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Louis Armstrong의 [Louis Armstrong Plays W.C. Handy]
루이 암스트롱은 재즈의 아버지라 불린다. '팝스'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큰 인기를 얻으면서 재즈를 대중음악 중심에 올려놓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에 의해서 재즈의 기본 방향이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밝고 명확한 톤으로 주제와의 관련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순간적 감흥에 따라 노래하듯 새로운 멜로디를 만들어 내는 연주로 즉흥 솔로 연주의 모범을 제시했다. 또한 화려한 스캣 창법으로 목소리를 악기처럼 사용하는 재즈 보컬의 전형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1956년에 녹음된 [Louis Armstrong Plays W.C. Handy]는 그러한 루이 암스트롱이 대중적 인기를 넘어 음악적으로 얼마나 뛰어났었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이 앨범에서 그는 블루스 작곡가 W.C. 핸디의 곡들을 원곡의 블루스적 정서를 유지하면서도 특유의 밝고 희망적인 분위기로 연주했다. 그 중 'Saint Louis Blues'는 루이 암스트롱의 명연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02. Dizzy Gillespie의 [At Newport]
디지 길레스피는 색소폰 연주자 찰리 파커와 함께 비밥 혁명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그는 끝없이 상승하려는 듯한 넘치는 에너지로 기예에 가까운 빠른 연주를 즐겼다. 그리고 비밥에 원초적 열정이 살아 있는 쿠반 스타일의 음악을 결합하여 아프로 쿠반 재즈를 만들기도 했다.
한편 음악 외에 베레모와 뿔 테 안경, 불룩한 볼, 구부러진 트럼펫 등으로도 비밥 시대의 아이콘 역할을 하기도 했다. 앨범 [At Newport]는 1957년 자신의 빅밴드를 이끌고 뉴포트 재즈 페스티벌에서 가졌던 공연을 담고 있다.
그 가운데 숨돌릴 틈 없는 빠른 연주와 다른 연주자들과의 교감이 돋보이는 'Dizzy's Blues', 'Cool Breeze'와 아프로 쿠반 재즈의 고전으로 축제적 분위기를 연출하는 'Manteca', 'A Night In Tunisia' 등이 그의 음악적 진가를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School Days'에서는 흥에 겨운 그의 보컬 솜씨까지 드러낸다.
03. Miles Davis의 [Round About Midnight]
마일스 데이비스는 시대와 재즈에 대한 뛰어난 감식안으로 재즈의 역사를 앞으로 전진시켰던 인물이다. 그리고 새로운 재즈를 만드는 것만큼이나 실력 있는 연주자들의 발굴에도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던 재즈 역사의 원동력이었다.
그는 트럼펫 연주에서도 특유의 아우라를 드러내곤 했는데 특히 약음기를 사용한 뮤트 트럼펫 연주는 그를 대표하는 것이었다. 가냘프면서도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그의 뮤트 트럼펫은 상상력을 극대화시키는 밤을 연상시키곤 했다. 이것은 1957년에 전설적인 그의 퀸텟과 함께 녹음된 앨범 [Round About Midnight]에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특히 앨범의 타이틀 곡에서 그의 뮤트 트럼펫은 존 콜트레인의 테너 색소폰과 강렬한 대비를 이루며 적은 음량에도 강렬한 그만의 카리스마를 발산한다. 또한 속삭이듯 차분하게 멜로디를 이어가는 'Bye Bye Black Bird' 또한 그의 트럼펫이 지닌 조용하지만 강렬한 힘을 맛보게 한다.
04. Lee Morgan의 [The Sidewinder]
10대에 전문 재즈 연주자로 활동을 시작한 리 모건은 요절한 클리포드 브라운의 후계자라는 평가를 받았던 인물이다. 하지만 클리포드 브라운만큼이나 이른 나이(35세)에 총기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탁월한 연주력으로 어린 나이에 아트 블레이키의 재즈 메신저스에서 활동할 수 있었지만 약물 중독으로 해고를 당해야 했다.
이후 절치부심 끝에 1963년, 앨범 [The Sidewinder]를 통해 다시 재즈계로 화려하게 복귀 했다. 그 가운데 소울 재즈에 라틴적인 향취까지 가미된 펑키한 리듬과 굽이치듯 유려하고 역동적인 리 모건의 트럼펫 솔로가 돋보이는 앨범 타이틀 곡은 빌보드 차트에 오를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그래서 많은 아류작을 양산하며 정도로 60년대 재즈에 한 유행을 만들어 냈다. 이 외에 라틴 스타일의 리듬을 배경으로 조 헨더슨의 색소폰과 밀착된 호흡을 이루는 'Totem Pole' 등이 리 모건의 강한 존재감을 느끼게 한다.
05. Freddie Hubbard의 [Straight Life]
프레디 허바드는 리 모건과 함께 1960년대를 대표했던 연주자로 하드 밥은 물론 프리 재즈와 포스트 밥을 가로지르며 세션 활동과 리더 활동 모두에서 뛰어난 결과를 남겼다. 그가 1960년대에 발표했던 앨범들은 모두 뛰어난 하드 밥 사운드를 들려주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1970년대에는 다소 상업적인 성향이 강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그의 대표작은 1970년에 녹음한 [Straight Life]가 꼽힌다. 이 앨범에서 그는 하드 밥에서 퓨전 재즈로 재즈의 중심이 이동하고 있던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여 하드 밥의 전통과 퓨전 재즈로 인해 촉발된 새로운 시대에 대한 흥분을 아우르는 연주를 펼쳤다.
특히 앨범 타이틀 곡의 도입부를 장식한 그의 강렬한 솔로는 스타일과 상관 없이 자기 소리를 낼 줄 아는 그의 역량을 실감하게 해준다. 한편 조지 벤슨과 듀엣으로 연주한 'Here's That Rainy Day'는 그의 서정적인 측면을 드러낸 명연으로 평가 받는다.
06. Donald Byrd의 [Street Lady]
도날드 버드는 명료한 톤과 뛰어난 멜로디 감각으로 1950년대와 1960년대에 걸쳐 쟁쟁한 연주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뛰어난 하드 밥 연주자로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마일스 데이비스가 1969년 무렵 퓨전 재즈를 들고 나와 재즈의 흐름을 일 순간에 바꿔버리자 이에 매료되어 그 또한 미련 없이 스타일을 바꾸어 당시 유행하던 R&B, 소울 음악을 받아들인 대중적 성향의 펑크 재즈에 도전하기도 했다.
특히 그의 펑크 재즈는 70년대 상업적인 재즈의 전형을 만들어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작, 편곡가 미젤 형제와의 협력을 통해 이루어졌는데 1973년에 선보인 앨범 [Street Lady]가 그 대표적인 경우에 해당한다.
Blaxploitation 이라는 이름으로 흑인 중심의 문화가 부각되던 시대를 반영한 듯 흑인 여성을 주제로 한 이 앨범에서 그는 와-와 기타의 펑키한 리듬 연주를 배경으로 감각적인 트럼펫 솔로를 펼쳤다. 'Lansana's Priestess'가 그 대표 곡이라 할만하다.
07. Wynton Marsalis의 [Standard Time vol. 1]
윈튼 마샬리스는 1980년대 재즈가 가장 재즈다웠던 하드 밥의 시대로 돌아가기를 희망했던 신 전통주의의 리더이다. 그래서 재즈의 진보적인 정신을 거역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갈수록 그는 단순히 과거의 재현에 그치지 않고 익숙한 재료로 새로운 자신만의 음악을 꾸준히 만들어 오고 있다.
또한 그는 클래식 트럼펫 연주자로서 성공적인 활동을 할 정도로 트럼펫의 모든 기교적인 측면을 내면화한 연주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1986년에 녹음된 [Standards Time vol.1]은 신 전통주의자답게 재즈의 근간을 이루는 스탠더드 곡들을 자기식대로 새로이 정리하고자 기획한 시리즈의 첫 번째 앨범이다.
이 앨범에서 그는 잘 알려진 스탠더드 곡들을 연주하면서 프레디 허바드, 마일스 데이비스 등의 영향을 받은 듯한 연주를 펼친다. 특히 'Cherokee'와 'April In Paris'는 과거의 유산을 자기 것으로 소화하는 그의 솜씨를 맛볼 수 있는 곡이다.
08. Chet Baker의 [Chet Baker In NewYork]
쳇 베이커는 사실 기교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뛰어난 트럼펫 연주자는 아니었다. 그의 트럼펫은 약한 호흡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늘 불안하고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곤 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이러한 불완전한 연주는 여성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그의 보컬, 그리고 마약으로 찌들었던 삶과 묘하게 어울리며 많은 애호가들의 보호본능을 자극했다.
그래도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했던 그의 초기 연주들은 그가 외모 등의 이미지에 의존한 연주자가 아니라 자신만의 개성을 지닌 연주자였음을 느끼게 해준다. 특히 1958년 뉴욕에서 열정적이고 화려한 연주를 즐기는 이스트 코스트의 대표 연주자들과 함께 한 앨범 [Chet Baker In New York]에서 그는 특유의 쿨한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비밥 스타일의 화려하고 공격적인 연주로 연주자로서의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가운데 'Polka Dots & Moonbeams', 'Fair Weather'가 이러한 쳇 베이커의 쿨-밥 재즈를 확인하게 한다.
Prologue
오랜 역사를 지닌 트럼펫은 뉴 올리언즈에서 재즈가 탄생하던 순간부터 재즈의 중심악기 역할을 했다. 그 가운데 재즈의 아버지라 불리는 루이 암스트롱은 즉흥 연주의 모범을 제시하며 재즈 트럼펫을 넘어 재즈의 역사를 움직이게 했고 마일스 데이비스는 비밥 시대에 등장한 이후 쿨-하드 밥-퓨전 재즈에 이르는 재즈의 주요 사조들의 탄생을 주도하는 등 재즈 역사의 중심에는 트럼펫 연주자가 늘 있었다.
루이 암스트롱이 제시한 즉흥 솔로의 가능성은 로이 엘드리지를 거쳐 비밥 혁명의 주도자 가운데 하나인 디지 길레스피에 의해서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팻츠 나바로, 클리포드 브라운 등으로 이어졌다.
특히 클리포드 브라운은26세의 이른 나이에 자동차 사고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 짧은 활동 기간에도 불구하고 리 모건, 프레디 허바드 등 이후 등장하여 재즈 트럼펫 역사의 한 자리를 차지한 연주자들 대부분에게 영향을 주었다. 마일스 데이비스가 재즈의 역사를 주도했다면 클리포드 브라운은 재즈 트럼펫의 역사를 주도했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마일스 데이비스 또한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독특한 개성을 보여주었다. 특히 그의 뮤트 트럼펫 연주는 그를 대표하는 것으로 이후 많은 연주자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현재는 누구의 영향이 더 크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랜디 브레커, 데이브 더글라스, 로이 하그로브, 왈라스 로니, 윈튼 마샬리스 등 재즈의 오늘을 대표하고 있는 연주자들은 여러 선배들의 장점들을 흡수하는 한편 새로운 시대 정신에 걸맞은 개성적인 연주법을 개발하며 재즈 트럼펫의 역사를 계속 전진시키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