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반이야기
드보르작 바이올린 협주곡은 전체적인 조형의 통일감이 다소 부족하고, 독창적인 어법 등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되어 연주 상에 있어서 극복해야 될 난점이다. 그래서 연주 음반의 수도 그리 많지 않고, 좋은 연주 역시 매우 드문 편이다.
그러나 체코 출신의 요셉 수크(Josef Suk, 1929~ )가 남긴 이상적인 연주를 통해 곡의 우수성은 인식함은 물론, 여타 명 바이올린 협주곡에도 손색이 없는 국민악파를 대표하는 매력 넘치는 협주곡으로 자리하게 된다. 더불어 수크는 작곡가인 드보르작의 외증손자라는 정통성을 가지고 있다.
수크는 이 곡의 연주를 실황을 포함 모두 4종을 남기고 있다.
1960년 안체를(Karel Ancerl, 1908~1973, 체코)과 체코 필하모닉의 연주(SUPRAPHON), 63년 안체를과 체코 필하모닉의 잘츠부르크 실황, 64년 서전트와 BBG 심포니와의 실황 그리고 78년 노이만과 체코 필하모닉의 연주를 남기고 있다. 이 중 음질 상으로는 오니만과의 연주가 주목할 만한 것이나, 가장 완성도 높은 것은 관현악의 구성력이 돋보인 안체를과의 첫 녹음인 1960년 연주라 하겠다.
두 번째 안체를과의 잘츠부르크 음악축제 실황 연주는 첫 녹음과 해석의 기조가 동일한 것으로 연주 시간도 절묘하게 일치한다. 그만큼 수크와 안체를의 연주는 이 곡의 해석에 있어서 하나의 정점을 이루고 있었던 것이다. 1960년 연주가 스튜디오 녹음답게 자연스럽고 느긋한 완벽에 가까운 연주를 보여주는 것이고, 1963년 잘츠부르크 실황은 이런 기조를 바탕으로 실황만이 가지는 긴장감을 첨가시켜 또 다른 명연주를 창출하고 있다. 특히 투박함이 느껴지는 것이 마치 보헤미아의 정감을 나타내는 듯하여 감흥의 여운이 참으로 길다. 그러나 전체적인 음악적 완성도 면에서는 역시 1960년 연주를 최고라 할 것이다.
이런 연주는 첫 악장부터 남다른 애정과 깊은 공감에서 우러나오는 아름다운 정서가 정중함으로 나타나 있다. 수크는 감미롭지만 속이 꽉 찬 짜임새 있는 음색으로 섬세한 표정의 다정한 친근감과 완벽한 구성력을 보여준다. 그리고 지휘를 맡은 안체를은 한치의 흐트러짐 없는 탄탄한 구성력으로 바이올린을 감싸며, 잔 기교를 부리지 않은 우직함으로 곡의 본질을 꿰뚫는 듯한 일사불란한 반주를 펼치고 있다. 이런 안체를의 뛰어난 반주는 같은 출신의 지휘자인 노이만과의 연주에서 나타난 부진함에서 더욱 극명하게 알 수 있다. 체코를 대표하는 지휘자로서 널리 알려진 노이만이지만 안체를의 깊은 음악성에는 결코 미칠 수 없음이다.
한마디로 곡의 이상적 재현이라 할 만한 연주로 듣노라면 마치 우리네 고향 시골의 흙내음과 같은 구수함이 배어 있어 남다른 감회에 젖게 된다. 특히 이 연주의 백미라 할 수 있는 2악장 아다지오에서 보여주는 처량한 음색과 그윽한 감미로움이 고향을 그리는 아름다운 심정을 읽어 내고 있어 감명의 여운이 길게 남는다.
자료출처 : 불후의 명곡(허재, 책과 음악)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