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rliner Philharmoniker
명반이야기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전곡 녹음을 남긴 이로는 메뉴인(Yehudi Menuhin), 셰링(Henryk Szeryng), 오이스트라흐(David Oistrakh), 수크(Josef Suk), 스턴(Isaac Stem), 그뤼미오, 펄만(Itzhak Perman), 크레머(Gidon Kremer) 등이 있다. 특히 메뉴인은 위작을 포함 7곡을 녹음한 바 있다. 이 중 돋보이는 연주로는 그뤼미오의 것을 들 수 있다.

벨기에 태생인 그뤼미오는 베리오, 비외탕, 이자이, 뒤브와, 그뤼미오, 뒤메이로 이어지는 프랑스·벨기에 악파로, 이른바 오른손 보잉(bowing)의 손목의 움직임과 비브라토(vibrato)를 특징으로 하는 이 악파의 대표 격 주자로 명성이 높다.

특히 세계 2차 대전 후 파리에서 열린 파리 음악원 정기 연주회 때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3번을 연주하여 ‘젊은 시절의 티보(Jacques Thibaud)의 재래’라는 평가를 받으며 첫 성공을 거두어 모차르트 전문가로서의 입지를 굳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알려진 대로 그가 피아니스트 하스킬(Clara Haskil)과 함께 한 소나타 연주는 최고의 찬사를 받는 것이며, 한편 협주곡 연주 역시 이에 버금가는 명반으로 오랜 세월 애호가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는 모노 시절인 1953~55년에 걸쳐 위작 한 곡을 포함한 협주곡 제1~6번 전곡을 녹음한 바 있다. 지휘는 1, 2, 5, 6번을 모차르트 연구가이기도 한 베른하르트 파움가르트너(Bernhard Paumgartner, 오스트리아)가 3, 4번은 루돌프 모랄트(Rudofl Moralt, 독일)가 맡았다. 이것은 청춘의 입김을 전해 주는 싱싱한 호연으로 기록된다.

한편 1961년부터 64년에 걸쳐 콜린 데이브스(Golin Davis, 영국)와 협연한 스테레오 녹음은 바이올린의 울림에 힘이 실려 있고 반주도 더욱 충실해진 것이다. 전 5곡의 연주 모두가 뛰어난 것이지만 5번의 연주가 가장 완성도가 높아 전곡 중 단연 백미를 장식하고 있다. 특히 3번의 경우도 좋은 연주라 할 수 있지만 스턴에게는 다소 미치지 못한다.

연주는 구녹음인 파움가르트너의 화사한 반주가 더 돋보이나 데이브스 역시 그에 못지않은 우미한 정감이 넘친 좋은 반주를 펼치고 있다. 1악장 서두부터 다소 날카롭게 시작되나 이내 그의 유려한 선율감에 푹 빠지게 되는 매혹적인 진행으로 이어진다. 섬세함과 선명한 울림을 지닌 그뤼미오의 유려한 바이올린은 단연 돋보이는 것으로, 자연스러우면서도 유창한 필치는 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탁월한 경지일 것이다.

특히 2악장 아다지오의 연주에서 그 특징이 잘 나타나 미려함의 극치를 이루며 아름다운 순수의 세계를 가슴 찡하게 그려 내고 있다. 반주가 조금은 무덤덤하다고 느껴지기도 하나 오히려 그뤼미오의 찬란한 아름다움의 연주를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다. 너무도 유창하지만 그 유연한 흐름 속에 말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가득히 담겨져 있다.

참고로 1악장 카덴차(cadenza)는 요하임의 것을, 그리고 2, 3악장은 자신의 카덴차를 쓰고 있다.

자료출처 : 불후의 명곡(허재, 책과 음악)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