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와 교향곡 41번
1788년 여름 3개월도 채 안 되는 극히 짧은 기간에 완성된 모차르트의 후기 3대 교향곡의 작곡 경위는 수수께끼로 남겨져 있다.
작곡 동기나 목적, 의뢰자 그리고 실제 연주 가능성 등 어느 하나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그래서 음악학자인 아인슈타인(Alfred Einstein, 1880~1952, 독일)은 ‘의뢰도 없고 직접적인 의도도 없다. 있는 것이라곤 연원에의 호소뿐’이라는 말을 남기고 있다.
한편 일설(一說)에는 두 가지 가정이 있다고 한다.
작곡 무렵 모차르트가 매우 궁핍한 생활을 하고 있었고, 심지어는 주위 사람들에게 의뢰를 구걸하다시피 하여 자신의 천재성을 훼손시키는 작품을 작곡, 경우 연명을 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새로운 교향곡’이라는 그럴듯한 제목을 붙여 런던의 흥행주 잘로몬(Johann Peter Salomon, 독일)의 관심을 끌어 어려운 생활로부터 벗어나려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잘로몬은 ‘주피터(Jupiter)'라는 제목을 생각해 내기도 한다.
다른 하나는 교향곡 38번 <프라하(Prague)>의 성공으로부터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보다 심화된 교향곡을 작곡하려는 갈망을 가졌고, 바흐가 <푸가의 기법(Die Kunst dre Fuge)>을 작곡했던 것처럼 자신도 순수한 음악을 위한 초절기교 연습곡적인 교향곡을 작곡했다는 것이다.
이런 수수께끼와 같은 작품의 대미(大尾)는 41번 교향곡 <주피터>가 장식하고 있다. 특히 이 곡은 1788년 8월 10일 불과 15일 만에 작곡되어 기적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진정 놀라는 것은 짧은 기간이 아니라 창조의 탁월함일 것이다. 그래서 로마 신화의 추고의 신인 ‘주피터(Jupiter)'란 별칭이 붙었고 또한 그에 합당한 최고의 작품으로도 손색이 없는 걸작으로 자리하는 것이다.
모든 슬픔과 격정을 드러낸 것이 전작인 40번 g단조 교향곡이었다면 그 옆에서 항상 구원의 영역을 추구했던 것은 바로 이 41번 <주피터>였던 것이다. 다른 그의 g단조 작품들도 예외 없이 늘 곁에 짝을 이루는 대비적인 작품이 존재하였는데 이는 그 어떤 내면적인 요청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은 “분명히 드러나기보다는 오히려 감추어져 있는 갤런트(gallant)적인 것과 학구적인 것의 융합이 <주피터>의 피날레에서 확실히 나타난다… 그것은 음악사에서 영원한 한순간이다.”라는 말을 남기고 있다. 결국 모차르트는 그의 최후의 교향곡에서 현란함과 웅대함의 극치 그리고 클라이맥스 악장에 푸가의 기법을 도입하여 요절한 한 천재의 승리의 찬가를 만들었던 것이다.
곡에는 하이든적인 것은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고 자신만의 특징을 한껏 드러낸 그리고 그 내용에 있어서는 베토벤에 육박하는 승리의 찬가라 할 만하다. 특히 전작 g단조 교향곡의 염세적인 어두움과 대조를 이루는 당당하고 화려한 것은 마치 베토벤의 5번 c단조 교향곡에 비유된다.
제1악장은 찬연한 빛남을 가진 당당한 위험의 악장인데, 음악적으로 강한 집중력의 긴밀하고 정밀한 구조가 감탄할 만하다.
2악장 안단테 칸타빌레(andante cantabile)는 모차르트가 흔히 즐겨 쓴 이탈리아의
콜로라투라(coloratura)풍의 화려하고 섬세한 것이다. 그래서 그 아름다움은 이 세상 것이라 여겨지지 않은 것이나 거기에는 억제된 정연함도 공존한다.
그리고 종악장인 4악장에는 푸가(fuga) 기법을 도입하여 흔히 이 교향곡을 ‘종곡에 푸가를 가진 C장조의 교향곡’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 만큼
대위법적인 전개가 실로 놀라우며 압도적인 감흥과 숨 막힐 듯 한 격정으로 곡을 맺는다.
출처 : 불후의 클래식(허재, 책과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