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르티니와 바이올린 소나타
이탈리아 바로크 음악의 대가 타르티니는 독학을 통해 바이올린의 최고 경지에 오른 인물로 알려져 있다.

빠름-느림-빠름의 전형적인 바로크 바이올린 협주곡은 토렐리(Giuseppe Torelli, 1658~1709)로 시작하여 비발디에서 완성되었는데 이런 것을 더욱 발전시킨 이가 바로 타르티니였다.

그는 특히 수학, 물리학, 기하학에도 조예가 깊어 <화성 과학에 의한 음악론(Trattato di musica second la vera scienza dell’armonia)>(1975년)과 같은 저서를 남긴 바 있다.

또한 그는 바이올린의 활을 개량하기도 했는데, 옛날 반원형의 베가(vega)나 삼각형의 활을 직선의 모양으로 평행하게 개량한 것이다. 이후 투르트(Francois Tourte, 1747~1855, 프랑스)가 지금과 같은 형태로 완성한 것이다.

그가 남긴 작품으로는 약 125곡 정도의 바이올린 협주곡, 약 135곡 정도의 바이올린 소나타 그리고 약 40여 곡의 트리오 소나타 등을 남기고 있다. 그의 작풍(作風)은 서정적인 우아한 선율과 그것을 받쳐 주는 간결한 화성에 의한 독특한 분위기가 듣는 이를 감동시키는 매력을 간직하고 있다.

이런 그의 작품 중 최고의 명작으로 일컫는 바이올린 소나타 <악마의 트릴>에는 다음과 같은 유명한 일화가 전해진다.
“1713년 나 타르티니는 어느 날 밤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 모든 것이 내 명령대로 움직였다. 새로운 하인은 내가 바라는 모든 것을 미리 알아차렸고 나의 모든 욕망을 뛰어넘어 일했다.

마침내 나는 악마가 어떻게 연주하는지를 알아보려고 내 바이올린을 건네주었다. 뛰어난 기량으로 연주하는 정말 절묘하고 아름다운 소리를 들었을 때 나는 크게 놀랐다. 그런 음악을 들어본 적이 없었고, 그렇게 사랑스러운 음악이 있으리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숨이 멎을 정도의 환희와 경이를 느꼈다. 그 맹렬한 감각에 잠에서 개어났다. 나는 곧바로 바이올린을 집어 들고 꿈속에서 들은 소리를 재현해 보려고 애썼다. 그때 만든 곡이 바로 내가 작곡한 곡 중 최고였다. 나는 그 곡을 <악마의 트릴>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그 곡은 내가 꿈속에서 들었던 음악에 비해 형편없었다. 다른 생계수단이 있었더라면 나는 바이올린을 부숴 버리고 영원히 음악을 포기했을 것이다.”
이 이야기는 영국의 음악학자 버니가 쓴 음악기행집인 <프랑스와 이탈리아 음악의 현황>(1771년)에 나오는 것이다. 버니는 1770년 이탈리아 북부를 여행 중인 7월에 파도바에 도착했는데 이미 타르티니가 6개월 전에 세상을 떠난 후였다. 도한 1년 뒤에는 모차르트 부자가 타르티니의 명성을 듣고 이곳을 방문하였고, 그 역시 만나지 못해 아쉬워했다고 한다.

곡의 작곡은 그가 은거하던 때인 1713년 아시지(Assisi) 수도원에서 작곡된 것이라고 하지만 실은 그의 아니 48세 때인 1740년 경 작곡된 것으로 음악학자 브레이너드(Paul Brainard, 1928 ~, 미국)은 추정한다. 곡은 생전에 출판되지 못하고 사후 1798년에 출판되었으며, 19세기 말 바이올린의 거장 요아힘이 연주하면서부터 비로소 널리 알려지게 된다.

곡은 전 3악장으로 1악장은 가녀린 애수를 띤 명장적인 g단조 주제로 시작하며 2악장은 무궁동(perpetuum mobile,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길이의 음표로 돼 있고 빠른 속도로 연주가 되는 곡)적인 움직임이 인상적이다. 1악장을 꿈, 2악장을 악마의 등장이라고 보기도 한다. 그리고 3악장은 밤의 적막을 연상시키는 카덴짜와 악마적인 트릴(till)이 극적 고조를 이뤄 낸다. 이탈리아의 아름다움과 마력적인 힘을 보여주는 타르티니의 음악의 정점이자 고금의 바이올린 명곡으로 자리한다.

출처 : 불후의 클래식(허재, 책과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