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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DUCTION

Electric Warrior (1971)

T. Rex
Marc Bolan - vocla
Miller Anderson - guitar
Tony Newman - drum
Herbie Flowers - Keyboard
Jeffrey Hammond - bass
Dino Dines - keyboard

   글램 록 혹은 글리터 록이라는 이름이 록 필드에 등장한 것은 바로 티렉스와 데이비드 보위에 의해서다. 로큰롤이 연주하고 듣는 행위의 차원을 넘어서 시각적 예술의 경향도 획득하게 된 데에는 그들의 기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글램은 패션의 다른 이름이기도 했다. 영화 「벨벳 골드마인」과 「헤드윅)」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화려한 의상과 짙은 화장이 바로 글램 패션이다. 그리고 그런 복장과 외관을 갖추고 연주하는 관능적인 로큰롤을 ‘글램 록’이라고 통칭하는 것이다. 또한 글램 록은 양성적 혹은 중성적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록의 기원인 마초성과는 다분한 차이를 드러낸다. 이런 측면에서 티렉스의 본 음반은 글램 록의 하이라이트로 규정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다.

   티렉스는 영국의 마크 볼란이라는 괴짜 천재에 의해 결성된 그룹이다. 사이키델릭의 세례를 깊게 받은 밴드 티라노사우르스 렉스(Tyrannosaurus Rex) 출신이었던 마크 볼란은 밴드의 이름을 티렉스로 줄이고 이전의 포크 성향의 음악 대신 본격적인 글램 록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이후 그룹은 말초적이면서 자극적인 사운드와 보컬로 젊은이들의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밴드의 히트곡 「Get It On(Bang A Gong)과 같은 노래에서 티렉스의 연주와 보컬은 단순한 반복 리프와 쉬운 후렴구를 통해 록 음악답지 않은 친밀성을 드러낸다. 바로 이것이 젊은 세대를 자극하는 요인이 되었고, 이를 통해 티렉스는 비틀스 이후 또 하나의 광풍을 일으킬 수 있었다. 비평가 필립 오스랜더가 ‘티렉스터시(티렉스 + 엑스터시)는 새로운 이름의 비틀마니아’라고 평했던 거대한 스타점이었다.

   하지만 비틀스와 결정적으로 달랐던 점은, 그들이 끝내 미국 정복에는 실패했다는 사실이었다. 빌보드 차트 10위를 기록한 「Get It On(Bang A Gong)」이 반짝 히트했을 뿐, 음반은 차트 32위에 오르는 데 그쳤고, 그것이 전부였다. 영국에서는 단박에 1위를 차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망스럽기 그지없는 결과였다. 바로 비평가 데이브 마시가 글램을 가리키며 “철저히 영국적인 형상이다”고 진단한 이유다.

   영국에서도 전성기는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기괴성과 신기함에 잠깐 열광하다 금새 질려버린 젊은이들은 또 다른 아이콘을 찾아 그를 떠나버렸고, 이후 끝없는 부진이 이어졌다. 단발성 블록버스터의 안타까운 운명이었다.

   그다음은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다. 마크 볼란은 1977년, 연인 글로리아 존스가 몰던 자동차를 타고 가다 사고로 숨을 거두었다. 그의 짧은 연감에는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그렇게 양장이 씌워져버렸다.

   그러나 기적적으로 그의 음악은 다시 발굴되었다. 바로 영화 「빌리 엘리어트(Billy Elliot), 2000」 덕분이었다. 발레리노를 꿈꾸는 소년이 날아오르는 순간 흘러나왔던 그의 노래 「Cosmic Dancer」로 인해 마크 블란의 음악은 다시 박물관의 한 켠에 전시될 수 있었다. 이제는 모던 록을 좋아하는 많은 신세대도 그의 음악을 알고 즐긴다. 좋은 음악만이 지닌 ‘시제 도약’의 힘이었다.

글 : 배순탁
내가 제일 좋아하는 데이비드 보위의 친구라는 사실만으로도
맠트 블란은, 또 티렉스는 믿을 수 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앨범 선정이 어디 있냐고 항의하실 필요는 없다. 
이 앨범을 듣다보면
그들의 진취적이고 파격적인 음악 전개에 빠져들 테니까.
「Get It On(Bang A Gong)」 한 곡만으로도 본전은 뽑는다.
글 : 배철수
글 출처 : Legend(배철수의 음악캠프 20년 그리고 100장의 음반, 배철수. 배순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