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mphony No.6 in b minor Op.74 - 'Pathetique'

작품의 개요 및 배경
   차이코프스키의 최대 걸작인 이 제6번 교햑곡은 1893년 10월 28일, 페테르스부르크에서 작곡자 자신의 지휘로 초연되었다. 이 작품은 그의 말대로 그가 제일 좋아하는 교향곡일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의 그의 작품 중 최고의 것이라고 할 만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초현 했을 때는 그리 환영을 받지 못하였다.

   그런데 1893년 11월 1일, 그가 요리집에서 회식을 하면서 냉수를 마셨는데, 그 당시 콜레라가 유행했던 때이다. 다음 날 그는 콜레라에 걸려 그만 작고하고 말았다. 그가 죽은 후 11월 18일에 이 작품을 재차 공연했을 때는 청중들에게 큰 감명을 주었으며 마지막 악장에서는 흐느껴 우는 청중까지 있었다고 한다.

   이 표제를 처음에는 그 동생이 비극적이란 말로 생각했으나 차이코프스키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다시 동생이 비창이 어떠냐고 하자 차이코프스키는 좋은 표제라면서 악보에 그 같이 써 넣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차이코프스키는 그 당시 인생에 대한 절만감이 더욱 심해졌다. 그러기에 이 작품에는 구제될 수 없는 번민이 점재해 있다. 여기에는 끝없는 비탄과 격정, 그리고 인간에의 동정을 담았다고 하겠다. 그러므로 세상에 잠재되어 있는 모든 고민과 비애를 대표할 만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작품의 구성

제 1악장 Adagio - Allegro non troppo b단조 4/4박자 소나타 형식
   콘트라베이스의 공허한 화음을 배경으로 파곳이 신음하는 듯한 어두운 동기를 연주한다.
이것이 다른 악기에 계승되어 전개된 뒤, 제1주제의 주동기로 된다. 그것은 또 변주로 반복되어 나아가서는 종악장에 새로운 주제를 파생케하여 그것이 반복진행하고 또 템포나 음형을 변주하여 이 모티프로서 전 악장을 일관하게 하는 것이다.

   이 주동기는 후고 리만도 지적한 바와 같이 베토벤의 "비창"소나타의 서주 주제와 같은 모티프에 의한 것으로 더군다나 "비창적"이라는 표제까지 똑같다는 것은 단순한 우연의 일치였을까.

   그러나 이 표제는 작곡자의 동생 모데스트 차이코프스키의 제안에 의해 초고(草稿)의 표지에 적어 넣었다 한다.
특별히 경이적인 콘트라스트를 나타내어 전 악장에 중요성을 주는 것은 제2주제(Andante D장조)로, 폭이 있고 힘차며, 애수가 있고 위무에 차 있으며, 환희에 들뜬 찬가와도 같다. 차이코프스키의 선율 중에서도 가장 애호되고 있는 것의 하나이다.

   이 주제는 목관에 의한 리드미컬한 악상을 사이에 두고 반복 고양되다가 파곳의 독주로 쓸쓸하게 자취를 감춘다. 그리고는 기다렸다는듯이 전개부로 들어가는데, 두 개의 주제를 중심으로 폭풍우같은 악상이 전개되고 금관악기의 요란한 포효를 섞어 소나타 형식의 전개부가 가지는 극적인 매력을 충분히 맛보게 한다.

   이 격렬한 기분을 지닌 채 재현부로 들어가서 덮어씌우듯이 제1주제가 재현되어 듣는 사람을 비탄의 밑바닥으로 끌어내리고 만다. 이윽고 안단테로 바뀌는데 슬프고 체념한 듯한 제2주제가 조심조심 재현되어 멋진 대조를 이룬다. 이후 종결부에서는 고조를 보임이 없이 단순한 현의 피치카토 리듬은 쓸쓸한 관(管)의 주선율을 반주하여 언제인지 모르게 조용한 종지를 한다.

제2악장 Allegro con grazia D장조 5/4박자 세도막 형식
   5박자란 2박과 3박을 합친 불안정한 박자로서 러시아 민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악장 전체가 익살스런 왈츠같은 인상을 준다. 3부구조를 취하고 있으며, 제1부와 제3부를 구성하는 기본주제가 선율적, 율동적으로 어디까지나 러시아적인데 주목되지만, 전체적으로는 경쾌한 템포로 진행되면서도 이 익살에서 어두운 애수가 스며나와 야릇한 매력을 풍기고있다.

   중간부의 악상은 감미로운 엘레지를 연상시켜 감상(感傷)을 자아낸다. 제3부가 재현한 다음에도 음력적인 고조를 보이지 않고 잠자는 듯하다.

제3악장 Allegro molto vivace G장조 4/4박자 스케르초와 행진곡을 합친 두도막 형식
   독특한 창의에 의한 절묘한 중간악장으로서, 제2악장과는 구성이 새롭다는 점에서 좋은 대조를 이룬다. 즉, 음악적으로 골자(骨字)를 이루는 것은 쾌적하기 이를데 없는 4/4박자의 행진곡주제이지만, 질풍처럼 간단없이 유동하는 경쾌한 세잇단음표의 스타카토음형이 여기에 뒤엉켜서 요정의 춤을 생각케하는 스케르쪼의 성격을 동시에 나타낸 것이다.

   먼저 스케르쪼 주제는 12/8박자로서 우선 바이올린으로 연주되지만, 이윽고 분명 4/4박자 행진곡 주제의 단편이 얼굴을 내밀기 시작한다. 중간적인 악상을 사이에 두고 스케르쪼와 행진곡의 악상이 번갈아 나타나고 팀파니의 강타와 심벌즈의 울림속에서 최고조에 달한다.

   그리고는 행진곡 주제의 단편이 겹쳐지면서 곡상은 강렬한 코다를 향해서 나아간다. 4개의 악장 중 유일하게 찬연한 종지를 하는 악장으로, 차이코프스키의 탁월한 기법이 백열적인 효과를 올리는 악장이라고 보여진다.

제4악장 Adagio lamentoso b단조 3/4박자 세도막 형식.
   차이코프스키 마지막 탄식의 노래이며 애가(哀歌)이다.
   "비창"의 이름에 적합할 정도로 비통한 정서를 띤 악장으로 교향곡의 종악장으로서는 드문 것이다.
   그는 이 대목에 펜을 달리면서 "진혼곡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는 것을 어찌할 수 없었다고 호소하듯, 울부짖는 아다지오의 주제는 현의 강주로 시작되는데, 제1주제는 비통한 인상을 주면서 반복되고 이윽고 투티의 fortissimo로 고조된 뒤 pianissimo로 떨어진다. 이 부분이 반복되고 음계적으로 하강하는 파곳의 독주를 거쳐 애절하기 이를 데 없는 안단테의 제2주제로 이행하고있다.

   현으로 연주되는 제2주제는 큰 아치를 그리며 반복되고 화성의 두께를 나타내어 흐느끼면서 정점을 구축, 또다시 절망적으로 하강하여 사라진다. 제1주제가 엑센트를 강화해서 재현된 후, 강렬하게 고뇌하듯이 발전하고 고조된 뒤 사라지면 탐탐(징)이 공허하게 울리고 금관이 절망적인 소리를 내며 코다로 들어간다.

여기에서는 제2주제가 비통하게 울리고 피치카토의 여운을 남기며 쓸쓸하게 사라진다. 작곡자의 갑작스런 최후를 암시하는 듯 비통하고 우울한 수수께끼 같은 악장이다.

글 출처 : 클래식 명곡 대사전(이성삼, 세광음악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