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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 8
1960년대는 서구 음악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접목되기 시작한 시기이다. 한편에선 왜색 시비를 낳으면서도 여전히 트롯이 절정기로 치닫고 있었지만 생활 양식의 전반적인 서구화에 따른 대중음악의 변화도 필연적인 현상으로 다가왔다.

트롯이 아버지 대의 민족적 고난과 함께 중장년 층에 깊히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면 팝은 청년문화 상징의 하나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서구 리듬의 창작곡 뿐만 아니라 60년대 후반엔 번안곡 전성시대라 할 만치 각 레코드사에서 번안곡 기획물들을 쏟아 내었다.

그러나 상당부분 원곡의 소울을 읽어 내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그러나 배호의 경우를 들여다 보면 다소 다른 느낌을 받는다. 3옥타브를 넘나드는 풍부한 성량과 표현력으로 몇몇 경우에 있어서는 원곡을 뛰어 넘는 성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반증하듯 배호는 아세아, 신세기, 지구를 통틀어 20여곡의 번안곡을 남겼다. 그가 전체 취입한 곡의 10%를 넘는 숫자다. 그것은 질적 양적으로 그의 노래들이 외국에서도 통할 수 있는 충분 조건을 갖추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70년엔 해외 진출의 교두보를 터기 위해 직접 일본어로 백영호 곡인 <명동의 밤>, <당신의 마음은 어디에>를 취입하기도 하였다.

건강과 여러 조건들이 허락하였다면 오늘 우리는 그의 멋진 외국어 곡들을 들을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글 출처 : Album Re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