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mphony No.1 in C Major Op.21
작품 개요 및 배경
베토벤은 자신의 교향곡에서 18세기 후반의 전통과 자신의 새로운 어법을 혼합시켰다.
그가 개척한 새로운 교향곡 언어는 19세기 널리 퍼져 일반적인 것이 되었다. 제1번 교향곡을 쓰기 전의 30세 나이에 이르는 동안 그는 많은 소나타들과 실내악곡, 그리고 두 개의 피아노협주곡을 작곡하여 이미 거대한 음악형식과 친숙해 있었다.
이러한 그의 음악세계에는 모차르트의 음향구축어법과 하이든의 주제-모티브 작업이 깊이 스며들어 있다.
그러나 그가 새로운 음악세계를 구축하는 데에는 이러한 기법적 전수 못지 않게 프랑스 혁명으로 촉발된 그의 자유시민적인 세계관이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이것은 당시에 유행하던 계몽운동과
"질풍노도"라는 철학·문학운동과 연결된 것이었다.
즉, 그는 당시의 사회·정신사적 성숙을 적극 수용한 -그것이 직접적 목적이 아니었다고 할지라도- 음악세계를 가꾼 작곡가로 평가 받는다. 그가 이후 교향곡들에서(특히 제3번 이후) 본격적으로 선보이는 이러한 개성은 제1번 교향곡을 쓸 때부터 이미 내부에 싹트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 곡의 새로운 점은 곡의 시작과 함께 나타난다. 딸림7화음을 통한 종지형성의 경향을 보이는 것이 그것이다.
아무 준비 없이 그냥 역동적인 화음을 연결시키면서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와 비슷한 시작을 베토벤은 후에 <프로메테우스 서곡>의 시작에서도 보여준다.
제1번 교향곡의 이러한 긴장감은 곡이 전개됨에 따라 이후 작곡기법적으로 다듬어지지만 전체적으로 그 여운을 남긴다. 제1번 교향곡에는 아직 그의 대부분의 다른 교향곡들이 보여주는 파격적인 화음연결이나 형식구성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시작부분에 나타나는 것과 같은 역동적이고 내면적인 음향의 처방이 이미 싹트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제3번 <영웅> 교향곡에서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이 곡은 베토벤이 빈으로 오면서 착상된 재료를 바탕으로 작곡된 것으로 보인다. 1799년에 본격적으로 작곡이 시작되었지만 소재나 스케치는 훨씬 이전, 예를 들면 1796년쯤에 나온 것도 사용하고 있다.
이 교향곡을 전후로 하여 작품18의 여섯 곡의 현악4중주곡과 피아노 협주곡 제3번이 작곡된다. 베토벤으로서는 이 교향곡을 중심으로 하여 하이든이나 모차르트와 같은 선배 작곡가의 영향에서 벗어나 진정 자신의 개성을 나타낼 수 있는 방향으로 나가려고 의욕을 불사르고 있었다.
더구나 공식적으로 그 첫 교향곡이며,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그 때까지의 자신에 대한 빈의 평가에 한 단계 무게를 더 싣고자 분투한다. 예를 들면 앞서 언급한 대로 제1악장 시작 부분의 화음 처리 방식이나 제4악장 서주에서의 주제를 찾아내는 방법 외에도 제2악장의 소나타 형식에 의한 엄숙한 서정성, 제3악장에서 스케르초의 특성을 보여주는 미뉴에트 등도 이미 선배 작곡가들로부터 벗어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주제가 모차르트의 것과 비슷하며, 특히 제2주제 제시 방법이 선배 작곡가들과 비숫하고, 악기 편성도 하이든, 모짜르트와 가깝다는 점에서 선배들의 영향을 완전히 넘어섰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악기 편성이 하이든이나 모차르트와 비슷해도 관악기 취급 방법과 같은 측면에서는 선배들에게 없는 신선함을 지닌다.
클라리넷과 플루트를 2대씩 사용하는 것도 선배 작품들보다 확대된 편성이다. 더구나 클라리넷은 드물 게 사용되는 C조 클라리넷으로 편성한다. 트롬본은 아직 사용되고 있지 않다. 트롬본은 교향곡에서는 제5번의 제4악장에서 처음으로 등장한다.
작품의 구성
제1악장 Adagio molto - Allegro con brio
처음부분은 딸림7화음으로 불씨를 당기면서 12마디의 아다지오(adagio, 천천히)로 시작한 다음 알레그로 콘 브리오(allegro con brio, 불같이 빠르게)로 이어진다. 베버는 이 교향곡을 "불같이 밀려드는"이 라고 평하기도 했다. 이어서 갑작스럽게 약박에서 튀어올라 바탕음으로 이어지는 제1주제가 등장한다. 이 부분은 자주 모차르트의 <쥬피터>교향곡(KV 551), 그리고 크로이쳐의 <마라톤의 날>(La journe'e de Marathon)과 비교하여 거론된다. 이 주제는 다장조 으뜸화음을 형성한다음 플루트와 오보에에 의해 연주되는 사장조의 제2주제로 이어진다. 이어 나타나는 발전부에서는 주제-모티브 작업이 밀도있게 이루어지는데 제시부보다 강한 자극을 불러일으킨다.
이 아다지오 악장에서 서주의 맨 처음 등장하는 화음 진행에 대해서는 앞에서 말한 바 있다.
이 서주는 명암 변화와 강약 대비, 그리고 충실한 느낌을 지닌다. 하이든이나 모차르트 경우보다 서주가 좀더 본질적이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알레그로 콘 브리오의 활기찬 주요부는 소나타 형식을 사용하며, 바이올린의 제1주제로 시작한다. 이것은 모차르트 <주피터 교향곡>의 제1주제와 비슷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그보다는 야성적이며 진취적이다. 짧은 경과구가 나온 후 제2주제가 오보에와 플루트에 의해 서로 응답하듯이 온화하게 등장한다.
그 후 제1주제를 사용한 코데타로 제시부가 마무리된다. 발전부는 제1주제의 구성 재료에 토대를 두고 장대하고 극적인 클라이맥스를 구축해 나간다. 이윽고 모든 악기로 제1주제를 연주하면서 곡은 재현부로 들어간다. 그리고 제시부를 다시 자유롭게 보여주면서 악장이 마무리된다.
제2악장 Andante cantabile con moto
제1주제를 푸가처럼 발전시킨다. 이 주제는 3화음에 바탕을 두면서 춤음악적인 움직임을 거치는데, 이를 통해 제1악장과 제3악장과의 관련성을 고집하고 있다.
소나타 형식. 아름다운 선율은 이미 낭만적인 감정이 흐르고 있다. 제1주제는 제2바이올린으로부터 시작하며 모방하듯이 계속 진행된다. 이것은 모차르트의 <교향곡 제40번> g단조 K.550 제2악장의 첫 부분과 비슷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제2주제는 쉼표를 중간에 두어 유동적인 느낌을 준다. 얼마 후 팀파니가 들려오는 대목도 혁신적이며 인상적이다. 발전부는 제2주제의 처리로 시작되며 다시 팀파니를 도입한다. 그러나 결코 장대한 것은 아니다. 얼마 후 제2바이올린이 제1주제를 들려주며 재현부가 시작된다. 이 재현부는 제시부보다 대위법적이다.
제3악장 Menuetto. Allegro molto e vivace
당시의 다른 소나타에서처럼 미뉴에트라는 제목이 사용되었다. 하지만 미뉴에트 전통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베토벤의 독자적 처방이 벌써 들어있어 이후 그의 소나타 계통의 작품에서 미뉴에트 대신 쓰일 스케르쪼를 예감한다.
3부 형식. 미뉴에트이지만 하이든이나 모차르트의 단아하며 우아하고 아름다운 미뉴에트와는 달리 성격적으로는 오히려 스케르초에 가까우며, 강약의 대호, 레가토와 스타카토의 대비와 같은 수단으로 약동감을 낳으며, 분방한 성격을 띠고 있다.
제1부는 상승하는 주제로 시작하며, 정력적인 격렬함을 보여준다. 음계적인 진행은 다음 제4악장의 제1주제와 밀접하게 연관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악장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중간 트리오는 드물게도 제1부와 같은 조성으로 되어 있다. 그 후 제1부가 재현되어 악장이 끝난다.
제4악장 Finale. Adagio - Allro molto e vivace
제1, 2악장처럼 소나타악장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리고 제1악장에서처럼 느린 도입부(아디지오)를 가지고 있다.
느린 도입부는 특히 하이든이 특징적으로 사용한 것이다. 제4악장의 도입부에서 베토벤은 제1악장의 머리모티브를 여러 번 반복하면서 곡 전체의 연결감을 이끌고, 이 모티브를 리듬적으로 변형시켜서 빠른 템포(알레그로 몰토 비바체)의 제4악장의 제1주제를 도입한다.
베토벤은 이렇게 제1교향곡에서부터 주제-모티브 작업을 통해 제1악장부터 제4악장까지를 서로 연결시켜 일종의 내부적 순환체계를 만드는 일을 실험하고 있다. 이러한 작곡처방은 그의 창작의 중심장르라고 할 수 있는 교향곡, 소나타, 현악사중주 등에서 발전된다.
아다지오의 서주는 강렬한 G음의 유니즌 후에 바이올린이 차례대로 음계를 구성해가는 독특함을 지닌다. 그리고 이 음계가 이어지는 알레그로 몰토 에 비바체 주요부의 제1주제를 이루게 된다. 이 주요부는 소나타 형식을 택하고 있으며, 제2주제는 역시 바이올린에 의한 밝은 선율을 지니고 있다. 발전부는 이 두 주제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어지는 재현부는 제시부보다 얼마간 단축된다. 그리고 다시 제1주제가 나오고 피날레로 들어가며 활기차게 전곡을 마치게 된다.
초연의 반응
제1번 교향곡이 헌정된 슈비텐 남작은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천지창조>와 <사계>의 가사를 쓰기도 했으며, 음악에 대단히 조예가 깊은 사람이었다. 베토벤은 제1번 교향곡을 6중주곡 (작품 20)과 함께 그의 첫 번째 "대 음악회"(Grosse musikalische Akademie)에서 초연하였다. 당시 새로움을 갈망하던 청중들은 이 곡에 큰 호응을 보였고, 베토벤은 자신의 새로운 음향 세계에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초연에 대한 당시의 <일반음악신문>(III, Nr. 27, 1800년 10월 15일)에 나타난 비평은 전체적인 새로움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관악기를 화음보강에 많이 쓴 것을 지적하고 있다.
"마침내 베토벤도 극장[큰 음악회장]에 입성했다. 그리고 이것은 아마 최근의 가장 흥미있는 음악회였다. 연주회 끝부분에 그의 교향곡이 연주되었다. 거기에는 많은 예술성, 새로움, 넉넉한 아이디어가 들어 있었다. 하지만 관악기들이 너무 많이 사용되었다. 그래서 전체 오케스트라 음악보다 화성이 두드러졌다."
당시의 입장에서 보면 제1주제가 나오는 곳의 관악기들이 낯설을 수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이 곡에 나타난 악기법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것이 모차르트적인 어법이기 때문이다. 새로움으로 간주해야 할 것은 앞에서 언급했듯이 의외의 화음을 층층이 배열하여 긴장도를 높인 것과 주제의 계산된 긴밀한 발전, 그리고 통상적인 악장배열을 쓰면서도 그 규격이 앞뒤로 밀려 비대칭구조를 취한 것 등을 들 수 있다.
주제-모티브의 처리는 베토벤의 교향곡들에서 그 극치를 보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형식 역시 단아함에서 출발하지만 점차 외형적인 균형보다 내부적인 긴장도를 -일종의 청취심리적인- 우선하게 된다. 화음을 전통적인 법칙에 얽매이지 않고 개성적인 표현을 위해 창의적으로 쓰는 것 역시 매우 "베토벤적"이다.
글 출처 : Classic Cafe 필유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