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ologue / 김동률
김동률 5집 앨범 'Monologue' - 여백속에서 김동률의 음악적 공감을 만나다. 뮤지션 김동률이 4년 만에 5집 정규 음반 'Monologue'로 돌아왔다. 3년여의 긴 작업 기간으로 완성도를 높인 이번 음반은 '김동률 음악'을 오랫동안 목말라하고 있었을 음악 팬들에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1993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전람회를 통해 데뷔한 김동률은 동료 뮤지션 이적과 함께 프로젝트 밴드 '카니발'을 결성해 활동했으며, 4장의 솔로 음반을 통해 가장 대중적인 음악을 추출해내면서도 음악적 품격을 지켜온 뮤지션으로 평가 받고 있다. 지난 15년간 음악적 성장의 궤적을 따라 실험적 음악성과 감수성을 유감없이 선보인 김동률은 이미 우리 가요계를 대표하는 뮤지션으로 각인되어 있다. 1998년 '전람회'의 서동욱과 결별하고 처음 홀로서기를 하였던 1집 음반 '망각의 그림자'는 전람회의 그늘에서 벗어난 홀로서기의 초석이 되었다. 2000년 미국 유학시절 만들었던 2집 음반 '희망'은 음악적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다양한 시도로 김동률의 새로운 가능성을 기대하게 해주었다. 이후 2001년 발표된 3집 '귀향'은 편안하고 원숙한 사운드로 대중과 음악 관계자들의 귀를 모두 만족시킨 성공작으로 평가 받았다. 버클리 음악대학교에서 영화음악을 전공한 김동률은 2003년 5월에 귀국, 이듬해 4집 음반 '토로'를 발표하였다. 버클리 음대에서 쌓은 김동률의 '음악적 수련'을 충분히 짐작케 하는 수작이었다. 세련된 편곡과 화려한 스케일로 변모했고, 클래식컬한 음악 색깔의 정점을 이뤘다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배려' '기적'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이제서야' 등 히트곡을 양산하면서 특유의 중저음에 기반한 색감있는 보컬로 인기를 누린 김동률의 음악은 발표하는 음반마다 늘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음악적 보폭과 기대감을 넓혀왔다. 이번 김동률의 5집 음반 'Monologue'는 음반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 예상외로 매우 소박하다. 김동률은 이번 음반에서 음악적인 욕심을 채우기보다는 '좋은 대중 가요'를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얼핏 들으면 대중적인 음반을 만들고 싶었다고 들리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음악적으로 개인적인 욕심과 힘을 빼고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말 그대로 양질의 대중가요를 만들고 싶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김동률 음악에서의 전매특허인 현악을 곁들인 어쿠스틱한 편곡과 서정적인 멜로디는 변함이 없으나, 장중함과 비통함이 느껴지던 전작들에 비해서는 전체적인 느낌이 훨씬 편안하고 소탈하게 들린다. 가사의 내용도 김동률 본인의 이야기로 짐작되는 아주 개인적이고 솔직한 이야기들이 많고, 15년 동안 활동한 음악인으로서 말하고 싶은 소신을 솔직 담백하게 담고 있는 것도 맥락을 같이 한다. 앨범 작업하는 동안 주위사람들에게 음악의 느낌이 많이 달라졌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다고 한다. 이는 특별히 변화를 위한 의도적인 방향 선회였다기 보다는 1년 반 동안의 라디오 DJ 활동과 TV 프로그램의 진행을 통해 새로운 음악을 많이 접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새로운 음악적 취향이 이번 앨범 색깔의 변화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짐작된다. 귀 기울여 들어보면 멜로디 자체의 느낌도 피아노에서 만들어졌다기보다는 기타에서 나왔을 법한 진행이 많고 실제로 편곡에서의 기타의 비중이 훨씬 커졌다. (본인은 기타를 전혀 연주 할 수 없다고 하니 재미있는 사실이다.) 김동률의 전매특허인 오케스트라도 앨범 전면에 나서지 않고 적재 적소에 적당한 만큼 사용되었으며 미니멀한 악기구성으로 여백의 미를 살린 편곡의 곡들이 쉽게 눈에 띄는 것도 그를 뒷받침한다. 힘을 빼고 공간을 마련한 김동률의 음악은 듣는 이로 하여금 오히려 귀를 통하여 가슴을 더 채운다. 한국에서 가장 풍부하고 매력적인 저음을 구사하는 보컬리스트이자 적재적소의 사운드를 채우는 김동률의 선율은 다시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뛰어난 작곡가이자 프로듀서로서의 기대감을 채우기에 충분하다. 2008년 빼어나도록 튼튼한 음악적 이음새로 1월의 문을 연 '김동률 컴백'이 이미 가요계의 화두로 떠오른 것은 그의 '음악적 역량'과 새 음반에 거는 '기대'를 가늠케 한다. 5집 음반 수록곡 설명 1. 출발 곡이 만들어질 당시부터 앨범의 첫 트랙으로 염두에 두었던 작품으로, 4집 앨범에 참여했던 작사가 박창학에게 구체적으로 여행에 관한 가사를 부탁하여 완성 되었다. 일상에서 탈출하여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 혹은 새로운 인생의 전환점을 맞아 출발하려는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싶은 노래. 이번 앨범에서 가장 새롭고 김동률스럽지 않은 분위기의 곡이라는 평가다. 자유로운 방랑자의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직접 일본에 가서 녹음한 재즈 풀륫 선율이 인상적이다. 2. 그건 말야 이적이 제목을 지어 준 곡으로 라디오 DJ시절 '80년대 음악' 특집을 통해 소개하였던 여러 곡들에 영향을 받으면서 탄생한 곡이다. 80년대의 사운드를 재현하기 위해 어렵게 Vintage 드럼세트를 구해서 녹음하였고 기타 녹음 시에도 일부러 그때 시절의 마이크를 사용해서 복고적인 색깔을 내려 했다고 한다. 후반부의 여성 4인조 그룹 '빅마마'의 코러스가 백미. 3. 오래된 노래 8,90년대에 학창 생활을 보냈던 사람들에게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킬 곡. 가사의 화자가 가수인 만큼 지극히 개인적인 가사를 통기타 선율에 담았다. 소박한 편곡과 담백한 창법이 쓸쓸하다. 지나간 사랑에 대한 애틋함과 연민이 뇌리를 스치는 곡이다. 4. JUMP My Aunt Mary 의 정순용과 함께 듀엣으로 부른 곡. 평소에 마이앤트메리의 음악을 좋아해서 곡을 만들 때 부터 염두에 두었다고 한다. 편곡은 뮤지션 정재일이 맡아주었는데 리듬을 프로그래밍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연주에 못지 않은 어쿠스틱한 느낌을 잘 살렸다. 작업의 스트레스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던 당시 심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노래라고. 5. 아이처럼 클래지콰이의 알렉스와 함께 한 곡. 원래는 듀엣을 하려 했으나 두 남자의 듀엣을 노래하기에 한정적인 가사의 소재로 인해 결국 주고 받는 듀엣의 형식은 포기하였다는 후문.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가슴 떨리는 마음을 잘 표현한 곡으로 이 곡의 가사를 쓰기 위해 당시 인기였던 미니시리즈를 열심히 시청하였다는 후문. 6. The Concert 2004년도 '초대' 공연 때의 느낌과 팬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가사로 옮긴 곡. 드라마틱한 구성과 가사 내용의 진행이 잘 어우러진다. 곡의 편곡은 정재일이 맡아주었고, 그가 해내지 못하면 곡을 포기하려 했다고 전해질 만큼 이 앨범에서 가장 음악적으로 도전과 욕심을 낸 곡으로, 곡의 느낌을 100% 살리는 훌륭한 편곡으로 빛내주었다. 또 다른 곡에선 다소 절제되었던 스트링도 유감없이 수려함을 뽐내고 있어, 곡을 다 듣고 나면 마치 하나의 공연을 감상한 듯한 압축된 느낌을 갖게 된다. 7. Nobody 절친한 벗이자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인 Hiromi Uehara와 함께 한 곡. 히로미는 버클리음대 동창으로 국내에서도 몇 차례 내한공연을 가진 적이 있는데, 히로미 양의 일본 프로모션 시기에 맞추어 도쿄에서 함께 녹음하였다. 특히 히로미는 세션비를 받지 않고 기꺼이 선물로 연주를 해주었는데, 이에 대한 보답으로 지난 9월에 있었던 그녀의 결혼식에 직접 참석해 축가를 불러주었다고 한다. 친구의 친구보다는 차라리 '아무개'가 낫다는 짝사랑의 아픔을 표현한 애절한 곡. 8. 뒷모습 그냥 흘려 들으면 약간 윤상 음악의 느낌이 나는데 그도 그럴 것이 박창학 작사에 윤상이 리듬을 맡았다. 보스톤에서의 마지막 학기를 마치느라 바쁜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곡을 듣고 기꺼이 무보수로 리듬을 맡아주었다는 후문. 반도네온은 일본에서 차세대 유망주로 꼽히는 Kitamura Satoshi와 녹음하였으며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첼리스트인 송영훈이 기꺼이 참여해주었다. 쓸쓸한 보컬과 반도네온, 첼로의 듀엣 앙상블이 절제의 미학을 보여주는 수작. 9. 다시 시작해보자 이번 앨범 중에서 가장 김동률스러운 발라드 곡. 따라서 많은 사람들의 지지속에 타이틀곡으로 선정 되었다. 오래된 연인이 잠깐 헤어졌지만 결국 다시 돌아가게 되는 누구에게나 한번쯤 있을법한 이야기를 솔직 담백하게 들려준다. 많은 다른 김동률의 가사속의 소심하고 여린 화자에 비해 보다 남성적인 느낌의 가사라서 특히 남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후문. 특히 다른 곡보다 스트링 편곡에 많은 공을 들였다고 한다. 10. Melody 전 곡 중 가장 화려한 스케일의 과연 대미를 장식할 곡. 믹스중에 컴퓨터가 멎은 적이 있었던 일화가 있을 정도로 가장 많은 악기와 코러스가 입혀진 장대한 풀 오케스트라 편곡이 깊은 감동을 준다. 특히 외부 코러스 활동을 잘 하지 않는 빅마마 멤버 4명이 우정 참여해 후반부를 더욱 더 빛내주었다. 어렸을 때부터 시작해서 15년동안 음악의 길을 걸어오기까지 본인에게 음악이 어떤 존재와 의미였는지 그리고 그런 음악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을 솔직하게 노래하였다. 글 출처 : Album Review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