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20세기 가장 위대한 지휘자의 한 사람인 아르투로 토스카니니(Arturo Toscanini)의 베토벤 교향곡 연주를 이상하게도 다른 거장 지휘자의 연주에 비해 다소 과소평가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더욱이 ‘토스카니니 연주는 늘 같게만 연주한다.’라고 치부하지만, 토스카니니 자신은 “한 번도 같은 연주를 한 적이 없다. 심지어는 하루하루가 모두 다르다”라고 하고 있다. 그의 연주를 한 번이라도 자세히 들어본 사람이라면 이런 다양성의 면모를 깊게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토스카니니의 위대성이 잘 반영된 베토벤의 교향곡 연주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은 제7번이다. 물론 그가 3번 <영웅>이나 6번 <전원>에도 뛰어난 연주를 들려주나, 7번의 연주가 그의 성격에 걸맞아 이 곡 최고의 위치로 군림하는 가장
디오니소스(dionysos)적인 것이다.
토스카니니는 7번 교향곡의 연주를 6회 정도 남기고 있는데, 1935년 BBS 심포니 오케스트라, 36년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37년 NBC 교향악단 실황, 39년 NBC 교향악단, 47년 NBC 교향악단, 그리고 여기 만년의 51년의 연주가 그것이다. 1936년 연주는 그가 상임으로 있던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사임 직전 녹음으로 악단의 전성기를 대변하는 차분함과 원숙함이 돋보이는 연주이고 1947년 연주부터는 특유의 박진감을 겸비한 다소 빠른 경향을 선보인다.
그의 연주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다른 이들과 달리 오히려 그 긴박감이나 템포가 더욱 박진감 넘치게 변화하고 있는데, 이런 연주 특성이 최상으로 발휘된 것이 바로 이 1951년 연주로 85세 때의 만년 녹음이다. 특히 최상의 박진감이 집약된 연주로 극도의 긴박감 넘치는 템포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 곡의 유명한 연주인 카를로스 클라이버(Karlos Kleiber)나 프리츠 라이너(Fritz Reiner, 1888~1963, 헝가리)의 박력을 무색하게 하고도 남음이 있을 정도로 독보적이다.
1악장 비바체(vivace) 직전의 도입부에서의 광대하고 위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폭발하는 연주는 충격적인 엄습이라 할 장관을 이룬다. 돌진이란 말이 생각날 정도이지만 중간 중간 유려하고 차분함도 결코 간과하지 않는다. 특히 2악장 알레그레토 장송풍의 숙연한 연주는 장엄한 슬픔의 그림자를 감동적으로 전한다.
3악장을 지나 4악장 알레그로 콘 브리오(allegro con brio)에 이르면 역동적인 추진력으로 숨 막히는 광란과도 같은 질주가 위협적으로 다가서고 있어 모름지기 전율적이라 할 것이다. ‘무도의 성화’나 ‘리듬의 신격화’ 그 자체를 보여준 85세 토스카니니의 음악적 정열에 그만 고개를 떨구게 될 것이다. 이런 토스카니니의 연주는 베토벤이 작곡 당시 겪었던 다양한 심정을 아주 강력하고도 뚜렷하게 각인시키는 뛰어난 것이다.
자료출처 : 불후의 명곡(허재, 책과 음악)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