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반이야기
여기 소개한 음반은 일세를 풍미한 거장들의 연주로 이들은 한때 ‘백만 불 트리오(Million-Dollar Trio)’라 불리던 환상의 진영이었다.
원래 초기에는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의 피아노, 야사 하이페츠의 바이올린, 그리고 엠마뉴엘 포이어만이 첼로를 맡았다. 이것은 당대를 풍미한 또 다른 거장 트리오인 카잘스 트리오, 즉 코르토(Alfred Cortot), 자크 티보(Jacques Thibaud), 카잘스(Pablo Casals)와 비견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백만 불 트리오는 포이어만이 요절하지 같은 러시아 출신의 첼리스트인 피아티고르스키(Gregor Piatigorsky, 1903~1976, 우크라이나)가 참여했던 것이다. 특히 그는 러시아파 첼리스트인 다비도프의 계보를 잇는 인물이었다.
이런 명인들이 참여한 3중주단은 여타 정식 3중주단에 비해 앙상블 면에서 앞선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각자 뛰어난 기량을 발휘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하는 명인들만의 독특한 앙상블을 느끼게 된다. 이 연주에서도 피아노를 맡은 루빈스타인의 연주가 다소 거슬리는 면도 없지 않으나, 결코 전체적인 흐름 속에서의 이탈하는 것이 아닌 개성을 살린 음악적 융화로 이어진다.
이들의 연주는 마치 빛바랜 잿빛의 색채를 드리우고 있고 세 거장이 토해 내는 찬란한 슬픔의 기품은 실로 깊은 감동을 전한다. 적당히 살이 붙은 하이페츠의 바이올린 그리고 전편을 아름답게 감도는 루비스타인의 피아노가 너무도 아련하기만 하다. 그리고 전면에 나섬이 없는 첼로의 피아티고르스키 역시 모나지 않는 슬픔의 그림자를 잘 추스르고 있다.
1악장 비가의 악장답게 슬픔의 기운이 아련하게 타오르며, 2악장의 종변주 피날레와 코다에서 한숨이 꺼지는 듯한 밑바닥으로의 처절함은 그야말로 찡한 감동을 전해주는 잊지 못할 연주이다. 세월이 지난 모노 시절의 것이기는 하지만 그 고색창연한 슬픔의 그림자를 더욱 짙게 하고 있어 이들의 연주에 각별한 애착을 갖게 된다. 더불어 세 명인의 모습을 담은 빛바랜 사진 한 장이 무언지 모를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시인 파스테르나크(Boris Pasternak, 1890!1960, 러시아)가 말한 ‘감미로운 향수의 괴로움’을……
자료출처 : 불후의 명곡(허재, 책과 음악)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