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ydn

String Quartet No.63 in B flat Major
Op.76-4 Hob. III:78 (Sunrise)

Quartetto Italiano

녹음 : 1953/03-04 Mono
Basilica di S. Eufemia, Milano


  하이든은 요제프 에르되디(Joszéf Erdödy, 1754~1824) 백작의 의뢰로 여섯 곡의 현악4중주를 작곡했다. 이를 ‘에르되디 현악4중주’라고 일컫는다. 작품번호(Op.)76으로 출판된 여섯 곡이다. 《현악4중주 78번 B플랫장조 Op.76-4》는 그 중에서 네 번째 곡이다. ‘일출(Sunrise)’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황제’로 불리는 《현악4중주 77번 C장조 Op.76-3》과 더불어 하이든의 현악4중주곡을 대표하는 중요한 곡이다.

  하이든이 에르되디 현악4중주를 썼던 시기는 65세였던 1797년이다. 런던에서 교향곡 작곡가로 흥행에 성공하고 오스트리아 빈으로 귀환한 직후였다. 당시의 하이든은 빈 교외의 군펜도르프에 대저택을 마련해 살았다. 흥행 작곡가로서의 명성을 드높여준 교향곡 작곡에는 더 이상 손을 대지 않았다. 대신 종교음악에 집중했다.

  오라토리오 《천지창조》야말로 이 시절의 하이든을 대표하는 걸작 중의 걸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걸작이 에르되디 백작에게 헌정된, Op.76’으로 기록되고 있는 여섯 곡의 현악4중주다. 다시 말해 이 여섯 곡은 오라토리오 《천지창조》, 또 그보다 2년 뒤에 작곡된 또 하나의 오라토리오 《사계》와 더불어 하이든의 말년을 대표하는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현악4중주 78번 B플랫장조 Op.76-4》에 ‘일출’이라는 이름이 붙은 까닭은 1악장의 첫 번째 주제 선율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 해석이다. 제1바이올린이 제시하는, 천천히 위로 상승하는 듯한 선율이 마치 해가 떠오르는 것 같다고 해서 붙은 별칭이다. 하이든 본인의 작명은 아니다.


클로드 모네의 <일출>, 1872년 作

  1악장은 고전주의적 우아함, 아울런 느리고 빠름의 대비를 효과적으로 배합하면서 음악적 쾌감을 한껏 끌어올리는 알레그로 템포의 악장이다.

  반면에 2악장은 느리다. 무언가 회상에 잠긴 느낌을 느리게 표현하고 있는 아다지오 악장이다. 바이올린이 앞에서 선율을 이끌고, 그 뒤편에서 울려나오는 비올라와 첼로가 낮은 목소리로 뭔가를 이야기하는 듯한 분위기를 묘사한다.

  3악장은 밝은 느낌을 풍기는 미뉴에트 악장이다. 네 대의 현악기가 조잘대며 수다를 떠는 분위기다. 잠시 수다가 잦아들었다가 다시 활기를 띠는 악상이 생동감 있게 펼쳐진다. 그런 대조적 장면들을 여러 차례 반복한다.

  마지막 4악장은 매우 리드미컬하게 문을 연다. 리듬을 강조하는 장식음들의 효과가 두드러지는 악장이다. 뒷부분으로 가면서 템포가 점차 프레스토(매우 빠르게)로 고조된다. 짧은 음형들을 아주 빠르게 연주하면서, 상큼하고 인상적인 마무리로 곡을 끝맺는다.

  하이든은 여섯 곡의 현악4중주를 작곡해주는 대가로 에르되디 백작에게 100두카텐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모차르트의 마지막 작품인 《레퀴엠》의 작곡료가 50두카텐이었다고 하는데, 그것도 당시로서는 매우 파격적인 금액이었다. 결국 하이든은 그보다 두 배의 금액을 받을 만큼 당대 최고의 ‘비싼 음악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