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과 교향곡 제4번
1806년경 베토벤은 교향곡 3번을 작곡하고 나서 바로 교향곡 5번의 작곡에 착수하지만 이런 5번 작곡을 중단한 채 교향곡 4번을 작곡하게 된다. 이것은 아마도 요제피네 브룬스빅(Josephine Brusvik, 1779~1821)과의 사랑과 깊은 관련이 있다.
그녀는 귀차르디(Giulietta Guicciardi, 1784~1853)의 조카였는데 베토벤에게 피아노를 배웠다. 브룬스빅은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27년 연상의 요제프 다임(Joseph Deym)과 결혼을 했으나 1804년 남편이 죽자 베토벤과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베토벤의 청혼을 거절하고 1810년 슈타켈베르크 남작과 재혼을 하고 만다.
당시 베토벤은 이런 요제피네 폰 다임 백작의 미망인과 사랑에 빠져 약 3년간 행복한 순간을 맛보았고, 그래서 이런 것을 반영이나 하듯이 일사천리로 순식간에 교향곡 4번을 써 내려 갔던 것이다. 물론 이 사랑도 그녀의 재혼으로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긴 하지만···.
그래서 곡은 인생의 즐거움과 기쁨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로맹 롤랑은
“베토벤의 온 생애에 있어서 가장 평온한 나날의 향기를 느끼게 하는 한 송이 꽃이다. 여기서는 사자가 사랑에 빠지고 발톱을 감춘다. 고뇌의 그림자는 없고, 서정적이며 낭만적인 그리고 평화로운 기쁨, 그러나 이면에는 웅대한 구도, 격정, 그리고 엄청난 힘이 있다”
라고 하였다.
슈만은 이 교향곡을 ‘두 북구 신화의 거인 사이에 낀 청순한 그리스의 소녀’라고 평하기도 하였다. 물론 두 북구 신화는 교향곡 3번과 5번을 말하는 것이고, 그래서 다른 작품의 성격과는 사뭇 대조를 이루는 것이다. 이런 것을 두고 음악학자 크레츠슈마르는 베토벤의 작품 중 매우 특이한 양식을 취한 작품이라고 했지만 결국 그것은 사랑의 감정과 추억이었던 것이다.
1악장은 이런 사랑의 행복한 기분이 가득한데 특히 명상적이면서 서서히 축적되는 긴장감이 해방으로 전환되면서 비약하는 것이 단연 돋보인다.
2악장은 우미한 정서가 촉촉한데 연정에 넘쳐나는 베토벤의 부드러운 낭만이 가득하다. 그리고 4악장은 사랑의 찬가와도 같은 경쾌하고 힘이 용솟음친다. 이런 곡을 통해 우리는 인간 베토벤의 사랑의 감흥을 엿보며 동시에 스스로도 행복을 느끼게 될 것이다.
곡의 초연은 1807년 3월에 로프코비츠(Franz Josehp von Lobkowitz, 1772~1816) 후작 저택에서 베토벤 자신의 지휘로 이루어졌고, 헌정은 베토벤의 후원자의 한 사람이 오펠스도르프(Franz von Pppersdorff, 1778~1818) 백작에게 하였다.
출처 : 불후의 클래식(허재, 책과 음악)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