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반이야기
칼 뵘(Karl Bohm)의 모차르트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잘 알려진 것이다. 그는 스스로 ‘모차르트를 연주하다 모차르트의 고향에서 죽고 싶다’고 말을 할 정도였고, 1981년 8월 14일 잘츠부르크에서 열린 모차르트 음악 축제에 참가하였다가 그가 말한 것처럼 그곳에서 숨을 거둔다.
그는 모차르트 교향곡 41번 <주피터>에 남다른 애착을 보여 대단히 많은 수의 연주 기록을 남기고 있다.
1943년 빈 필하모닉과의 실황 연주, 49년 빈 필하모닉과의 SP 녹음, 50년 빈 필하모닉과의 실황, 55년 암스테르담 콘서트해보우와의 녹음, 59~68년 사이 베를린 필하모닉과의 전곡 녹음 중의 62년 연주, 72년 빈 필하모닉 도쿄 실황, 76년 4월 빈 필하모닉과의 녹음, 76년 9월 3일 영국 에든버러 음악제 빈 필하모닉 실황, 9월 14일 베를린 예술주간 베를린 필하모닉 실황, 79년 잘츠부르크 음악제의 빈 필하모닉 실황 연주, 80년 8월 빈 예술주간의 베를린 필하모닉과의 실황이 있다. 특히 70년대에 집중적으로 연주했음을 알 수 있다.
1940년대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연주는 젊은 시절인 만큼 활력이 넘치는 연주를 들려준다.
특히 작품 자체가 스스로 말하게끔 하는 해석의 기조가 돋보인 것으로 이에 공감을 토로한 연주이다. 또한 뵘의 모차르트 교향곡 41번의 마지막 정식 녹음으로 기록되는 1976년의 연주는 빈 필하모닉의 음색적 특징을 살린 노대가(老大家)의 만년의 심경과 원숙미가 돋보인 것이다. 그러나 다소 느린 템포의 주관적 흐름의 연주라서 거슬린 면이 없지 않아 음악적 완성도 면에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1962년 연주를 더욱 높이 평가하고자 한다.
또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카라얀과 연주할 때보다 뵘과의 연주에서 더욱 독일적 속성이 뚜렷해지며 좀 더 충실한 음악적 견고함을 보여주어, 뵘의 베를린 필하모닉과의 연주가 더욱 소중하게 여겨진다. 빈 필하모닉과의 일체감도 주목할 만한 것이지만, 특히 음악의 긴장감과 평형감이라는 면에서 베를린 필하모닉과의 정열적인 연주가 더욱 빛을 발하게 된다.
뵘의 모차르트 교향곡 연주는 음악이 지닌 감미롭고 부드러운 표정의 표출보다는 곡의 내면에 간직된 구성적인 아름다움을 충실하게 나타내고 있다. 이런 탓에 다소 덤덤한 표정을 보여주기는 하나 여타 경박한 연주에 비하면, 그 격조에 넘쳐나는 감흥은 남다른 감명을 전해 주기에 충분하고도 남을 만큼 탁월한 것이다.
연주는 뵘이 장년기를 구가하던 시절이라 패기와 음악적 충실도가 지극히 높다. 모차르트 음악이 지니는 감미로운 정서를 부각시키는 것이 아닌 구성적 아름다움에 빛나는 견실한 연주로, 음 하나하나를 철저하게 짚어 가면서도 확고한 조형감에서 우러나오는 감동은 실로 대단하다. 특히 2악장 안단테 칸타빌레에서의 단백한 시정은 단순한 부드러움을 초월한 진정한 아름다움에 빛난다. 그리고 종악장인 4악장의 기백에 찬 연주는 생기 있는 리듬감과 엄격한 박진감이 듣는 이를 압도한다.
일체의 가식과 허세를 완전히 배격하고 오직 음악적 본질에 접근한 연주로 담백한 조형미의 품격이 깊은 맛을 느끼게 하여 주는 연주이다. 이 연주를 다시금 듣노라면 새삼스레 그의 탁월한 음악성에 매료되어 실로 음악적 기도의 경지에 이르고 있음을 감지하게 한다.
자료출처 : 불후의 명곡(허재, 책과 음악)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