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mphony No.5 in e minor Op.64
작품의 개요 및 배경
'센티'의 대가 차이코프스키

   그의 음악은 '센티멘탈리즘'으로 특징지어지며, 사람들은 그를 '고독과 우수의 작곡가'라 부른다.
그는 결코 밝은 성격이 아니었으며, 자신의 성의 정체성을 고민해야 하는 유전적 특징을 타고난 동성연애자였다(딱히 놀랄 것도 없는데, 서양 음악의 위대한 작곡가들 중에 어디 하나 평범하거나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은 몇 명 없지 않은가!).

   그는 그 사실을 평생 비밀로 간직하고 싶어했고, 아마 그런 의도에서 1877년 37의 나이에 자신을 사모하던 제자 안토니나 밀리우코바와 결혼했다. 당연히 그의 결혼은 불행이었고, 결혼 2주차 만에 정신적 고통을 견디지 못해 모스크바의 차가운 강물에 뛰어들었으나 미수에 그쳤다. 아내에 대한 동정심과 동시에 어쩔 수 없는 혐오감, 그리고 삶에 대한 절망이 그를 심한 신경 쇠약이 되게 만들었던 것이다. 결국 그는 아내를 떠나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갔으며, 아내를 두 번 다시 만나지 않았다.

   이런 그를 격려하고 후원해준 나데츠타 폰 메크 부인의 이야기는 잘 알려져있다.
11명의 자녀를 둔 46세의 미망인 폰 베크 부인은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을 사랑하여 그를 후원해 주고 그가 작곡에 전념할 수 있게 해주었다. 하지만 폰 메크 부인은 그를 한번도 만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그를 후원했다. 어쨌든 폰 메크 부인의 후원을 받는 동안 차이코프스키는 명작들을 쏟아냈다. 교향곡 4,5,6번도 그녀의 후원 아래서 만들어진 러시아 교향악의 걸작들 중 일부이다.

인간의 슬픔을 처절하게 통곡하는 교향곡.
   교향곡 제5번 E단조 OP.64를 쓰던 즈음 차이코프스키는 작곡가로서 최고의 전성기에 있었다. 그는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었으며, 유럽에서도 인기가 좋아 자주 해외여행을 하였고 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녀야 했다. 유럽에서도 인기가 좋아 자주 해외 여행을 하였고 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녀야 했다. 그런 와중에도 차이코프스키는 잊을 만하면 규칙적으로 재발하는 우울증으로 괴로워했다.

나데츠타 폰 메크 그럴 때 마다 그가 찾은 것은 메크 부인이었으며, 힘들 때마다 그녀에게 열렬히 편지를 썼다. 그러나 차이코프스키가 힘들 즈음에 메크 부인의 건강이 나빠졌으며, 그녀는 요양을 위해 모스크바를 떠나 프랑스의 니스로 갔다.

그녀와 헤어짐은 그를 더욱더 힘들게 했다. 그는 그녀에게 보내는 편지에 이렇게 썼다.
"제가 얼마나 오랫동안 당신의 글씨를 그리워했는지 아십니까?"

이때 작곡된 대표적인 곡이 교향곡 제5번이다.
그녀에 대한 차이코프스키의 애증과 미련과 갈망이 가장 잘 나타나 있는 것도 이 곡이다. 이 교향곡 느낌은 일견 슬픈 것 같지만, 그 보다는 내적으로 침잠하는 철학적인 깊이가 느껴지는 명곡이다.

   이 곡이 주는 아름다움은 참으로 뛰어나며 어두운 색체가 주는 질감은 부드럽고 그 직조는 탄탄하다. 슬프면서도 달콤한 멜로디가 선사해주는 조형적인 아름다움은 세련되기 그지없다. 베토벤이나 브람스 같은 작곡가들이 슬픔을 그릴 때 그것에 대한 극복과 관조에 주력했다면, 차이코프스키는 오로지 통곡만 하는 느낌이 강렬하다. 이처럼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만큼 인간의 슬픔을 그토록 처절하게 울면서 그린 작품도 흔치 않을 것이다.

   그의 교향곡들이 그토록 통곡하는 것은 그 속에 어쩌면 우리의 한限과 같은 것이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그의 작품에 유달리 애착을 갖는 것인지도 모른다.

작품의 구성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가수 중 하나인 민해경의 명곡 가운데 "어느 소녀의 사랑 이야기"라는 노래가 있다.
   "그대를 만날 때면, 이렇게 포근한데..."로 시작하는 이 노래의 이 첫 부분이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의 첫머리에 등장하는 동기이다. 그런데 이 동기가 이 곡 첫 머리에서부터 조성을 바꿔가며 마지막 악장 끝까지 사용되는 순환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분명히 들리는 동기는 이 곡을 처음 듣는 사람에게도 '민해경'을 떠올리게 할 만큼 유사하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이나 베토벤 비창의 선율을 팝 음악에 인용하듯이 이 곡의 작곡가도 그런 시도를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이 곡은 '민해경 교향곡'이라는 별칭을 가질 만하다. 앞선 언급한 '민해경 주제'는 곡 전체를 관통하며 흐르는데, 흔히들 이 멜로디가 운명을 상징한다고 한다.

   현란하고 격정적인 제4번의 교향곡에 비해서 이 작품은 비통한 기분이 곡 전테를 통해 흐르고 있지만 그 슬픔은 어디까지나 아름답고 훌륭한 일품이라고 평하는 사람도 있다.

   이 작품의 첫 머리에 나오는 주제는 우울한 운명의 발자취를 암시하는데, 이것은 각 악장에 나타나 전체를 통해 주요한 조성을 이룬 감이 있다. 마지막에는 이 주제가 장조로 바뀌어 비애는 일소되고 승리의 무드가 조성된다.

제 1악장 Andante - Allegro con anima, e단조 4/4박자 소나타 형식.
   처음에 서중에는 클라리넷이 무겁게 연주하여 애조를 띠고 적적한 중심 선율을 반복한다. 이것은 이 심포니 전체를 통하는 주요 선율인데, 각 악장에 수시로 나타난다. 그리고 주부 알레그로에 들어가는 e단조 6/8박자로 바뀌어진다.

   여기서는 폴란드의 미니요에 의거했다는 제1주제가 어두우나 아름답게 나타난다. 다시금 b단조의 제2주제가 다소 밝은 기분을 자아내며 연주된다. 마지막에는 으뜸 선율로 조용히 끝난다.

제2악장 Andante cantabile, con alcuna licenza - Moderato con anima
   자유스럽게 노래하는 것 같으며 느린 템포로 된 세도막 형식이다. 달콤하고 단정하며 또는 슬픈 분위기의 으뜸 선율이 혼에 의해 연주된다. 얼마 후 오보로 부주제가 아름답고 위안을 주는 것 같은 여성적인 밝은 빛을 던져 준다. 다시 템포는 다소 빨라지는데, f#단조 4/4박자로 바뀐다.

   중간부 선율이 목관부에 나타나 점차 힘차게 클라이맥스에 이르고 그 후 느린 템포의 주요 멜로디가 나오며 부멜로디가 힘차게 나타난다.

제3악장 Valse. Allegro moderato. A장조 3/4박자 세도막 형식.
   흔히 제3악장은 미뉴에트나 스케르쪼로 되어 있으나 여기서는 왈츠이다. 그것은 그 당시 사교 무대의 대표곡이었기 때문인 것 같이 생각된다. 곡은 왈츠의 경쾌한 기분으로 전환된다. 주부와 중간부, 종결부로 계속되는데, 마지막은 전에 나타난 중심 주제가 무겁게 나타난다. 마치 꿈에서 보는 황홀한 경지와도 같은데, 그것이 원기에 찬 노래의 클라이맥스로 끝난다.

제4악장 Finale. Andante maestoso - Allegro vivace, E장조 4/4박자 소나타 형식.
   여기서 제1주제는 제1악장의 주요 주제를 기반으로 단조가 장조로 바뀌어 장엄하게 나타난다. 다음에 주부로 들어가서는 빠른 템포의 파아트가 화려하고 아름다운 환상을 수놓는 듯한 느낌이 든다.여기서는 e단조 2/2박자이다.

   다시금 우아한 제2주제가 나타나 발전하여 장조로 된 주요 선율이 연주된다. 이제 모든 어두운 그림자는 사라져 버리고 엄숙하고 웅대한 기상으로 승리로 이끌어 올려 클라이맥스에 도달한다.

글 출처 : 클래식 명곡 대사전(이성삼, 세광음악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