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반 - 명연주이야기
작품의 배경으로 볼 때 북구의 멘델스존 작품을 남국의 토스카니니가 재현한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예술적 합일점을 도출하게 된다.
이것이 철학자 니체가 정립시킨 예술상에서의 유형인 아폴론(apollon, 주지적 경향)적인 것과 디오니소스(dionysos, 동적인 경향)적인 것을 교묘히 결합시킨 이상적인 연주를 창출하게 되는 것이다.
아폴론적인 것은 고전적인 조형미이며, 디오니소스적인 것은 낭만적인 시정이 되는 것이라서, 이것을 아름답게 통합시키고 있는 것이다. 물론 토스카니니의 전체적인 연주 경향이 다소 활달한 측면에 치우쳐 있는 것이기는 하나, 그 기저에는 정적인 명확한 조형감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토스카니니가 보여주는 <이탈리아> 교향곡의 모습은 엄격함을 갖춘 풍부한 선율적 노래의 극치인 것이다.
연주는 이탈리아 출신다운 기질을 십분 발휘한 낙천적인 기량과 그의 지휘 성향인 완벽하고도 박진감 넘치는 필치가 이루어 낸 역작의 결정체로 자리한다. 제 1악장 알레그로부터 그의 시원스럽고 직진 성행의 거침없는 진행이 가슴을 후련하게 해 주는 청량감을 남김없이 전한다.
더욱이 남국의 유연한 따스함도 겸비한 쾌적함은 과연 토스카니니만의 위대한 필치라 하겠다. 비교적 차분한 2, 3악장을 지나 4악장 프레스토에 이르면 디오니소스적인 살타렐로 무곡이 절정을 이루며 찬란한 명연이 이룩된다. 특히 역동감이 충만한 현악 파트의 탄력적인 리듬감은 극치를 이룬다. 이렇게 토스카니니가 죽기 불과 3년 전인 87세에 보여준 노익장은 실로 대단한 것이다. 이탈리아의 따듯한 기운이 전편을 감돌면서 그 강렬하게 진동하는 듯한 집중력의 유동감은 하나의 전설로 남을 연주를 만들고 있다.
토스카니니가 들려주는 <이탈리아> 교향곡의 연주는 비록 모노 목임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것을 능가하는 연주는 없을 정도의 최고 연주이다. 그리고 1942년 구녹음이 있기도 하나 녹음이 많지 않음으로 이 연주에 대한 강한 자신감과 만족감을 짐작할 수 있다.
글 출처: 불후의 클래식(허 재, 책과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