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와 바이올린 협주곡 5번
모차르트가 남긴 바이올린 협주곡은 흔히 8곡이라고도 한다. 이것은 일반적인 1~5번 협주곡 다섯 곡과 6번 K.268과 7번 K.271a 그리고 20세기 발견된 <아델라이데(Adelaide) 협주곡> K.Anh 294a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델라이데는 카자드쉬 작곡의 위작으로 밝혀졌고, 나머지 두 곡도 의심이 가는 작품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그래서 통상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5곡으로 한정하고 있다.

이런 5곡의 대미를 장식하는 것은 5번의 협주곡으로 마지막 곡다운 당당함과 19세 청년 모차르트의 넘치는 젊음과 힘 그리고 우아함이 돋보이고 있다.

작곡은 4번 협주곡을 작곡한 지 두 달 후인 1775년 12월 20일 완성되었다. 이 곡 작곡 이후에 모차르트는 평생 바이올린 협주곡을 쓰지 않았음을 물론이다.

저명한 바이올린 교사로서 명성이 높았던 모차르트의 아버지로서는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특히 당시 모차르트는 이탈리아 여행을 통해 협주곡의 토양을 습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식이 아닌 음악학자 밀링(Christoph-Hellmut Mahling, 독일)이 언급한 ‘독자적인 개성’을 가진 독보적인 이디엄(idiom)의 5곡으로 마무리했던 것이다.

곡은 앞선 곡들과 마찬가지로 프랑스풍의 채취가 남아 있기는 하나 독일적인 색채가 강해짐을 알 수 있다. 전체적으로 기교는 어려운 편에 속하며 마치 대화와 같은 단순한 음악적 흐름이 전편을 꿰뚫고 있으면서도 발랄함도 결코 잃지 않고 있다. 또한 다소 생소한 헝가리 집시풍의 분위기까지 보여주고 있다.

1악장에는 악상 지시어로 당당한, 확실한, 열린이란 뜻을 갖는 ‘아페르토(aperto)'라고 적고 있어 곡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표현하고 있다. 2악장은 파도에 미세하게 흔들리는 듯한 나뭇잎을 연상시키는데 자잘한 움직임의 정취로 짙은 뉘앙스에 잠기게 한다. 그리고 마지막 3악장은 롱도(rondeux)라고 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미뉴엣으로 터키풍이나 집시풍의 리듬이 사용되어 경쾌함과 활발함을 돋우고 있다. 그래서 흔히 이 5번을 ’터키풍(Turkish)'이라고 한다.

이런 5번 협주곡은 모차르트의 10대 최후를 장식하는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5개의 바이올린 협주곡 중 3번과 더불어 가장 널리 애호되는 명곡이다.

출처 : 불후의 클래식(허재, 책과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