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mphony No.5 in c minor Op.67 흔히 베토벤 교향곡 제5번을 ‘운명’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쉰들러(Anton Felix Shindler, 1795~1864, 독일)가 1악장 1주제 운명의 동기 4음에 대해 베토벤에게 묻자 “운명은 이와 같이 문을 두드린다”라고 한 것에서 연유된 것이다. 하지만 현재에는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만 <운명>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지, 세계적으로는 그냥 베토벤의 교향곡 5번 c단조라고 한다. 다만 독일 쪽에서 가끔 운명 교향곡(Schicksal Symphonie)이라고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어찌되었든 적절한 표현의 부제가 아닐 수 없다. 이 유명한 운명의 동기 ‘따따따딴~’은 베토벤이 빈의 숲을 산책하다가 새의 소리를 듣고 착안한 것이라고 하는데, 특별한 것이 아니고 이미 하이든이나 모차르트 교향곡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으로 4개 음표의 움직임은 아무 변화가 없는 그저 평범한 것이다. 그러나 베토벤은 이런 평범한 것을 전곡의 중심 동기로 부각시키며 완벽한 구성의 곡상으로 제시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이것이 극적인 장대한 울림으로 변화시켜 사람들에게 큰 감명을 주고 있으니 하나의 경이와도 같은 위대함이라 하겠다. 작곡에 착수한 시기는 분명하지 않지만 대개 교향곡 3번 <영웅>을 완성한 직후인 1804년부터라고 한다. 하지만 이미 그 스케치는 1803년이나 일설에는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완성은 1808년인데 이렇게 본다면 단기간에 쓰여진 속필이 아니라 매우 신중을 기한 많은 노력과 영감이 이루어 낸 산실이라 할 것이다. 그러기에 작품에는 그 누구도 따를 수 없는 견고하고 정밀한 구성의 완벽성이 살아 숨쉬는 것이다. 초연은 1808년 12월 22일 빈에서 베토벤 지휘로 이루어졌고, 당시는 오늘날과 달리 교향곡 5번 F장조 <전원>, 6번 c단조로 되어 있었다. 이 초연은 대실패였는데 작곡가 라이하르트(Johann Friedrich Reichardt, 1752~1814)는 ‘너무 크고 빈틈이 없이 꽉 찬, 그리고 지나치게 긴 교향곡’이라 평하였다. 당시로는 이런 작품은 파격적인 것이었고 30분 남짓 되는 곡도 무척 긴 곡에 속하여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던 것이다. 명작이란 늘 시대를 초월하는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러나 곡이 파리에서 연주되었을 때는 한 노병이 ‘황제다’라고 외쳐 황제 교향곡으로 불리기도 하여 그 가치를 인정받았고, 베를리오즈의 스승이자 베토벤에 대해 회의적 태도를 가졌던 르 쉬외르(Jean-Francois Le Sueru, 1760~1837)는 “연주가 끝난 후 모자를 쓰려했는데 머리가 어디 있는지 찾지 못했네. 이런 음악은 다시는 작곡되어서는 안 될 것이야”라고 했다고 한다. 이에 베를리오즈는 “선생님 그런 염려는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 누구도 이런 작품을 다시는 쓰지 못할 테니까요!”라고 답하였다. 또한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1749~1832)역시 ‘그저 경탄할 수밖에 없는 위대한 음악이다.’, ‘하늘이 당장에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은 느낌이다’라는 말을 남기는 등 많은 찬사가 이어졌다. 1악장은 마치 운명의 목을 비트는 듯한 강력한 힘을 보여주며, 이는 내적 사상으로 억압된 분노이자 베토벤 자신의 남모를 실의와 고뇌이다. 2악장은 코끼리가 좋아서 춤추는 듯한 평화로운 것으로 명상적이며 아름다운 안단테(andante)이다. 특히 3악장에서 끊이지 않고 4악장으로 들어가는 부분은 모든 고난과 공포의 비극을 극복하여 마침내 승리의 개가를 구가하는 멋진 표현으로 인간적 자유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한마디로 암흑에서 광염으로의 팡파르라 하겠다. 베토벤 스스로가 말한 ‘괴로움을 넘어 기쁨으로!(Durch Leiden Freude)'. 이 곡은 베토벤의 불굴의 의지가 음악적으로 투영된 새로운 시대의 정신과 새로운 음악을 창조하고 있고 세상이라는 무대에 올려진 운ㅂ명적 비극인 것이다. 자기의 불행을 통해 환희를 만들어 낸……. 슈만도 이 곡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이 작품은 아무리 여러 번 들어도 언제나 우리들에게 변함없이 힘을 준다. 마치 자연 현상들이 아무리 빈번히 일어날지라도 그것은 항상 우리들의 마음을 두려움과 놀라움으로 채워 주는 것처럼.” 출처 : 불후의 클래식(허재, 책과음악)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