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rliner Philharmoniker
명반이야기

브람스 음악의 성격과 걸맞은 지휘자라면 클렘페러를 연상할 수 있다. 느린 템포와 중후함 그리고 생기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그의 지휘 특성이 브람스와 매우 잘 맞아 보인다.

그러나 젊은 시절 그는 매우 급진적이며 다혈질의 음악가였다.
빠른 템포와 리듬도 매우 예민하였고 전체적인 스케일도 작고 장황하지 않은 개운한 것이었다.

1940년대 후반 연주를 들어보면 만년의 연주와는 전혀 다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그는 많은 병마에 시달리며 그것을 극복하면서 자신의 음악은 큰 변화를 겪데 된다. 특히 1951년 영국에 정착하면서부터 템포가 느려지며 스케일이 커지는 변화를 맞이하게 되고, 결국 1960년경부터는 음악적 완성도를 갖춘 설득력 있는 연주들을 선뵈게 된다.

물론 극단적으로 느린 템포와 텁텁한 분위기의 연주이지만, 정신적 중량감과 음악적 충실함 그리고 내면에서 타오르는 정열감으로 외곬수의 구도심을 표출하는 일체의 타협이 없는 위대한 음악을 만들어 내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런 특징이 꽃을 피운 연주는 1961년 녹음된 브람스의 <독일 진혼곡>이었던 것이다. 더욱이 곡 자체의 성격이 클렘페러 연주 경향과도 아주 걸맞은 것이어서 이 곡의 대표적인 연주로 손꼽히게 된다.

물론 그의 연주에서 늘 느껴지는 유리하지 못하고 감각적인 매력이 결여된 무뚝뚝한 경향이지만 음악 내면에 잠재된 정신적 고양감은 단연 빛을 발한다. 또한 슈바르츠코프(Elisabeth Schwarzkopf, 폴란드)의 기품과 절절한 호소력의 피셔-디스카우(Dietrich Fischer-Dieskau, 독일)의 절창도 연주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하고 있다.

연주는 클렘페러다운 매우 묵직한 표현의 고전적인 전통을 강조하는 연주이다. 곡에 대한 진지하고 엄격한 접근 방식을 통해 곡 자체의 감추어진 슬픔과 비통함을 유유히 전해 주고 있다. 무게감이 과하다고도 할 수 있으나 부담스러울 만큼의 중압감은 아니며, 아름다운 화성의 중요성도 잃지 않고 있는 탁월한 것이다.

제2곡(Denn alles Fleisch es ist wie Gras) 연주가 조금은 답답한 진행이나 은은한 긴장감은 다른 이들이 범하기 힘든 클렘페러만의 독창적 필치이다. 특히 제6곡( Denn wir haben hie keine bleibende Statt)의 장엄한 진행은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내부에서 맹렬히 타오르는 정신적 희열은 그야말로 감동의 장을 당당하게 펼쳐 보인다. 브람스적 심오함, 독일적 깊은 맛을 슬픔의 정과 죽음에 대한 위엄으로 자연스럽게 표출하고 있다 할 것이다.

클렘페러의 중후함이 물씬 풍기는 장엄한 연주로 피상적인 웅장함이 아닌 높은 정신적 충만감의 자성적 깊이는 범인들이 이루 헤아리기 힘들 정도이다.

참고로 클렘페러의 <독일 진혼곡> 녹음은 1956년 쾰른 방송 교향악단과의 실황과 58년 빈 필과의 실황을 남기고 있어 스튜디오 녹음은 여기 61년 것이 유일한 것이다.

자료출처 : 불후의 명곡(허재, 책과 음악)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