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반이야기
이 곡의 연주상에서도 조와 울의 한 쪽 측면으로 흐르기 쉬운 것이라 이 두 가지의 조화가 연주 해석의 중요한 관건이 된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사색적인 피아니스트로 알려진 알프레드 브렌델의 연주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브렌델은 모두 3차례의 녹음을 통해 해석의 추이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먼저 첫 녹음은 절은 시절인 1967년 연주로 유연성과 부드러운 음의 흐름을 통해 감성적인 것에 치우친 몽상적인 억울의 환상미를 드러낸다.
그러나 두 번째 녹음인 1982년 연주에서는 유연성보다는 경질의 선명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결국 음악을 깊고 날카롭게 파헤쳐 스스로의 정열과 환상을 작품에 의탁함으로써 자신만의 예술성의 진수를 드러내는 것이다.
후에 다시 녹음된 1987년에서는 감상적인 것이 억제된 조양의 모습을 추구한다. 결국 두 번째 연주가 조와 울의 조화를 꾀한 이상적인 경지인 것이다.
이런 것은 그가 같은 곡의 많은 녹음 횟수를 통해 보여준 추이와도 그 맥을 같이 한다. 아니가 들수록 파열적인 음이 있음에 신경 쓰지 않고 이를 견딜만한 작품에 한정하여 연주, 깊은 사색의 경지에 이른다고 하나 아무래도 감성에는 다소 신경에 거슬리는 면이 결코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그래서 보통 두 번째 녹음 시기인 1970, 80년대 초인 40, 50대 나이의 중용적 연주가 가장 설득력 있음이다.
연주는 브렌델 특유의 사색적이며 환상적 감각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첫 악장부터 자신감에 찬 윤기 있고 포근함을 겸비한 명확하고 강한 타건이 진한 감흥을 압도적으로 전하고 있다. 선율의 아름다움도 잘 나타나 있고, 환상과 정열이 감각적으로 조화되고 있다. 2악장은 풍부한 뉘앙스를 가지고 환상적 자태를 드러내며 분출하는 정열과 여음의 지지함은 가히 장관을 이룬다. 3악장은 느긋한 여유와 평온함을 갖는 분위기로 슈만이 추구한 이상적 세계가 그윽하고도 감명 깊게 펼쳐진다.
브렌델이 보여준 환상곡의 모습은 치열하게 교차하는 조울(躁鬱)을 통해 조용하고 명상적인 경지에 이르고 있고, 음악의 즐거움과 인생에 관련된 엄숙성 그리고 도덕적인 힘이 있기에 인생의 지주가 되는 따뜻한 감동의 위로가 서려 있다.
자료출처 : 불후의 명곡(허재, 책과 음악)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