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DUCTION

Alfred Brendel (piano
Recording : 1962 Stereo
Wien

Total timing 00:25:34

작품의 개요 및 배경

“늘 가까이 있는 것”이란 뜻의 라틴어 Impromptu(임프럼츄) 즉 <즉흥곡>은 19세기 낭만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유로운 형식의 소품이다. ‘즉흥’이란 것은 곡에 대한 작곡가의 여유롭고 개방된 기분을 표현한 것인데, 이런 즉흥곡 작품으로는 쇼팽도 다수의 작품을 남기고 있으나 슈베르트가 남긴 <즉흥곡>이 가장 널리 알려진 대표작이라 할 것이다.

피아노 음악사에서 슈베르트의 위치는 중요성은 소나타 작곡가로서가 아니라 <즉흥곡>이나 <악흥의 순간(Moments musicaux)>와 같은 성격의 소품(character piece)에서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슈베르트는 23곡이라는 많은 양의 피아노 소나타를 남겨 놓았으나 선배들 즉 베토벤을 위시해서 모차르트, 하이든에 둘러싸여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내려는 투쟁의 역사와도 같았다. 물론 그 결과도 결코 좋다고는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슈베르트는 그의 넘치는 악상을 기악적으로 전개시키는 말하자면 소나타의 구성적인 악곡에는 사실 능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반면 베토벤은 치밀하고 고전적인 형식의 달인이었다. 이렇게 보면 슈베르트가 소나타에서 그 능력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강박관념의 돌파구를 소품 분야에서 찾게 된다. 슈베르트는 이렇게 낭만파의 소산물이라고 할 수 있는 성격 소품에 있어 음악사에 큰 역할을 하게 되고 자신으로서는 노래하는 선율의 천재적인 재능을 마음껏 발산하였던 것이다.

슈베르트가 남긴 즉흥곡은 Op.90에 4곡과 Op.post.142에 4곡을 합쳐 총 8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작곡은 내용으로 봐서 Op.142가 먼저 작곡된 듯한데, 두 가지 모두 가가 죽기 1년 전인 1827년 단숨에 작곡되었다.

1827년 봄 슈베르트는 빈의 서쪽 도른바흐(Dornbbach)란 곳에서 머물렀는데, 아마 이때 즉흥곡의 몇 곡이 작곡되었다고 추정된다. 그리고 나머지는 그해 여름 그라츠(Graz)의 피아니스트이자 친구인 파흘러(Maria Lepoldine Pachler)부인 집으로 여행을 다녀온 후 가을에 빈에서 작곡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슈베르트는 파흘러에게 보낸 편지에서 “나에게 오랫동안 멀어져 있던 행복을 맛보게 한 더없이 소중한 여행이었다”라고 했고 그래서 이 곳을 다시 찾으려 했으나 병의 악화로 다시는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즉흥곡>에는 이런 그라츠에서의 향수와 상념, 아름다운 환상들이 서려있다.

Op.90은 1827년 빈의 출판업자 하스링거(Tibias Haslinger)가 판매를 생각하여 소품 1, 2번 Op.47로 먼저 출판한다. 그리고 Op.142는 1838년 디아벨리(Anton Diabelli)에 의해 출판된다. 한편 Op.90의 나머지 두 곡인 3, 4번은 1855년에 나오게 되고 다시 Op.90의 전 4곡은 최초의 두 곡이 출판될 때 <즉흥곡>이란 제목이 붙는데 이런 제목은 하스링거가 생각한 것으로 슈베르트도 동의했다고 한다. 그래서 Op.142에는 슈베르트 자신이 이 제목을 사용하였고 4번에 8번의 번호를 붙여 앞선 Op.90의 속편임을 밝히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런 동의가 과연 사실이었는가는 의문이다.

그래서 슈만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기고 있다. ‘슈베르트 자신이 <즉흥곡>이라는 명칭을 붙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제1곡(Op.142)은 소나타 1악장이라고 보기에 완벽한 것이다. 또 제2곡은 조성과 악상으로 보아 동일한 소나타의 2악장이다. 다만 나머지 두 곡이 이 소나타의 종결부라 보기에는 문제가 있다. 슈베르트가 이 소나타를 어떻게 완성했는지, 나머지 두 개의 악장을 어떻게 처리했는지는 그의 친구들이라면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제3곡은 마치 다른 곡으로 보이는 말하자면 소년 시대의 작품일 것이다. 그리고 제4곡은 이 소나타의 피날레일 것이다.’

슈만의 말대로 소나타라면 왜 출판 당시 소나타라는 제목을 쓰지 않았느냐라는 의문도 생기는데, 소품집이라고 하는 편이 악보 판매에 있어 유리했을 것이란 추측도 가능해진다.

결국 Op.142의 네 곡 중 3번을 빼고 3악장으로 된 소나타 곡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아인슈타인도 그의 저서 『슈베르트』에서 이런 주장에 동의하고 있어 이런 사실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슈베르트는 피아노 소나타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었고, 그래서 많은 수의 피아노 소나타가 즉흥적이며 또 즉흥곡이 소나타적인 것이다. 또한 출판에 있어서 낱개로 해도 좋다고 했는데 강박관념에 대한 그의 보헤미아적인 성격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이런 Op.142는 Op.90보다 진일보한 더 어려운 작품이었는데 독일의 유명한 악보 출판사인 쇼트(Schott)사는 ‘귀하가 좀 더 가볍고 그리고 쉬우면서도 화려한 소품들을 작곡하게 되면 언제라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하면서 이 직품의 출판을 거절했다. 소나타란 제목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하자면 <즉흥곡>은 당시 전혀 이해되지 않던 그런 작품이었다.

곡은 노래하는 천성을 가진 슈베르트의 본질을 남김없이 표출한 아름다운 것으로 낭만주의 음악의 중요한 방향을 제시한다. 이 곡에서 그가 구사할 수 있는 모든 기법을 암ㅇ라하고 그래서 화려한 선율, 감각적인 반음계의 자유로운 화성, 그리고 거의 무한정의 조바꿈을 통한 입체적인 음의 아름다운 건축을 이루하고 있는 것이다.

슈베르트는 모차르트와 베토벤처럼 피아노의 명수도 아니었고 배운 적도 없었다. 또한 자신의 피아노를 죽기 불과 8개월 전 구입했을 정도이다. 하지만 슈만의 말처럼 그는 피아놀ㄹ 잘 다룰 줄 알았고 피아노 소나타를 통해 베토벤이라는 큰 산을 넘으려고 갈등과 투쟁으로 일관하여, 죽기 1년 전 남긴 <즉흥곡>과 <악흥의 순간>을 통해 그만의 답을 찾았던 것이다.

특히 <즉흥곡>은 멘델스존의 <무언가>나 슈만의 <나비(Papillon)> Op.2에 지대한 영향을 ㄹ끼친 피아노 음악의 새 지평을 연 피아노 음악의 진수와 같은 기념비적 명작이다.

글 출처 : 불후의 클래식(허재, 책과음악)

작품의 구성 및 특징

제1곡 Allegro molto moderato in c minor. 4/4박자
제1곡 c minor는 의문에 찬 선율로 비장하게 시작하는데 그의 즉흥곡 셋트 내의 모든 곡 중 유일하게 소나타형식을 따른다고 한다. 다만 주제가 하나 밖에 없어 변주곡 스타일로 진행한다. 첫머리에 찬 결연한 또는 의문에 찬 선율은 나홀로 발전을 해가면서 여러 가지 선율을 파생시키는데 그 선율이 고역으로 저역으로 내성부에서 번쩍 번쩍 출연한다. 형태를 달리 해서 출현하는 주제 선율은 역시 다양한 감정을 환기시키는데 다양한 색깔의 꼴라쥬를 그리고 싶다. 그러나 주색(major colour)는 파란색과 회색을 섞은 무채색일 것 같다. 어렴풋한 차가운 계열의 감성이 강하다.

제2곡 Allegro in Eb major. 3/4박자 겹세도막 형식
제2곡은 실질적인 테마가 없다고 한다. theme-less라고 해설에는 있던데 스케르쪼 형식이다. 론도에 가까운데 A-B-A의 전형적인 진행으로 양쪽 말미가 거의 동일한 파트이다. 대단히 피아니스틱한 피아노의 희롱으로 시작하는데 중간 부에 피아노를 타악기 처럼 다루는 부분이 나오고 다시 피아니스틱한 희롱으로 끝난다. 폭포수로 굴러 떨어지며 알알히 부서져 내리는 투명한 물방울을 보는 느낌이다.

제3곡 Andante in Gb major. 4/2박자. 세도막 형식
제3번 G flat major는 그 서정적 아름다움으로 인해 따로 연주가 많이 된다. 시냇물이 흐르는 듯한 일렁이는 저역의 배경 위에 아름답고 서정적인 멜로디 라인이 사랑스럽게 유영하는데 가슴에 잔잔하게 차오르는 고요한 행복감을 준다. 무슨 가사라도 붙이고 싶은데 사랑 노래를 붙일 수도 있고 자연의 아름다움, 또는 폭풍우의 격정후에 고요해진 평화로운 마음을 애찬하는 가사를 붙일 수도 있다.

밝고 맑고 사랑스럽게 시작한 이곡은 그러나 저음부에 가끔씩 모습을 드러내는 무거운 정서에 점점 침범당하는데(pervaded),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른손의 멜로디 라인은 그 정서에 물들지 않고 힘겹게 가녀리게 진행한다. 어둠의 힘이 점점 저역부에서 강해져 와 고역에 퍼지려 하고 애써 외면하는 듯한 멜로디는 아슬아슬하게 불안한 행보를 한다. 마치 사자떼나 상어때를 뚫고 지나가는 얼룩말이나 물개를 보는 것 같이 위태로와지지만 결국에는 원래의 정서를 가까스로 회복하고 행복스럽게 -그러나 약간의 불안함에 물들어 - 끝맺는다.

제4곡 Allegetto in Ab major. 3/4박자. 세도막 형식
4고과 2곡은 형식적으로 유사하다고 하는데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중간부분이 동일한 내용의 외피에 둘러 쌓여있다(Scherzo - Trio). 고요하고 불안한 잔물결과 같은 선율이 출현하며 발전하는데 저역부의 나즈막하게 흐르는 화성의 진행을 들어 보면 재미있다.

새벽의 자욱한 연무를 뚫고 멀리서 울려대는 황금빛 종의 소리 같은 주제가 출현한다. 역시 중간 부분은 타악기적인 피아노의 화성진행과 highly charged emotional power가 클라이막스를 이룬다. 다시 잦아지면서 처음의 부분이 반복된다.

글 출처 : 취음향의 음악과 세상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