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와 교향곡 제2번
  1977년 6월 브람스는 그의 교향곡 1번은 완성한 후 바로 교향곡 2번 작곡에 착수하게 된다. 21년간의 긴 세월 끝에 탄생한 교향곡 1번의 성공에 고무되었는지는 몰라도 2번 교향곡의 작곡은 이례적으로 짧은 기간인 세 달 만에 완성되었다. 또한 그 내용에 있어서도 전작인 1번의 육중함과는 달리 즐겁고 명랑한 쾌활함이 넘쳐흐르고 있다.

  곡이 작곡된 곳은 남오스트리아 베르타의 호반 페르차하(Portschach)로 알프스 산들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이곳은 나중에 2년 동안 피서를 올 정도로 브람스의 마음에 드는 곳이었고, 그래서 이런 환경과 분위기를 반영한 명작들을 탄생시키게 되는데 2번 교향곡을 비롯하여 바이올린 협주곡, 바이올린 소나타 제1번, 2개의 랩소디가 바로 그것이다.

  또한 출판업자인 짐록(Fritz Simrock, 1837 ~ 1901, 독일)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곳은 정말 즐거운 곳입니다. 당신은 아마 이 마을처럼 기분이 좋고 친근한 곳을 당신의 여행지에서는 찾아내지 못할 것입니다”라고 할 정도였다.

  이렇듯 브람스는 페르차하에서 즐거운 생활을 만끽하였고 이런 생활에서 얻는 감정과 영감을 바탕으로 단기간에 교향곡 2번을 써 내려갔던 것이다. 그래서 브람스의 전기 작가 칼베크(Max Kalbeck, 1850 ~ 1921)도 이런 전원적인 즐거움과 풍경에서 곡이 탄생한 것이라 설명하고 있다.

  작곡 중에 브람스는 평론가 한슬린(Eduard Hanslick, 1825 ~ 1904, 독일)에게 보낸 편지에서 ‘밝고 사랑스러운 곡’이라 하였고, 또한 니이만은 그의 저서 《브람스》(1920년)에서 베토벤의 교향곡 6번 <전원>에 견주어서 이 2번 교향곡을 브람스의 ‘전원 교향곡’이라고 하였다. 물론 베토벤의 경우처럼 자연을 찬미한 것은 아니지만 곡 전체에 흐르는 목가적인 분위기가 전원적인 느낌을 전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브람스가 그의 친구이자 외과 의사인 빌로트(Theodor Billroth, 1829 ~ 1894)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행복하고 즐거운 분위기가 이 작품 전체에 넘치고 있네. 거기에는 완벽주의가 분명히 나타나 있고, 맑은 생각과 따뜻한 감정이 무리 없이 흐르고 있네. 페르차하는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가?”라고 하고 있다.

  이런 교향곡 2번은 1번과는 달리 내용적으로 투쟁을 통한 승리나 암흑에서 광명 같은 것은 결코 아니다. 먼저 규모에 있어서 매우 간결하고 또한 1번에 비해서도 작은 것인데, 브람스가 여자 친구인 피아니스트 헤르초겐베르크(Elisabeth von Herzogenberg 1847 ~ 1892)에게 보낸 편지에서 “ 이 새로운 작품은 단순한 신포니아(Sinfonia)에 불과하다”라고 할 정도였다. 그리고 출판업자 짐록에게 보낸 편지에서 ‘ 새 사랑스러운 괴물’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데, 이것은 당시 베토벤의 교향곡 2번이 초연 될 당시 ‘괴물과 같다’라는 평을 생각하면서 한 표현이고 이것보다는 사랑스럽다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말하자면 브람스로는 보기 드문 해방감의 자유로운 그러면서도 사랑스런 작품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곳곳에는 브람스 특유의 우수가 감도는 것 또한 간과할 수는 없다.

  1악장은 유연한 전원적 정서가 넘치는데 이런 가운데서도 어딘지 모르게 쓸쓸함이 감돈다. 그래서 음악학자이자 지휘자인 크레츠슈마르(Hermann Kretzschmar, 1848 ~ 1924, 독일)는 ‘숭고하면서 탁하지 않은 빛을 던지는 저물어가는 태양의 즐거운 풍경’이라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2악장의 아다지오는 문득 명상에 잠기며 체념하는 듯하며, 3악장은 리히터가 초연 할 당시 앙코르를 받을 정도로 친숙한 분위기인데 음악학자 가이링거(Karl Geiringer, 1899 ~ 1989)는 “브람스의 모든 교향곡 중에서 가장 이해하기 쉬운 악장이다”라고 하고 있다. 종악장은 고독하고 내성적으로만 알려진 브람스가 아니라 억누를 길 없는 흥분을 폭발시키는 클라이맥스이다. 이렇게 브람스도 정열을 내면으로만 속 태운 것이 아니라 마음껏 불출하기도 한 것을 알 수 있다.

  흔히 전원 교향곡으로 대변되는 2번 교향곡이지만 그 이면에는 그가 인생에서 느꼈던 즐거움과 행복 그리고 내면의 우수가 정열적으로 발산하던 것을 보여주는 의미가 남다른 작품이라 하겠다.

출처 : 불후의 클래식(허재, 책과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