 노래했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전보다 삶에 대해 그리고 사람에 대해 유연해진 자세로 노래했다. 따라서 앨범 전체가 안정적이다. 1집에선 막막함과 절실함으로 감성의 움직임이 요동쳤다면 이번 2집은 전반적으로 여유있고 안정된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이번 2집에서는 전보다 보컬이 두드러진다. 그 전에는 밴드 음악을 중심에 두고 보컬의 맛을 보이려 했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보다 소울풀하고 블루지한 보컬의 맛을 더 내는데 중점을 두었다. 보컬리스트로서의 자리매김을 위한 변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 앨범 제작 과정
“독립레이블 런뮤직 통해 작사, 작곡, 편곡, 프로듀싱을 홀로”
“블루스, 재즈 뮤지션 이정선, 최선배 참여”

강허달림은 이번 2집 앨범의 작사, 작곡, 편곡을 포함한 전체 프로듀싱을 그녀의 이름을 딴 독립 레이블 [런뮤직]을 통해 홀로 해냈다. 그녀는 이미 2005년에 첫 EP 앨범이었던 [독백]으로 이 같은 과정을 가진 바 있으며 첫 번째 정규 앨범 [기다림 설레임] 또한 [런뮤직]을 통해 발표했다. 그녀는 이번 정규 앨범 11곡 중에서 소설가 김별아씨가 쓴 “죽도록 사랑해도 괜찮아” 등 2편의 가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그녀 스스로 작사와 작곡, 편곡, 프로듀싱 과정을 가졌다.

이번 앨범에도 선배 블루스,재즈 뮤지션들이 참여했다. 1집에는 신촌블루스의 엄인호와 저스트 블루스의 채수영이 함께 했으며 2집에는 신촌블루스 출신의 이정선과 한국 재즈 1세대 트럼페터로 불리우는 최선배가 함께했다. 이정선은 [넌 나의 바다]에 하모니카 연주로, 최선배는 [꼭 안아 주세요]에 트럼펫 연주로 2집의 음악적 깊이를 더해준다. 선배 뮤지션들과의 음악적인 교류를 통해 그들의 음악적 깊이를 담고 싶은 뮤지션 강허달림의 의지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그녀의 음악은 완전한 재즈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한 소울이나 블루스도 아니다. 그 음악적 장르들 사이 어디 즈음에 서있는 것이 강허달림의 음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연주자들이 그녀의 곡을 연주하기란 쉽지 않다. 이번에 만난 연주자들은 그러한 장르적 어려움을 같이 극복해 나간 젊은 연주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 음악적 행보
뭐든지 서투르고 막막했던 서른 전후 그녀는 앨범을 내고 위로를 얻었다고 했다. 그녀 보다 더 위로가 필요했던 사람들이 그녀의 음악을 통해 위로를 받고 그 고마움을 그녀에게 전달해 주었던 것이다. 사람들의 응원과 격려를 얻고 혼자가 아닌, 우리가 함께 가고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는 그녀이다.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음악은 그 전보다 삶에 조금 더 폭넓고 유연해진 태도를 보이게 한 것이다.

강허달림은 그들을 통해 사랑을 배웠고 그들의 사랑으로 사람을 알고 그들의 힘을 믿게 되었다. 2년 전 요맘때 만들어 놓은 곡 <꼭 안아주세요>의 “같이 웃고 가슴과 가슴 안고”를 반복하는 그녀는 그 사랑의 고마움에 대한 보답이다. 음악을 통해 사람을 통해 앞으로도 계속될 그녀의 음악적 행보를 기대해 본다.

강허달림은 그게 얼마나 큰 슬픔이었는지 모른다. 우리가 어떻게 마음 속 깊은 곳까지 밀쳐두었던 아픔들인데, 그저 덤덤한 목소리로 노래 부르며 아무렇지도 않게 끄집어낸다. 그리고 우린 다시금 그 아픔들 가운데 부유하고 또 침잠하며, 노래가 끝나면 마치 최면에 걸린 듯 리모콘의 리피트 버튼을 어루만진다.

그녀로 인한 아픔과 슬픔은 벼랑 끝에 선 체념 속 불안함이 아니고, 먼 길 보일 듯 말 듯 한 끄트머리에 희망을 품고 있는 까닭일 것이다. 버석버석한 먼지가 날리며 끊어질 듯 위태로운 목소리 가운데 오히려 서슬 퍼런 의지를 담고 있는 ‘사랑이란’이 그렇고, 비장한 강인함 가운데 무섭도록 처연한 ‘그리되기를’ 역시 마찬가지다. 이렇게 강허달림은 이야기하듯 노래하며, 노래로 이야기한다.

이번 음반은 지난 음반에 비해 묻어뒀던 이야기가 더 많았나보다. 그리고 미니멀한 악기의 편성은 보컬의 뒤편에 배치되어 청자와 화자의 거리는 더욱 가깝게 좁혀졌다. 우산 없이 탄 버스 창 밖으로 갑작스레 앞이 보이지 않게 비가 내려도, 우산을 들고 마중 나왔을 그 누군가가 있을 거란 믿음에 불안하거나 초조함은 없다.

만일 정류장에 내렸을 때 그 누군가의 모습이 보이지 않더라도 그냥 시원하게 맞아버려도 좋지 않을까. 어차피 기다림을 통한 마음 속 어딘가의 따뜻한 기운 탓에 도착할 때까지의 불안함은 없었으니 말이다. 전작 [기다림, 설레임]이 마중 나와 있을 누군가를 생각하는 믿음이었다면, 이번 음반은 그 곳에 아무도 없어 흠뻑 젖어버린 우리를 “좀 어때?”, “괜찮아”하며 “꼭 안아”주는 위로다.

물론 그녀의 희망과 위로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슬픔’이다. 그 표현이 셔플(한 번쯤은 좀 어때)이 되었건, 레게(꼭 안아주세요)가 되었건, 아니면 블루스와 타령의 어우러짐(그리되기를)이 되었건 간에 물감의 색깔만 달라졌을 뿐 그림이 주는 그녀만의 독특한 분위기는 동일하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지금껏 그녀의 음악을 듣지 못했던 사람들이 부럽다. 앞으로 그녀의 노래를 듣고 아픈 상처를 다시 꺼내 말초신경 저 끄트머리부터 좁쌀같이 돋아나는 슬픔 속에 빠져들 수 있는 기회를, 아직 가지고 있는 거니까. 그리고 그 슬픔 가운데 희망과 위로라는 공통분모로 다시금 행복해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

글 출처 : 송명하, 강허달림 술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