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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Art Tatum의 [The Best Of The Complete Pablo Solo Masterpieces]

시각 장애를 딛고 최고 명인의 반열에 오른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아트 테이텀은 초기 재즈의 역사 속에서 스윙과 모던 재즈의 가교 역할을 했다. 1930년대까지 시도됐던 재즈 피아노의 모든 스타일을 집대성했으며 곡에 대한 해석과 접근, 그리고 테크닉에 있어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 비밥으로 대변되는 초기 모던 재즈의 서막을 유도했다.

그 때문에 오늘날 수많은 후배 피아니스트들이 그를 추앙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1950년대 초, 말년에 이른 아트 테이텀은 제작자 노먼 그랜츠의 노력에 힘입어 방대한 분량의 피아노 솔로와 소규모 앙상블을 녹음했다.

그 때까지 연주되던 대부분의 스탠더드 곡들이 망라됐으며, 이 녹음들은 지금까지도 피아니스트들이 반드시 거쳐야 할 교과서가 됐다. 이는 그 중에서 엄선한 곡들을 모은 앨범이지만, 결국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 때의 모든 녹음을 손에 넣게 된다.
02. Andre Previn의 [Andre Previn Plays Songs By Vernon Duke]

역사적으로 클래식과 재즈의 연주에 모두 능했던 인물로 크게 두 명의 거장을 손꼽는다. 독일에서 여러 중요한 재즈 음원들을 남긴 프리드리히 굴다와 20세기 미국의 음악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앙드레 프레빈.

이제는 클래식 지휘자로 자리를 굳혔지만, 앙드레 프레빈은 아직도 폭넓은 음악성을 유지한 채 종종 재즈 앨범을 발표해 왔으며, 특히 1950년대 말에서 1960년대 초까지 재즈에 대한 그의 업적은 분명 특기할 만했다. 부당하게 과소평가된 당시의 앨범들은 놀랍게도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수준 높은 연주를 들려준다.

아마도 재즈를 오래 접해왔던 이들도 이 작품들의 가치를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April In Paris'로 유명한 작곡가 버넌 듀크의 곡들을 담은 이 솔로 앨범은 앙드레 프레빈의 가치를 재조명하게 하는 수작이자 스윙과 모던 재즈의 매력을 고스란히 간직한 탁월한 성과물이다.
03. Thelonious Monk의 [Solo Monk]

비밥 계열의 모던 재즈에서 피아노 연주는 크게 두 명의 특별한 스타일리스트들에 의해 완성됐다. 매우 집요하고도 섬세한 음악성을 선보인 버드 파월과 독특한 공간미를 창출해낸 셀로니어스 몽크가 그들이다.

주로 피아노 트리오 앨범을 녹음했던 버드 파월과 달리, 셀로니어스 몽크는 평생을 통해 중요한 시기마다 뜻 깊은 피아노 솔로 앨범을 발표했다. 바로 이 앨범이 오늘날 우리에게 그의 연주가 지닌 이미지를 각인시킨 작품 중 하나다. 일견 서툴고 거친 듯 전개되는 그의 연주는 테크닉의 결함이 아닌 음악을 바라보는 개성 어린 시선에서 비롯됐다.

풍부하면서도 독특한 셀로니어스 몽크의 공간미는 당시의 시대상을 고려할 때 놀랍도록 현대적이며 전위적이기까지 하다. 바로 이 매력을 간파해냈을 때 셀로니어스 몽크의 음악이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는지, 모던 재즈의 핵심이 무엇인지 깨닫게 될 것이다.
04. Oscar Peterson의 [My Favorite Instrument]

평생토록 한결 같은 모습을 보여준 캐나다 출신의 피아니스트 오스카 피터슨은 흔히 피아니스트들의 귀감으로 불릴 만큼 안정적이고 교과서적인 음악성을 지닌 인물이었다. 말년에 이르러 건강이 악화돼 한 손을 잘 쓸 수 없었지만 결국 복귀에 성공하여 수많은 이들의 존경 속에 말년을 보냈다.

1968년에 녹음된 이 앨범은 많지 않던 그의 피아노 솔로 앨범 중 하나이자, 그의 연주 스타일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는 상징적인 작품이다. 철저하게 스윙에 기반을 둔 그의 연주는 모던 재즈의 장점과 특성을 빠짐없이 섭렵했다.

빈틈없이 정교한 흐름 속에서도 아기자기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가는 모습은 여러 번 반복해서 들어도 절대 지루하지 않은, 나이 많은 이야기꾼의 만담을 마주하는 듯하다. 오스카 피터슨의 연주는 전통적 의미의 피아노 솔로가 무엇인지 유감없이 발휘한다. 바로 그것이 그의 역사적 가치이다.
05. Earl Hines의 [Tour De Force]

피아니스트 얼 하인즈의 존재감은 아직도 그 진가가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편이다. 대다수의 역사서들도 초기 재즈에서 루이 암스트롱의 오른팔로 활약했던 시기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조명할 뿐, 이후 그가 들려준 음악에 대해서는 빼놓을 때가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말년에 이를수록 시대적 흐름과 무관하게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고집스럽게 이어가곤 했다. 그러나 진정한 포인트는 그의 연주 속에서 깜짝 놀랄 만한 현대적 감각이 발견된다는 데 있다. 흔히 잘 알려진 레이블을 통해 발표된 작품이 아닌 탓도 있지만, 재즈를 오래도록 깊이 있게 들었던 이들마저도 1972년에 녹음된 이 숨겨진 걸작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식하고 있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러나 솔로 피아노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이 앨범을 놓치는 것은 크나큰 실수에 다름 아니다. 더 늦기 전에 숨 막히도록 아름다운 이 피아노 연주를 마주하라.
06. Michel Petrucciani의 [Solo Live]

프랑스 출신의 피아니스트 미셸 페트루치아니에게 주어진 삶은 애초부터 그다지 길지 않았다. 그의 키는 선천적인 장애로 1미터 남짓밖에 되지 않았고, 항상 목발을 짚지 않고는 걷지 못할 만큼 심각한 상태였다.

그러나 우리를 놀라게 한 것은 그의 피아노 연주 속에 더없이 우아하고 진지한 감성이 깃들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말하자면, 그는 뛰어난 연주를 들려준 장애인이 아니라 신체적 어려움과는 무관하게 아름다운 연주를 들려준 피아니스트였다.

우리는 그가 남긴 음악을 들으며 유럽에 옮겨 심어진 재즈의 전통이 얼마나 다양하고 풍성한 꽃을 피웠는지 확인한다. 1997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녹음된 이 공연 실황은 미셸 페트루치아니의 대표곡은 물론이고, 평소 그가 연주하기 즐겼던 곡들로 가득 찬 앨범이다.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피아노와 최고의 절제미를 한 자리에서 맛보고 싶다면, 바로 이 작품이다.
07. Brad Mehldau의 [Live In Tokyo]

1990년대 이후 우리 시대의 재즈를 빛내고 있는 연주자 중에서 피아니스트 브래드 멜다우는 언제나 상위의 한 자리를 차지해 왔다. 종종 그의 연주를 두고 빌 에반스나 키스 재릿을 거론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는 매체들의 피상적인 관찰에서 빚어진 편견에 불과하다.

그만큼 브래드 멜다우는 다른 선배들과 비교하기 쉽지 않은 강한 독창성과 세계관을 지닌 연주자다. 집요하리만큼 강한 집중력을 지닌 연주자이지만 동시대의 문화 코드를 잘 흡수해낼 만큼 그의 음악성은 깊고도 넓다. 지금까지 발표된 그의 작품들은 대부분 높은 평가를 받았는데, 피아노 솔로를 이야기하자면 역시 2003년 일본에서 녹음된 이 공연 실황을 빼놓을 수 없겠다.

나긋나긋하고 무난한 피아노 독주를 기대한다면 여기에서 얻을 것은 별로 없다. 그러나 주관적이면서도 개연성 높은 피아노 솔로 연주를 만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08. Keith Jarrett의 [The Koln Concert]

단 몇 개의 소절만 들어봐도 누구의 연주인지 알 수 있을 만큼, 피아니스트 키스 자렛의 연주는 강한 독창성으로 가득하다. 물론 아직도 그의 음악을 떠올리며 'My Song'의 로맨틱한 감성만 얘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지만, 이 또한 키스 자렛의 음악을 만나는 적절한 단초일 수 있겠다.

1975년 독일 쾰른에서 녹음된 이 자유즉흥연주는 오늘날 많은 이들 사이에서 얘기되는 키스 자렛의 음악성을 완성한 결정판과도 같다. 들을수록 깊이를 가늠하기 힘들 만큼 오묘한 면모를 갖췄으면서도 결코 낯설게 다가오지 않을 만큼 폭넓은 감성과 이성의 힘이 혼재돼 있다.

이러한 활동이 키스 자렛의 한 축을 형성한다면 일련의 트리오 앨범들은 그의 또 다른 면모를 가늠하게 한다. 그럼에도 이 독주 앨범에서 제시된 음악성만 가지고도 그 모두를 아우를 수 있을 만큼, 키스 자렛을 바라보는 의미 깊은 잣대가 바로 이 앨범이다.
Prologue

독주(獨奏), 즉 솔로 연주는 모든 음악에서 궁극의 이미지를 지닐 때가 많다. 한 연주자가 자신의 감성과 이성에 따라 곡을 해석하고, 이를 비교해 듣는 것이 중요한 감상 포인트 중 하나인 재즈에서 솔로라는 편성은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피아노 솔로는 현실적으로 이 편성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사전적으로는 어떤 악기든 솔로 연주가 가능하지만, 기타를 제외하고 다른 멜로디 악기나 리듬 악기가 이를 행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적지 않은 시도다. 바꿔 말해, 피아노는 멜로디와 리듬을 동시에 연주해낼 수 있는 악기이기에 솔로 연주에 매우 적합하고 유리한 악기다. 처음 재즈가 시작됐을 때, 피아노는 독립된 음악성을 드러내는 재즈의 대표적인 악기가 아니었다. 그러나 여러 작곡가들이 피아노 연주를 겸했던 스윙 시대를 거쳐 개인주의적인 음악으로 재즈의 본질이 집중된 모던 재즈의 전성기에 이르면서 피아노 솔로는 대다수의 피아니스트들이 시도해야 할 숙제처럼 인식됐다. 세월이 흘러 다양한 스타일의 재즈가 제시되고, 이와 함께 피아노 솔로의 양식 또한 자유롭게 분파했다.

그럼에도 피아노 솔로를 듣는 것은 어느 특정 시대의 음악을 집약적으로 마주하기보다 한 피아니스트의 주관적인 시선을 느끼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외견상 큰 변별력을 갖지 않는 피아노 솔로이지만, 취향과 시각에 따라 호불호의 편차가 매우 크게 드러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피아노가 있고 재즈가 존재하는 한, 피아노 솔로는 언제든 큰 화두를 불러일으키는 매력적인 편성으로 자리할 것이다.

글 출처 : 네이버 오늘의 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