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상스와 바이올린 협주곡 제3번
근대 프랑스 음악의 아버지라고 하는 생상스는 모든 장르에 다양한 많은 작품들을 남기고 있다.

이런 것은 동시대의 프랑크(Cesar Franck, 1822~18990)와는 매우 대조적인 것이다. 프랑크가 극히 신중한 태도로 일관하며 추고를 거듭하여 한정된 분야에 몇 곡의 명작만을 남긴데 반해 생상스는 86세까지 장수하며 영감이 떠오르는 대로 작품을 만들어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다채로운 작품 170여 곡을 남긴다.

그의 말에 의하면 ‘사과나무가 사과를 맺는 운명처럼 작품을 썼다’는 것이다. 그는 당대에 모차르트로 불릴 만큼 천재적인 재능을 가졌고 5편의 교향곡 작곡의 명성으로 ‘프랑스의 베토벤’이라 불렸다. 얼핏 모순되는 이런 것들의 오히려 그의 음악 세계를 잘 표현해 주고 있는 것이다.

생상스는 1835년 생으로 거의 모든 시대와 연결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시기에 태어났고 여러 음악가들의 다양한 영향을 받았다. 낭만주의 영광과 쇠퇴를 전 생애와 함께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모든 영향에서 벗어나 냉정하고 확고한 자신만의 세계를 고집했고 그래서 여타 세계와 고립된 채 여성적이고 고전주의적 성향 속에서 생활했다. 결국 그는 낭만주의나 20세기의 모든 예술 형태와는 끝내 타협하지 않았고 철저히 자신만의 독창성을 지켰다. 그는 거의 모든 장르의 작품을 썼고 그 모든 것의 형식이나 내용은 완전함을 추구했다.

이런 생상스를 추중한 사람 중에 라벨(Maurice Ravel, 1875~1937)이 있었고, 로맹 롤랑(Romain rolland, 1866~1944, 프랑스)도 “그에겐 열정도, 마음의 평정을 방해하는 그 무엇도 없었다. 그는 현재 우리들에게 과거가 갖는 부드러움과 명쾌함, 사라진 세계의 단편들과도 같은 것을 완벽히 제시한다”라고 하였다. 그래서 생상스 음악의 원천을 고대 그리스의 건축이나 이탈리아의 화가들에서 찾을 수 있다.

그에겐 베토벤의 내적 갈등과 그 해결 같은 것은 필요 없었는데 그의 음악의 목적은 선율의 우아함과 건축의 구조적 아름다움이었기 때문이다. 생상스의 음악은 순수한 고전의 아름다움이었고 그것을 이상화하고 영감을 불어넣었던 것이다. 프랑스적 화려한 스타일과 독일적 구성을 통해서.

생상스가 남긴 협주곡은 피아노 협주곡 5곡, 바이올린 협주곡 3곡 그리고 첼로 협주곡 두 곡을 남겨 놓고 있다.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은 24세 때 작품으로 사라사테에게 헌정하였고, 2번은 44세 때 작품으로 마르시크에게 헌정한 작품이다. 그러나 이 두 작품은 거의 연주되는 경우가 드물어 생상스 바이올린 협주곡 하면 으레 3번을 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바이올린과 관현악을 위한 여타 작품으로는 사라사테에게 헌정한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Indroduction & Rondo Capriccioso)> Op. 28 그리고 <하바네라(Havanaise)> Op.83도 남겼다.

생상스는 이런 바이올린 작품을 통해 기술적 완성을 향한 끊임없는 추구와 이 악기에 대한 잠재력의 모든 지식을 가지고 있었고 여기에다가 자연스럽고 서정적인 천성을 겸비한 날카로운 리듬감도 갖추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것을 조화시키는 관현악법 구사에 있어서도 탁월함을 선보였다. 바로 이런 것으로 인해 탄생한 것이 그의 바이올린 협주곡 3번이었던 것이다.

제3번 바이올린 협주곡은 2번을 작곡한 바로 다음 해인 1880년 45세 때 작품으로 사라사테에게 헌정되었다. 또한 초연도 1881년 1월 2일 파리에서 사라사테가 하였다.

곡은 고전적인 전통적 수법을 따른 전 3악장 구성으로 극적이고 정열적인 1악장 그리고 2악장은 뱃노래(barcarolle)를 연상하는 아름다운 선율이 백미를 이룬다. 또한 3악장의 론도풍의 화려하고 당당한 피날레도 매우 인상적이다. 카덴차는 2악장 코다 앞과 3악장 서주에 아주 짧은 것이 있기는 하나 그 효과는 미미하다.

프랑스적인 감흥이 전편을 지배하며 바이올린의 선율에 빛나는 다부진 구성의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생상스 음악이 지닌 두 가지 큰 특징인 우아함과 명쾌함이 이 곡에서도 단연 빛을 발한다. 생상스에 관한 최초의 전기를 쓴 라수스(Lucien Auge de Lassus, 1864~1914)는 “생상스의 음악은 이성, 균형감, 힘을 겸비한 우아함, 미묘한 솜씨의 웅장함이 합쳐져 이루어진다.”라고 하고 있다.

출처 : 불후의 클래식(허재, 책과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