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반 이야기
가장 프랑스적인 연주가로 흔히 알려진 푸르니에는 ‘첼로의 프린스’라 할 만하다. 프랑스 첼로 예술을 진정한 비르투오조((예술의) 거장(巨匠), 명인(名人), (특히 음악의) 대가, 대연주가) 시대로 이끌 인물이라 하겠다. 푸르니에 이후 나바라, 코르틀리에, 장드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푸르니에는 처음 피아니스트가 되려고 했으나 소아마비로 오른발이 불편하여 첼리스트가 된다. 12세 파리 음악원에 입학하여 에겔과 바즐레르에게 배웠다. 그 후 연주회를 통해 명성을 꾸준히 쌓았는데 특히 푸르트벵글러와의 협연 그리고 크라이슬러에게 배운 운궁이 큰 도움이 되었다.

그의 연주는 늘 프랑스의 에스프리(esprit, 기지)가 가득한데 강렬한 비르투오조를 뽐내는 것이 아닌 곡이 지닌 우아함과 아픔다움을 매우 친근감 있게 살려내고 있다. 천재성이 아닌 노력과 수련 그리고 인격의 노정이라 하겠다. 첼로의 귀공자로 불리우는...

이런 푸르니에의 생상스 연주는 독주가, 지휘자, 악단이 어우러지며 만들어 내는 프랑스적 정취가 그윽하기 그지없다. 특히 곡상과도 잘 부합하는 소박한 에스프리가 전편에 가득히 차오르고 있다. 첼로 독주가 푸르니에 특유의 스타일인 아늑하고 부드러운 것이라 날렵한 인상은 없지만, 오히려 이것이 푸근한 여운을 남겨 준다. 순박하면서도 화려함을 은근함을 보여주는 것은 참으로 진상이라 할 것이다. 마르티농의 반주는 강함을 유지하면서도 그 귀족적인 면을 갖춘 것이라 과연 프랑스적 내음이라 할 것이다.

가장 프랑스적이며 곡이 의도하였던 바를 가장 적절하게 재현해낸 향기로운 연주이다. 푸르니에 연주는 그 어떤 과시적인 것이 아닌 소박한 음악의 감흥을 주는 것으로, 은은한 빛깔이 살며시 다가서는 그런 것이다.

푸르니에의 이 곡 녹음은 이것 말고도 1977년 콘타(Jofig Conta) 지휘, 몬테 카를로 가극장 오케스트라와의 연주와 1947년 주스킨트와의 모노 녹음이 있다.

출처 : 불후의 클래식(허재, 책과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