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olin Concerto in d minor
슈만 바이올린 협주곡
뒤셀도르프에서 지낸 1853년은 슈만에게 있어서 최후의 창작기라고 말할 수 있다.
그 해 10월 15일부터 18일 사이에 작곡한 [아침의 노래 Op.133]는 그의 생전에 출판된 마지막 작품이다.
오랜만에 피아노를 위한 음악으로 돌아온 슈만은 이내 불멸의 세계를 향한 현실 도피로 치닫게 된다.
그해 5월 슈만은 젊고 영감에 넘치는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요하임을 만나 깊은 감동을 받았다. 요하임이 연주한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에 찬탄을 아끼지 않은 슈만은 일기장에 그 감격을 적어놓기도 했다.
“요하임은 너무 마력적이고 너무 놀라울 따름이다. 아침부터 밤 늦도록 그와 연주했다. 아름다운 시간들이었다.”
요하임을 위한, 요하임에 의한 숨겨진 보석
한편 요하임의 소개로 브람스를 만난 슈만은 다시금 창조적 열기에 휩싸인 채 행복한 나날을 보낼 수 있었다.
곧바로 그는 요하임을 위해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환상곡 Op.131]을 작곡했고, 뒤이어 1853년 9월에는 [바이올린 협주곡]을 작곡했다.
한편 10월에는 새로 알게 된 젊은 브람스와 자신의 제자였던 알베르트 디트리히(Albert Dietrich)와 함께 요하임을 위해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F-A-E 소나타]를 작곡하여 헌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요하임은 환상곡, 소나타는 기꺼이 헌정받아 자주 연주했지만 협주곡은 그렇지 않았다.
1853년 10월 요하임은 자신이 콘서트마스터로 재직하던 하노버 궁정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이후 평생동안 이 작품을 연주하지 않았다. 1854년 2월, 슈만은 자살을 시도한 뒤 엔데니히의 요양원으로 실려갔고, 그때 슈만의 모습을 지켜본 요하임은 슈만이 미쳐있는 상태에서 이 곡을 작곡했음을 확신했다. 그리고 더욱 이 곡을 기피했다고 한다.
요하임의 전기작가인 안드레아스 모저(Andreas Moser)는 요하임이 보낸 편지에서
“정신적 에너지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내서 작곡한 듯한 일종의 극심한 피로감이 느껴진다”라고 쓴 내용을 밝히며
“몇몇 개성적인 패시지에서는 창조적 예술가의 심오한 감수성을 목격할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정신적 문제를 극복하려 했던 자아도취적 작품
이 바이올린 협주곡은 슈만이 자신의 정신적 문제를 음악적 창작열로 극복하고자 했던 시기의 작품인 만큼 실제 완성도는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 시기에 작곡된 다른 작품들 또한 사이사이 내비치는 천재성, 독창적인 음악어법 외에는 젊은 시절의 곡만큼 눈여겨 볼 만한 특징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다시 말하자면, 슈만은 자신이 평생토록 열망했던 문학적 상상력, 자아도취적 경향을 이 음악을 통해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요하임의 부정적 평가는 슈만의 미망인 클라라 슈만과 브람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특히 클라라 슈만은 이 협주곡의 연약한 성질에 많이 놀랐다. 이 작품이 남편의 명성에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바이올린 협주곡은 슈만의 작품 전집에서 포함되지 않은 채 19세기 내내 비밀의 작품으로 잊혀져 갔다.
그러나 브람스는 ‘슈만의 마지막 음악적 생각’이라는 표현을 달아 슈만이 이 협주곡에서 사용한 주제로 [슈만 주제에 의한 변주곡 Op.23](1854)을 작곡하기도 했다.
이 주제는 슈만이 천사들로부터(아마도 멘델스존, 슈베르트의 영혼?) 계시를 받았다고 한 것으로 [바이올린 협주곡] 2악장의 주제선율로 사용된 것이다.
그러나 정작 이 영감에 찬 듯한 멜로디는 현실적으로 보았을 때 천사들의 계시라고 확정지을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이 멜로디는 1842년 작곡한 [현악 4중주 Op.41 No.2]의 2악장 주제, 1849년 작곡한 [어린이를 위한 앨범 Op.79 No.19]에 사용되었었다.
또한 1854년 슈만이 라인 강에 투신한 뒤 어부들에 의해 가까스로 구조된 다음 날 완성한 다섯 개의 변주곡(그의 진정한 마지막 작품으로서 ‘유령’ 변주곡으로 불린다)의 주제로도 사용되었다. 이런 사실로 미루어 보았을 때, 이 주제는 오래 전부터 슈만의 상상 속에 존재한 멜로디였을 확률이 높다.
‘슈만의 영혼’이 나타나 곡의 발표를 요청하다!
천사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고자 한 슈만의 광기와 환상이 빚어낸 이 걸작은 요하임과 클라라 슈만에 의해 철저히 숨겨졌던 사실만큼이나 그 재발견 또한 드라마틱하고 미스터리하다.
요하임은 1907년 세상을 떠나면서 작곡가 사후 100년 동안은 결코 이 작품을 연주하거나 출판하지 말라고 유언을 남겼다.
그러니까 이 곡은 1956년이 되어서야 빛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1933년 3월, 런던에 거주하던 요하임의 조카딸들에 의해 이 곡은 극적인 계기를 맞게 된다.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옐리 다라니(Jelly d'Aranyi)에게 슈만의 영혼이 들어와서 동생인 아디라 파치리(Adila Fachiri)에게 이 작품을 찾아서 발표하라고 요청한 것이었다! 물론 이 두 여인은 슈만의 [바이올린 협주곡]에 대한 아무런 정보나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곧이어 요하임으로부터 두 번째 영혼의 메시지를 받은 그들은 프러시아 국립 도서관에 이 곡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작품은 심령술적인 동기로 인해 비로소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슈만을 감동시켰던 천사들이 이 작품을 그토록 사랑했던 것일까?
사후 80여년 만에 세상의 빛을 본 협주곡
별 다른 이야기가 들리지 않다가 4년 뒤인 1937년, 마인츠에 있는 쇼트 출판사는 이 작품의 카피를 당시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로 각광받던 젊은 예후디 메뉴힌(Yehudi Menuhin)에게 보여주었다. 메뉴힌은 지휘자 블라디미르 골쉬만(Vladimir Golschmann)과 함께 그해 10월 3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이 작품을 초연하고자 계획했다. 그러나 갑자기 옐리 다라니가 등장하여 초연에 대한 권리는 영적 계시를 받은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하며 메뉴힌의 연주회에 제동을 걸었다.
당시 독일은 나치가 위세를 떨치던 시기로 아리안족의 위대함을 선전하기 위해 유태인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대체할 작품으로 슈만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독일에서 초연되기를 열망했다.
이 곡은 요하임 아들의 동의를 얻어 게오르크 쉬네만(George Schunemann)과 파울 힌데미트(Paul Hindemith)가 편곡, 프리츠 크라이슬러(Fritz Kreisler)의 수정이 가미되어 출판되었고, 결국엔 1937년 11월 26일 나치 독일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로 존경받던 게오르그 쿨렌캄프의 연주와 한스 슈미트 이세르슈테트가 이끄는 베를린 필하모닉의 연주로 초연되었다. 한 달 뒤 12월 20일에는 텔덱 레이블의 전신인 텔레풍켄 레이블에서 녹음되었다.
한편 미국 초연은 1937년 12월 뉴욕의 카네기 홀에서 메뉴힌의 연주로 이루어졌다. 1938년에는 존 바비롤리와 뉴욕 필하모닉의 협연으로 녹음되었고, 영국 초연은 당연히 다라니가 맡았다. 이후 1988년 독일의 바이올리니스트 토마스 체헤트마이어(Thomas Zehetmair)는 이 작품의 1937년 출판본에 가미된 편곡과 수정을 말끔히 걷어내고 오리지널 스코어를 토대로 녹음해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출처 : 네이버 오늘의 클래식
작품의 개요 및 배경
슈만은 바이올린 협주곡을 한 곡밖에 남기지 않았다. 더구나 이 곡은 완성된 후 바로 빛을 보지도 못하고 방치되었다가, 80년이 지나서야 발견되어 초연된 사연이 있는 곡이다.
슈만은 이 곡을 만년의 1853년 가을에 완성시켰다. 이때 신경쇠약도 악화되어 비정상적인 상태가 계속되었으며 주위 사람들의 걱정을 끼치는 일도 적지 않았으나, 병이 조금 나아지면 작곡에 온 정성을 다 기울였다. 슈만은 만년에 특히 바이올린에 흥미를 갖고 있어서 1851년에는 바이올린 소나타 "제1번'을 썼으며 1852년에는 "제2번", 1853년에는 바이올린 소나타 6곡을 편곡하기도 했다.
작품의 구성
제 1악장 Nicht zuschnellm
독일어로 "힘차게, 너무 빠르지 않은 속도로 In kraftigem. nicht zu schnellem Tempo" 라고 적혀 잇다. d단조, 4.4박자. 협주곡풍 소나타 형식.
제1바이올린이 관록있는 제1주제를 연주하면서 시작된다. 이 주제를 ff 로 확보하고 나서 경과구 없이 여리게, 역시 제1바이올린이 부드럽게 F장조로 제2주제를 연주한다.여기에는 플루트가 아름답게 얽혀있다. 다시 격렬하게 제1주제가 연주되며 그것이 인정되면 독주 바이올린이 더블 스토핑으로 제1주제를 연주한다. 이것을 장식적으로 다루며 조바꿈 되고 F장조로 돌아와서 독주 바이올린이 제2주제를 연주한다. 이 주제도 장식되며 독주 바이올린이 기교적으로 활동하여 제시부를 마친다.
발전부는 관현악에 의한 힘찬 제1주제가 F장조로 등장하여 시작된다. 관현악만으로 이 주제가 잠시 전개된 뒤에 독주 바이올린이 나타나며, 기교적인 것을 구사한 후에 제1주제의 동기를 취급해 간다. 독주 바이올린은 제2주제를 d단조로 연주하고 이를 발전시킨다. 음계적으로 급속하게 상승했을 때 관현악이 제1주제를 연주하며 곡은 재현부로 들어간다.
이어서 제시부와 마찬가지로 독주 바이올린이 더블 스토핑으로 제1주제를 연주하고 그것을 장식해 간다. 제2주제는 d단조로 역시 바이올린으로 재현된다. 제시부와 흡사한 진행이 나타나며 관현악만으로 제1주제가 연주되고 곡은 코다로 들어간다. 독주 바이올린이 아르페지오를 연주하는 가운데 비올라는 제2주제를 아름답게 연주하며 최후에 현의 제1주제의 동기와 독주 바이올린의 활발한 움직임으로 이 악장을 마친다.
제2악장 Lamgsam.
"느리게 Lamgsam"라고 독일어로 씌어있다, Bb장조. 4/4박자. 2부형식
먼저 파곳과 호른이 더해져, 현을 주제로 한 대위법적 부분으로 시작된다. 첼로가 2부로 나누어져 두터운 선의 선율과 싱커페이션 음을 가진 안정되지 않은 선율과의 대립이 눈에 뜨인다. 이 싱커페이션 선율은 이 악장에서 몇번이고 나타나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어서 독주 바이올린이 풍부한 표정을 지닌 선율로 나타난다.
첼로로 싱커페이션 동기가 연주되며 독주 바이올린은 이 동기를 사용하며, 현이 연주하고 잠깐 동안은 발전풍이되나 드디어 이 악장의 첫머리가 돌아가서 잠시 독주 바이올린이 연주한다. 처음과 마찬가지로 진행되나 첼로가 싱커페이션 동기를 되풀이하고 독주 바이올린이 아르페지오로 그것을 보조하며 점점 속도를 더해가고 조성도 바꾸면서 쉬지않고 제3악장으로 연결된다.
제3악장 Sehr Lebhaft
"생기있게 그러나 빠르지 않게 Lebhaft, doch nicht schnell"라고 독일어로 적혀 잇다. D장조, 3/4박자. 론도형식.
론도의 주요 주제는 현과 호른이 연주하는 반주 위에서 독주 바이올린으로 나타나는데, 제2악장에서 제3악장으로 옮겨지는 부분의 독주 바이올린의 아르페지오 동기로 이루어진 음형이다. 어쨋든 이 주제를 독주 바이올린이 활발하게 제시하면 관현악이 이를 이어받아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이때 다시 독주 바이올린이 서정적인 악구로 가담한다. 이것은 부주제가 아니며 경과구라고 할 수 잇다.
독주 바이올린이 아르페지오로 움직이는 가운데 부주제가 암시되는데 그것이 일단락되면 독주 바이올린이 부주제를 연주한다. 이 부주제를 중심으로, 독주 바이올린이 발전풍으로 장식해간다. 다시 관현악이 힘차게 주요주제를 재현하면 이어서 첼로로 제2악장의 싱커페이션 선율이 나타난다.
이어 경과구 선율과 주요 주제가 서로 얽혀 다양한 색채를 만들어내며 발전적인 부분이 펼쳐진다. 그것이 가라 앉으면 독주 바이올린에서 주요 주제를 변형시킨 형태가 나타나며, 관현악이 그것을 이어받는다. 경과구에 이어 부주제가 재현된다. 앞에서와 마찬가지로 진행되며 관현악에 의한 주요 주제에 이른 후에 경과구를 연주하여 코다로 들어간다.
독주 바이올린이 트레몰로의 새로운 음형을 연주한다. 이는 제1악장 제1주제에 의한 것이며 론도의 주요 주제와 어울려서 독주 바이올린을 거장적으로 활약시키게 된다. 이 클라이맥스에서 곡은 힘차게 끝난다.
글 출처 : 클래식 명곡 대사전(이성삼, 세광음악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