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상스와 첼로 협주곡 제1번
생상스가 남긴 협주곡 작품으로는 피아노 협주곡이 5곡, 바이올린 협주곡이 3곡 그리고 첼로 협주곡이 2곡이다.

이렇게 보면 꽤 다채로운 협주곡을 남긴 편인데 물론 전체적으로 베토벤의 것에 비한다면 다소 미흡할지는 몰라도 베토벤이 남기지 못한 첼로 협주곡 두 곡을 남긴 것과 피아노 협주곡 4, 5번, 바이올린 협주곡 3번의 인기를 감안한다면 여타 작곡가에 비해 주목할 만한 성과라 할 수 있다.

이런 생상스가 남긴 첼로 작품으로 앞서 말한 두 곡의 협주곡과 두 곡의 소나타(Op.32, 123), ‘알레그로와 아파시오나토(Allegro appassionato)’ Op.43,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모음곡 Op.16, ‘사포풍의 노래(Chant Saphique)’ Op.91, 로망스 라장조 Op.51로 매우 다양하다.

이 중 첼로 협주곡은 1번만이 널리 알려져 있다. 2번의 경우 2개 부분으로 이루어진 단출한 곡인데 기교적으로 어렵기도 해서 거의 연주되는 일이 드물다.

1번은 이에 비하면 경쾌하고 밝은 성향의 기지에 빛나고 있고 중간 부분의 아름다운 선율로 인해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다. 물론 그렇다고 굴지의 명곡에 위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가치를 지닌 그런 곡이라 하겠다. 그래서 유명한 예술비평가인 상피뇔르(Bemard Champigneulle, 1896~1984, 프랑스)는 “그이 표현은 명석하면서도 조금은 안이하지만 항상 정확하고 조화가 잘 잡혀 있다”고 말한 바 있는데 바로 이런 특징이 첼로 협주곡 1번에 아주 잘 나타나 있다.

작곡은 1872년 작곡가의 나이 28세에 착수하여 1년 후인 1873년에 완성되었다. 형삭은 전체가 하나의 악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것은 슈만이 남긴 같은 조성의 a단조 협주곡 경우와 같다. 하지만 슈만의 경우와는 달리 대규모가 아닌 소규모인데 이로 인해 클라이맥스와 전체적인 구성이 약한, 박력이 부족한 온건한 것이다. 하지만 프랑스적인 발랄한 기지에 반짝이는 아름다움은 이 작품만이 갖는 매력이라 할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연주에서는 이런 것을 잘 살려내기 위해 숙달된 기교와 뛰어난 표현력이 더 필요한 곡이다.

곡은 단일 악장인데, 세부분으로 나뉘어져 끊이지 않고 연주되기에 오히려 묘한 긴박감과 정열을 불러일으킨다. 1부는 서두의 강렬한 화음에 이끌려 나오는 첼로 주제가 아주 인상적이다. 2부는 짧은 스케르초라 할 수 있는데 경쾌한 알레그로의 유동적이고 우아한 선율이 아름답다. 3부는 1부의 주제가 다시 반복되는데 어딘가 모르게 비애감이 흐르는 첼로 독주가 아름다움을 한층 더한다. 그리고 마지막 코다(coda) 직전에 헝가리의 작곡자 겸 첼리스트인 포퍼(David Popper, 1843~1913)가 긴 카덴차를 만든 적이 있으나 현재에는 거의 연주되지 않는다.

생상스의 첼로 협주곡은 위대한 걸작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첼로 협주곡 레퍼토리가 그리 많지 않음을 생각할 때 나름대로 프랑스의 향기를 간직한 첼로의 비르투오조를 과시할 수 있는 귀중한 작품으로 자리한다. 참고로 카잘스(Pablo Casals, 스페인)가 1905년 런던에서 데뷔할 때 이 곡을 연주하여 호평을 받은 일화는 유명하다.

초연은 1873년 1월 파리 음악원 연주회에서 음악원 교수인 톨베크에 의해 이루어졌고 그에게 헌정되었다. 당시 음악원 연주회는 생존하는 사람의 곡은 연주하지 않는다는 관례를 깨는 이례적인 것이었다.

출처 : 불후의 클래식(허재, 책과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