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반이야기
카를로스 클라이버(Carlos Kleiber)는 왕년의 명지휘자인 에리히 클라이버(Erich Kleiber, 1890~1956)의 아들이다.
그는 대가급의 지휘자 반열에 있으면서도 어느 악단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활동을 한 독보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녹음 음반도 대가급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 그 수가 극히 적은 것이지만, 그의 모든 연주 음반은 최고의 찬사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정상급의 연주로 자리한다.
여기 소개되는 연주는 명지휘자인 칼 뵘(Karl Bohm, 1894~1981, 오스트리아) 추모 음악회 실황으로 베토벤 교향곡 제4번 연주의 최고 연주로 자리하고 있다.
곡은 자주 연주되지 않은 4번이고 여타 베토벤의 교향곡에 비해 다소 처지는 곡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이 곡의 재탄생을 알릴만 한 경이로운 해석을 제시하여 그의 기량에 새삼 탄복하게 되는 것이다.
제1악장 아다지오(adagio)로 시작되는 조용한 서주부를 지나 주부로 들어가는 빠른 부분(allegro vivace)의 눈부신 템포의 활발한 희열은 정말로 대단한 열기를 전해 준다. 마치 폭발과 같은 흥분을 감출 수 없다. 베토벤 교향곡은 짝수의 번호가 평화로운 분위기인데 이런 곡상의 이미지를 단번에 바꾸어 놓고 있다. 마치 새로운 곡의 탄생과도 같은 정열적 분위기의 압도적 연주를 들려준다. 혹자는 과도한 극적 표현이라고도 하지만 클라이버만의 용솟음치는 음악적 분위기는 결코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전편을 흐르는 긴장감을 바탕으로 한 활력의 폭발 그리고 자연스런 음악적 흐름은 단연 압권이라 한마디로 극적 열광 그 자체이다. 슈만이 말한 <영웅>, <운명> 두 사람의 북부 신화의 거인 사이에 낀 ‘그리스 소녀’를 보는 듯한 기분과 더불어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역감은 피가 끓어오를 정도로 일품이다. 특히 피날레인 제4악장 알레그로(allegro)의 장쾌한 휘몰아침은 눈이 부실 지경이다. 더욱이 연주 후의 관중의 열광적인 박수 소리도 담고 있어 그 감동의 여운이 매우 길다.
전편을 휘감은 완벽한 균형감과 당당함, 유연한 흐름 속에 시종 긴장과 생명력이 솟아오른다. 특히 바이에른 국립 관현악단(Bavarian State Orchestra)으로부터 이끌어 내는 앙상블은 경이로울 정도이며 조형력을 겸비한 선율미는 압권이라 할 것이다. 이렇듯 클라이버의 천재적 능력은 실황에서 확실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카를로스가 지휘한 베토벤 교향곡 4번의 연주를 한마디로 평한다면 베토벤의 사랑의 정열에 대한 본능적 직감에 의한 절대적인 신선함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클라이버의 베토벤 교향곡 제4번 연주는 1983년 네덜란드에서 암스테르담 콘서트헤보우 오케스트라와의 실황 연주의 영상 기록도 남아 있으나, 여기 뮌헨에서의 실황의 열기에는 다소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자료출처 : 불후의 명곡(허재, 책과 음악)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