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반이야기
우리는 이런 <영웅> 교향곡의 연주를 생각할 때 거장급 지휘자들의 면면을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곡이 주는 내용인 나폴레옹을 상징하는 영웅적인 이미지와 지휘자 자신의 비르투오조적 위상을 관련짓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베토벤이 추구한 본질은 음악을 통한 이상적 인간의 영웅적 행위와 정신적인 것을 나타내려 한 것이지만, 연주를 하는 지휘자 자신의 영웅적 모습과의 연관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 특히 거장 지휘자들에게 있어서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이런 인물로는 맨 먼저 푸르트벵글러(Wilhelm Furtwangler, 1886~1954, 독일)를 들 수 있다. 모두 4종의 녹음을 남긴 그는 자신의 영웅적 이미지를 나타냄과 동시에 곡의 이상을 실현한 환상의 연주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그의 연주는 자신의 거장적 모습을 다소 과장 섞인 어조로 부각시켰다는 인산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이런 연주가 엄청난 감흥을 주는 것은 사실이나 아무래도 연주자 개인적인 취향에 치우친 것이라 베토벤의 이상과의 거리감을 감지한 이도 있을 것이라 믿는다. 어쩌면 베토벤이 나폴레옹을 진정한 영웅으로 평가하지 않았던 것과 연관 지울 수 있다.
한편 일세를 풍미한 거장 카라얀(Herbert von Karajan)의 4번에 걸친 자신만의 영웅의 모습도 있다. 그리고 웅장한 연주로 대변되는 클렘페러의 두 번에 걸친 녹음은 거장적인 모습을 나타내기보다는 자신의 삶과도 같은 순박하고 진실된 그리고 참된 영웅의 모습을 보여준다.
순음악적 해석의 연주로는 토스카니니와 에리히 클라이버의 순수한 연주를 들 수 있다. 웅장한 이미지가 다소 축소되어 있으나 듣기에 따라 밋밋한 것일 수도 있지만, 음악적 감흥만큼은 앞선 이들에 결코 뒤짐이 없다.
오늘 여기에서는 카라얀이 지휘하는 베르린 필 하모닉의 연주를 올려본다.
자료출처 : 불후의 명곡(허재, 책과 음악)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