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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humann Dichterliebe Op.48
Fritz Wunderlich (tenor) Hubert Giesen (piano) 1965/10 & 11 (ⓟ 1966) Stereo Hochschule für Musik, München |
슈만은 마음 씀씀이가 넉넉한 사람이었습니다. 1853년 9월 30일, 슈만은 자신의 집을 찾아온 스무 살 청년 브람스의 연주를 듣고 진심으로 탄복합니다. 그날 일기장에 “천재가 다녀갔다.”고 쓴 것은 물론이거니와, 잡지 <음악신보>에 생면부지의 청년을 열렬히 옹호하는 평론을 발표하면서 앞날의 무운장구를 기원하지요. 어디 브람스뿐인가요. 슈만은 동갑내기 음악가 쇼팽에 대해서도 그랬습니다. 슈만이 쇼팽의 자작곡 악보를 처음 접한 것은 1831년이었는데, 그때도 슈만은 자신의 스승(훗날 장인이 되는) 프리드리히 비크에게 흥분한 어조로 외쳤다고 합니다. “당장 이 사람을 불러와 클라라와 함께 피아노를 공부하게 하십시오.”
그렇게 정신질환 증세를 보이기 시작하던 무렵에 슈만이 처해 있던 상황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됩니다. 첫 번째는 손가락 부상으로 피아니스트의 꿈을 접어야 했던 것, 두 번째는 좋아했던 큰형 율리우스와 형수의 죽음, 그리고 세 번째는 음악평론가로서의 삶을 계획하면서 잡지 <음악신보>의 창간을 한창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당시의 슈만은 좌절과 슬픔에 빠진 채 불안증을 드러내기 시작했지만, 그와 동시에 몇몇 친구들과 함께 새로운 일을 구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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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리츠 분더리히(Fritz Wunderlich), 후베르트 기젠(Piano) | 1966년 | DG
36세의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프리츠 분더리히의 음역은 테너다. 이른바 ‘미성(美聲) 테너’라는 호칭이 그처럼 어울리는 성악가도 드물다. 정확한 가사 전달과 흔들림 없는 음정, 동시에 부드러우면서도 그윽한 서정성을 잃지 않는 목소리는 <시인의 사랑>과 제격으로 어울린다. 세상을 일찍 떠난 탓에 남겨놓은 녹음은 별로 많지 않지만, 슈만의 <시인의 사랑> 외에 베토벤과 슈베르트의 가곡들 중에서 귀에 익숙한 곡들을 커플링한 이 음반은 ‘필수적 콜렉션’이라고 평할 만하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깨끗하고 부드럽게 처리되는 분더리히의 음색에 불만을 가질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좀더 낮고 묵직한 느낌을 전해주는 디스카우의 음반을 선택하는 것도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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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Dietrich Fischer-Dieskau), 크리스토프 에센바흐(Piano) | 1977년 | DG <시인의 사랑>은 감정의 진폭이 크고 넓다. 사랑을 둘러싼 갖가지 희로애락을 절절하게 표현하고 있는 절창이다. 디스카우의 바리톤은 그 다양한 감정의 넘나듬을 마치 한 편의 드라마처럼 그려낸다. 아울러 이 거장의 표현력은 역시 담백하다. 16곡이 저마다 지닌 노랫말의 의미와 감정을 드라마틱하면서도 격조 있게 표현한다. 지난해 타계한 그는 생전에 <시인의 사랑>을 모두 여섯 차례 녹음했다. 외르크 데무스가 반주를 맡은 1965년 녹음이 빼어난 연주로 손꼽히지만, 국내에서 구입이 쉽지 않은 것이 아쉽다. 1977년에 에센바흐와 함께 연주한 녹음도 수작이다. 나이가 들면 더 비통하고 무거워 질 것 같지만 오히려 그 반대다. 전작에 비해 좀더 환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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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안 보스트리지(Ian Bostridge), 율리우스 드레이크(Piano) | 1998년 | EMI 가장 젊은 느낌을 전해주는 <시인의 사랑>이다. 디스카우가 들려주는 균형잡힌, 혹은 중용적인 감정 표현과는 맛이 다르다. 매우 직선적으로 감정을 토로하는 가창이다. 보스트리지의 가창은 사랑의 기쁨을 노래하는 가곡집의 전반부(1~6곡)보다는 실연의 아픔을 노래하는 7~14곡에서 한층 빛난다. 연약한 남자의 애절한 느낌을 매우 선명하게 전달한다. 깨끗하고 부드러운 분더리히, 담백하면서도 묵직한 디스카우의 가창과 비교하자면 좀더 젊은이다운 방황과 고뇌가 느껴진다. <그라모폰>에서 베스트 솔로 보컬상을 수상한 음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