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ano Concerto No.23 in A major K. 488
작품 개요 및 배경
1786년 5월 1일, 모차르트의 신작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이 빈의 부르크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오페라 부파’의 한계를 뛰어넘어 희극과 비극이 절묘하게 공존하도록 한 이 작품은 1년 후에 발표될 <돈 조반니>와 더불어 훗날 그의 최대 걸작으로 거론될 운명이었다.
한편 이 오페라를 작곡하던 1785년 10월에서 1786년 4월 사이, 모차르트는 세 편의 피아노 협주곡을 나란히 작곡했다. 그 세 곡은 바로 [제22번 E♭장조(K.482)], [제23번 A장조(K.488)], [제24번 c단조(K.503)]였다. 공히 오케스트라에 클라리넷을 기용한 점이 눈에 띄는 이 세 곡은 모차르트가 남긴 스물일곱 편의 피아노 협주곡들 가운데 정점에 위치한다.
특히 1786년 3월 2일에 완성된 ‘제23번’은 친숙해지기 쉬운 선율과 단순 명쾌한 구성, 그리고 감명 깊은 느린 악장 등으로 인하여, 영화 ‘엘비라 마디간’에 사용된 [제21번 C장조]와 더불어 가장 대중적인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으로 꼽힌다.
모차르트 자신부터 이 작품을 각별하게 여겼던 것 같은데, 일단 그가 1786년 8월에 어린 시절의 후원자인 퓌어스텐베르크 공작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이 작품들은 저 자신, 또는 소규모의 음악애호가들과 감식가들로 이루어진 동아리를 위해서 남겨두었던 것으로서, 아마 다른 곳 어디에서도 알려져 있지 않을 것이고, 심지어 이 곳 비엔나에서조차 알고 있는 사람이 드뭅니다.”
다만 이 편지에서 거론된 ‘작품들’은 공작의 후원 약속에 대한 사례로 함께 발송된 다른 네 편의 피아노 협주곡(제16~19번)을 포함하므로, 이러한 언급이 딱히 ‘A장조 협주곡’만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어쩌면 그 모두가 단순한 ‘접대성 멘트’였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차르트가 유독 이 작품에 심혈을 기울였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 작품에 관한 첫 번째 스케치는 1784년(앞서 언급한 ‘다른 네 곡’이 작곡된 해이다)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모차르트가 협주곡 한 편을 완성하는 데 2년에 달하는 시간을 소요한 것은 무척 이례적인 일이다.
나아가 이 작품의 자필악보에서 피아노 파트는 처음부터 완전한 모습을 갖추고 있었으며, 세부까지 공들여 쓰였기 때문에 나중에 아무런 보충도 필요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차르트는 협주곡을 쓰면서 먼저 대략적인 스케치를 진행한 다음 나중에 보충하여 마무리하는 것이 보통이었기에, 이 또한 놀라운 일이다.
아울러 카덴차가 제1악장에만, 그것도 처음부터 완전히 작곡된 상태로 원래 악보에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일반적으로 ‘카덴차’는 독주자가 자신의 기량을 온전히 뽐내기 위한 장으로서, 작곡가는 독주자를 위해서 악보에 카덴차가 들어갈 자리를 비워두는 것이 관례였다. 모차르트 역시 대다수의 협주곡에서 카덴차의 자리를 비워두거나 따로 작곡한 악보를 추가로 마련했지만, 이 곡만은 예외였던 것이다. 더구나 이 협주곡의 다른 두 악장에는 카덴차가 들어갈 만한 자리도 남겨두지 않았다.
이 부분은 흔히 모차르트가 이 작품을 다른 협주곡들과는 달리 ‘완전한 유기체’로서 완성하려 했던 의지로 해석되며, 따라서 첫 악장의 카덴차는 ‘붙박이 카덴차’로 간주되곤 한다. 반면에 카덴차는 어디까지나 ‘독주자 고유의 영역’이라고 주장하는 연주자들도 있다. 일찍이 이탈리아의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인 페루초 부조니가 새로운 카덴차를 남겼고,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엘렌 그리모 등은 그 부조니의 카덴차를 사용해서 음반을 남기기도 했다..
곡의 구성 및 특징
이 협주곡의 주된 조성인 A장조는 모차르트의 다른 A장조 협주곡, 특히 [클라리넷 협주곡]을 떠올리게 한다. 그 만년의 걸작처럼 이 작품도 쾌활한 흐름 속에 깊은 서정미를 간직하고 있으며, 지극히 감명 깊은 아다지오 악장을 포함하고 있다.
제1악장: 알레그로, A장조, 4/4박자, 협주풍 소나타 형식
제1주제는 먼저 제1바이올린으로 제시되며 이어 목관에 의해 반복된다. 경과부를 지나 제2주제도 으뜸조에 의해 바이올린으로 연주되며 목관과 함께 반복된다. 비교적 짧은 코다에 이어 피아노가 단독으로 제1주제를 연주하고 다시 자유스러운 형태로 반복되며 관현악에 의한 경과부가 다시 나타나고 피아노에 의한 빠른 패시지로 E장조에 옮겨진다.
제2주제도 피아노만으로 제시되며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어울림을 지나 빠른 패시지를 거쳐 코다에 이르고 제시부를 마친다. 전개부는 새로운 주제로 시작하는데, 이것은 현악기로 제시된 후, 주제의 전반의 변형되어 목관에 피아노로 나타난다. 피아노는 빠른 패시지로 옮겨지며 이것을 반주하는 것은 현악기와 관악기에 의한 앞에서와 같은 변형된 음형으로 이루어진다.
이어서 피아노에 의해 제1주제가 재현되고 있다. 재현부는 제1바이올린과 목관악기로 제1주제가 연주되며 피아노가 장식하면서 이를 반복한다. 형식대로 경과부를 지나 제2주제는 으뜸조로 처음에는 피아노, 다음에는 목관악기로 재현된다. 전개부에 나타난 주제도 피아노에 의해서 재현되고 피아노의 패
시지를 이 음형으로 목관악기가 반주하고, 말미에는 카덴차가 서른 마디 정도 나온 후 코다로 넘어가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제2악장: 아다지오, f#단조, 6/8박자, 3부 형식
시칠리아의 리듬에 의한 조용한 주제가 피아노만으로 개시되며 제2바이올린의 반주로 목 관악기와 제1바이올린이 이 주제에 답하듯 아름다운 음형을 한 마디 늦게 연주해 간다. 이어 피아노가 주제를 변형해서 연주하며 A장조로 이어진다. 중간부에서는 플룻과 클라리넷이 새로운 선율을 연주하면 피아노가 이를 반복한다.
여기에 이어 목관과 피아노의 어울림이 계속되고 다시 처음의 주제가 피아노에 나타나며, 중간부의 주제도 보이면서 피치카토의 반주로 피아노가 천천히 도약 음정을 연주하다가 피아니시모로 조용히 끝을 맺는다.
2악장 아다지오는 잔잔한 선율과 단조의 조화로 쓸쓸하고 몽환적인 감성을 자아낸다. <출처: Wikipedia>
제3악장: 알레그로 아사이, A장조, 2/2박자, 론도 형식
론도 주제가 4번 나타나는 동안 매력적인 부주제가 몇 개 쓰이고 있는 것이 이 악장의 가장 큰 특징이다. 먼저 피아노에 의한 경쾌한 주제로 개시되는데, 이것은 제1바이올린으로 반복되어 관현악만의 경과부로 들어간다. 이어서 부주제가 피아노에 나타나서 클라리넷이 전반을 반복, 피아노의 패시지로 E장조로 바뀐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부주제가 c단조로 목관과 제1바이올린으로 나타나며 피아노가 이를 반복한다.
피아노에 의한 경과구에 옮겨지고 최후에는 코다풍의 선율이 다시 피아노로 나타나 목관으로 반복된다. 드디어 론도의 주제가 재현되고 제 1바이올린
으로 반복, 그대로 전개되어 올린C장조로 종지한다. 올림 f단조가 된 다음에는 피아노의 패시지가 계속되며 목관과 더불어 반복되고, 다시 피아노의 분산 화음을 타고 클라리넷이 D장조의 새로운 주제를 연주하고 피아노가 이를 반복한다.
이어서 전반에 나왔던 부주제들을 재현한 후, 피아노의 경과부에 이어 코다풍의 주제가 나타난다. 이어서 론도 주제가 피아노로 재현, 현악기로 반복. 경과부를 지나 피아노에서 목관으로 이어지며, 이로써 모차르트 음악의 주요 특징들이 골고루 배합된 가장 세련된 협주곡은 더없이 상쾌하게 마무리된다.
글 출처 : 클래식 음악 감상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