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와 피아노 협주곡 제23번
모차르트는 1780년대 정확히 말해 1784년에 6곡, 85년에 3곡(20, 21, 22번), 86년에 3곡(23, 24, 25번)의 피아노 협주곡을 집중적으로 작곡한다.
특히 1786년에는 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Le Nozze di Figaro)>을 비롯하여 교향곡 38번<프라하(Prague)>도 완성했으니 그 천재적 능력은 참으로 대단한 것이다.
이런 시기에 나온 피아노 협주곡은 고전파 협주곡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최상의 것들로 하이든 연구로 유명한 음악 학자 랜든(Robins Landon, 1926~ , 미국)은 “이들 협주고고에서 모차르트는 형식, 악기의 사용법 선율, 화성 모든 면에서 하이든을 계승하고 또 그것을 고도로 완성시켰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 작품들의 완성도가 매우 높음을 시사하는 지적이 아닐 수 없다.
23번 협주곡은 표현의 밀도가 아주 높은 작품으로, 독주로 넘어가기 전 맛보기 풍의 손가락을 고르는 즉흥구인 아인강(eingang)을 생략했고 관현악과 독주 악기가 각각 제시하던 주제를 통일함으로써 교향적 색채와 긴장감을 한껏 높이고 있다. 또한 모차르트가 남긴 단 두 곡의 단조 협주곡은 20번과 24번인데, 23번은 장조의 조성임에도 오히려 단조 조성의 협주곡을 능가하는 더 어둡고 한없는 슬픔이 깃들어 있다.
말하자면 이 해 일련의 작품을 통해 유럽 각지에서 발달하고 있는 고전주의의 모든 스타일을 섭렵하고 그것들을 통일시켜 거기에다가 자신만의 색을 입힌 것이다. 음악학자 아인슈타인(Alfred Einstein, 1880~1952, 독일)은 이런 A장조의 조성을 교회의 다채로운 스테인드 그라스의 투명성과 같다고 했는데 이런 내향성이 오히려 듣는 이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1악장은 만년의 명작 클라리넷 협주곡 K.622와 비슷한 슬픈 분위기를 가지고 있고 특히 2악장 아다지오는 체념의 흐느낌이 전해진다. 한마디로 내면적인 그리고 독특한 모차르트만의 음영이 짙게 드리워진 절품으로 어쩔 수 없는 우울함이 가득하다. 한편 3악장은 아이슈타인의 지적한 ‘신선한 바람과 햇볕이 어둡고 침침한 방안에 싱싱하게 흘러드는 듯하다’란 말이 아주 가슴에 와 닿는다.
출처 : 불후의 클래식(허재, 책과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