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olin Concerto No.5 in A major, K.219
작품 개요 및 배경
 모차르트의 생애에서 1775년은 ‘바이올린 협주곡의 해’로 기억된다.
 당시 잘츠부르크 궁정악장으로 일하고 있었던 19세의 모차르트는 이 한 해 동안 네 편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집중적으로 작곡했다. 이 네 곡과 그보다 2년 전에 완성된 한 곡을 묶어서 통상 ‘잘츠부르크 협주곡’이라고 부르는데, 아마도 모차르트 자신이 연주하기 위해서 작곡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다섯 편의 바이올린 협주곡에는 어린 시절부터 서유럽 전역을 두루 여행했던 모차르트의 풍부한 경험이 반영되어 있다. 즉 이탈리아와 프랑스,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 여러 나라의 다양한 양식들이 고루 녹아 있는 것이다. 모차르트는 이러한 요소들을 특유의 재능과 개성으로 소화한 후 자신만의 숨결까지 불어넣어 독창적인 작품들을 탄생시켰다. 훗날 알프레드 아인슈타인은 이 협주곡들을 가리켜 “분명 파가니니로 하여금 미소 짓게 했을 것이다”라며 칭송했다.

 다섯 곡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곡은 3번 G장조와 5번 A장조이다.
 특히 마지막에 작곡된 5번은 가장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 곡은 19세 청년의 작품답게 순수하고 젊은 감각이 넘치면서도 동시에 모차르트의 내면에 간직된 시적 감성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듯한 은은한 향취를 머금고 있어서, 이전 작품들에 비해 한결 유려하고 숙성된 걸작이라는 인상을 풍긴다.

 1775년 말에 완성된 이 곡은 일련의 작품군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작품답게 당당한 규모를 지니고 있다. 아울러 구성 면에서도 가장 완숙한 모습을 보이며, 이전까지의 프랑스적인 색채에 더하여 오스트리아적인 색채가 한층 진하게 묻어난다. 나아가 전편에 걸쳐 나타나는, 일견 단순한 듯하면서도 젊음의 생기와 활력이 넘치는 맑고 우아한 양식은 그 이듬해 모차르트가 탄생시키게 되는 새로운 양식을 예견케 한다. 여기서 잠시 일련의 협주곡들에 대한 미국의 저명한 음악학자 로빈스 랜던의 말을 귀기울여보자.
“선율 위에 선율이 쌓여간다. 새로운 악장들이 잇따라 이어지면서도 서로 행복하고 평안하게 조화를 유지하는데, 그렇다고 어떤 엄격한 형식적 패턴을 따르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구상과 그 표현의 비할 데 없는 우아함, 관현악법의 온화함(비교적 이른 이 단계에도 성숙한 모차르트의 특징인 자연스러운 광채가 드러난다), 순수한 선율이 주는 풍부한 기쁨 등이 듣는 사람을 즉시 사로잡고 만다.”
곡의 구성 및 특징

참신한 시도를 통일감과 세련미로 아우르다.
  바이올린 협주곡 5번 A장조는 앞서 나온 네 곡에 비하면 세부보다는 전체의 통일감이 강조된 느낌을 준다. 하지만 동시에 구성적인 면에서 매우 새롭고 독특한 면모도 보여준다. 특히 첫 악장에서 관현악에 의한 제시부와 독주악기에 의한 제시부 사이에 독주악기에 의한 아다지오의 전주를 삽입한 부분은 참신한 시도로 주목할 만하다. 또 같은 악장에서 독주악기에 의한 제시부가 시작될 때는 처음에 관현악이 연주했던 음형을 독주악기 주제의 대위 선율로 사용하는 색다른 수법도 등장한다. 또한 피날레 악장에서 이전까지 썼던 론도 형식 대신 미뉴에트를 사용한 것도 흥미로운 점이다.

제1악장 : Allegro aperto A장조, 4/4박자, 협주풍 소나타 형식
  알레그로 뒤에 붙어 있는 ‘아페르토’는 ‘확실한’ 혹은 ‘당당한’이라는 뜻이다. 단아하고 솔직담백한 곡상을 지닌 이 악장의 성격에 썩 어울리는 악상지시어라고 하겠다. 먼저 관현악의 투티가 으뜸화음을 강하게 연주하면 제2바이올린과 비올라가 미세하게 움직이면서 반주하는 가운데 제1바이올린이 여린 스타카토로 으뜸화음을 조심스럽게 펼쳐 가는데, 이 도입부의 나긋나긋한 흐름은 듣는 이로 하여금 가슴 설레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그런데 그 직후 음악은 바로 주제부로 진입하지 않고 템포를 늦추어 솔로 바이올린이 부드러운 아리오소 선율을 연주하는 부분으로 들어간다. 이례적인 시도로 주목받는 이 매혹적인 부분이 지나고 나서야 솔로는 힘차게 도약하는 3화음으로 이루어진 제1주제를 연주하게 되며, 짤막한 투티를 거쳐 한결 여유로운 제2주제도 다루게 된다.

제2악장 : Adagio E장조, 2/4박자
  모차르트 특유의 동경 어린 기운이 스며있는 간결한 아다지오 악장이다. 나직한 어조와 아름다운 장식으로 주제선율을 노래하는 바이올린 솔로를 관현악이 마치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과도 같은 음형으로 느긋하게 받쳐준다.

제3악장 : Rondeau (Tempo di menuetto - Allegro) A장조, 3/4박자
  이 악장에는 이 곡의 별명인 ‘터키 풍’의 유래가 된 단조의 중간부가 삽입되어 있다.
  여기서 A장조 3/4박자의 온화하고 우아한 미뉴에트는 잠시 중단되고, 갑자기 a단조 2/4박자, 알레그로 템포의 열정적인 ‘터키풍’ 악상이 펼쳐진다. 바이올린 솔로의 화려하고 분망한 움직임을 관현악이 스타카토를 가미한 ‘터키풍’ 또는 ‘집시풍’이라고 불리는 억양 강한 리듬으로 받쳐주는데, 이런 모습은 당시 유행했던 ‘터키 취향’이 반영된 것이라 하겠다.

  참고로, 당대의 '터키풍 유행'은 글루크, 하이든, 그레트리의 오페라들에도 영향을 미쳤고, 모차르트에게서도 피아노 소나타 11번(K.331)의 종악장인 ‘터키 행진곡’, 오페라 '후궁 탈출' 등과 같은 추가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이 이채로운 중간부를 제외하면 이 피날레 악장은 대체로 미뉴에트풍의 우아하고 기품 있는 흐름으로 채워져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매혹적인 장면인 종결부는 수줍은 미소를 연상시키는 조용한 마무리로 장식되어 있다.

글 출처 : 클래식 명곡 대사전(이성삼. 세광음악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