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델스존과 교향곡 4번
멘델스존의 교향곡의 수는 일반적으로 5곡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론 ‘현악을 위한 교향곡’ 13곡을 포함한다면 모두 18곡으로 늘어나게 된다. 멘델스존은 그의 나이 15세도 되기 전인 1821년부터 1823년까지 10대 초기에 현악을 위한 교향곡을 모두 13곡 남기게 된다.

이 중에 10번은 단악장의 곡이고, 13번은 1악장의 미완성곡이다. 이들 곡은 습작 내지는 시험적인 작품들로 보는 견해가 많고 19세기 후반에 멘델스존 작품 전집 출판 때도 제외되기에 이른다. 그래서 Op.11번이 그의 교향곡 제1번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멘델스존 자신은 이 교향곡 1번의 초고에는 그의 13번째 교향곡이 되는 것이라서 제13번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현재는 일반적인 교향곡 5곡(제1~5번)과 초기의 현악을 위한 교향곡 12곡(제1~12번, 미완성 제외)을 구별하고 있다.

제4번 교향곡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탈리아 풍물에서 받는 인상을 소재로 한 것인데 그렇다고 표제적인 것은 아니다. 이탈리아 소재를 사용한 것은 이탈리아 무곡 살타렐로(saltarello)의 형태로 된 4악장뿐이며 다른 악장은 간접적으로 연상될 따름이다. 말하자면 고전적인 형태를 지니면서 멘델스존 특유의 우아하고 낭만적인 내용을 표출해 낸 곡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멘델스존은 20세인 1829년부터 1832년에 걸쳐 영국, 이탈리아(로마와 나폴리(, 스위스, 프랑스 등지를 여행하게 되는데, 특히 1830년 11월부터 약 6개월간 로마에 머무르면서 로마인들의 흥청거리는 축제와 교황 그레고리우스 16세의 장엄한 즉위식을 보게 된다. 그는 1831년 누나 파니(Fanny Cacilie Mendelssohn)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탈리아> 교향곡은 상당히 진척되었다. 이것은 내 작품 중 가장 성숙한 작품이 될 것이며 특히 4악장 프레스토가 더욱 그러할 것이다”라고 하고 있다.

멘델스존은 영국을 10회나 방문하는 등 영국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었고, 1832년 런던의 로열 필하모닉 협회로부터 작곡을 위촉받게 된다. 그래서 이미 착수하고 있던 이 곡을 1833년 베를린에서 완성시키고 이것과 함께 <핑갈의 동굴> Op.26과 <트럼펫> 서곡 Op.101을 협회에 제출한다. 초연은 1833년 런던에서 자신의 지휘로 이루어졌고 대성공이었다.

하지만 멘델스존 자신은 이 작품에 만족하지 못했는지 곡을 개정하게 된다.
특히 4악장에 불만족을 드러냈다. 그래서 개정에 착수 2, 3, 4악장을 수정하여 1837년 12월 자신의 피아노 협주곡 초연자이자 작곡가인 모셸레스(Ignaz. Moscheles, 체코)에게 보낸 편지에서 개정된 작품의 완성을 알리고 있다.

이 개정된 작품은 1838년 6월 런던에서 초연 된다. 그렇지만 이런 것에 만족하지 못해 독일 내에서 초연이나 출판은 하지 ㅇ낳았고 사후인 1849년 11월 1일 개정에 도움을 준 첼리스트이자 작곡가인 리히즈(Julius Rietz, 독일)의 지휘로 라이프찌히 게반트하우스에서 비로소 초연되었다. 출판은 1851년 라이프찌히에서 유작 19번 Op.990으로 출간된다. 그래서 1830년 완성된 5번 <종교개혁> Op.107이나 1842년 완성된 3번 교향곡 <스코틀랜드> Op.56보다 먼저 작곡되었음에도 번호상 4번이 된 것이다.

독일 북부 함부르크 출신인 멘델스존이 직접 방문하게 된 남부의 세계인 이탈리아의 모습은 독일 예술가들의 본성에 깃든 남국적인 것에 대한 동경을 깨우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이것은 남국을 동경한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와 교류를 가진 것에도 기인한다. 토마(Ambroise Thomas, 프랑스)의 오페라 <미뇽(Mignon)>으로 널리 알려진 괴테의 소설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1796년)에 나오는 싯귀절 ‘그대가 아는가 저 남쪽 나라를, 저 레몬꽃 피는 나라를…’에서 비춰진 남국에 대한 동경을 알 수 있다.

결국 독일적인 엄격한 현실주의와 남국적인 예술 기질의 이원적 단면으로 이어져 <이탈리아>라는 작품 탄생의 밑거름이 되는 것이다. 이런 것은 곡상으로 이어져, 남국 이탈리아의 빛나는 하늘을 보고 느낀 쾌활한 행복감 그리고 청춘의 낭만의 1악장, 종교적 행렬에서 받은 인상과 소녀의 기도와 같은 애상을 담은 2악장, 북유럽의 미뉴에트풍인 3악장 그리고 도취된 환락을 보여주는 듯한 이탈리아 무곡 살타렐로(saltarello)나 타란텔라(tarantella)의 4악장 프레스토가 바로 그것이다.

말하자만 이 교향곡은 레몬꽃이 피어나는 밝은 햇살의 언덕과 찬란한 고대 문명의 나라인 이탈리아에서 청춘을 구가하는 한 젊은 예술가의 상징이라고 하겠다. 그래서 멘델스존의 친구였던 슈만도 “이 교향곡은 듣는 이를 이탈리아의 하늘 아래로 이끌고 간다. 이 곡에서 이탈리아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라고 하고 있다.

글 출처: 불후의 클래식(허 재, 책과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