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맨 호킨스는 재즈 색소폰의 아버지로 불린다. 그에 이르러 색소폰이 재즈에서 중요한 솔로 악기로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색소폰의 여러 주법을 제시하기도 했으며 시대를 앞서는 수준 높은 솔로를 펼치곤 했다.
1939년에 녹음한 곡 'Body & Soul'은 그의 대표적인 서명으로 남아 있다. 한편 스윙 시대에 등장한 그는 비밥의 탄생을 적극 후원했으며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자신의 연주를 발전시킬 줄 알았다. 앨범 [Hawk Flies High]는 1957년에 녹음된 것으로 그만의 방식으로 비밥을 연주한 것으로 넉넉한 콜맨 호킨스 특유의 정서를 담고 있다.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기교를 다해 호탕하게 솔로를 펼치는 'Juicy Fruit', 따스하고 부드러운 톤의 매력을 드러내는 'Laura' 등이 그가 얼마나 시대를 앞선 연주자였는지 생각하게 해준다.
02. Charlie Parker의 [Charlie Parker At Storyville]
찰리 파커는 1940년대 비밥의 혁명을 이끈 인물이다. 동료들조차도 따라 하기 어려운 빠른 연주, 풍부한 상상력으로 테마를 변주하고 기존 스윙 시대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자유로운 즉흥 연주를 했다.
재즈를 안락한 스윙 시대에서 벗어나 연주자의 개성이 중심이 되는 예술 음악의 경지로 이끈 장본인이다. 하지만 그는 약물 중독으로 인한 여러 기행을 거듭한 끝에 1955년 35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사망 2년전인 1953년의 그는 천재적인 재능이 사라지기 시작했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미국 보스톤의 클럽 스토리빌에서의 공연을 담고 있는 이 앨범에서만큼은 그의 천재성을 다시 입증했다. 특히 'Now's The Time', 'Ornithology' 등의 곡들이 야성적이면서도, 초스피드 연주에서도 잃지 않는 유머와 유려함을 확인하게 한다.
03. John Coltrane의 [Giant Steps]
찰리 파커가 색소폰 연주의 혁신을 가져왔다면 존 콜트레인은 이를 발전시키고 지속시킨 인물이다. 특히 오늘 활동하고 있는 색소폰 연주자의 대부분이 그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영향력은 막강하다.
그는 '시트 오브 사운드'라 불리는 색소폰 하나로 마치 여러 개의 멜로디를 동시에 연주하는 듯한 주법을 제시했고, 풍부한 감수성으로 기교로만 표현할 수 없는 정신적인 경지를 개척했다. 1960년에 녹음된 앨범 [Giant Steps]는 비밥 스타일의 연주의 극한을 제시한 앨범으로 평가 받고 있다.
실제 그는 이 앨범을 끝으로 모달 재즈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기도 했다. 그 가운데 '콜트레인 체인지'라 불리는 정교한 코드 진행의 즉흥 연주를 펼치는 'Giant Steps', 아내를 위한 발라드 곡 'Naima'등이 사랑 받고 있다.
04. Sonny Rollins의 [Saxophone Colossus]
소니 롤린스는 색소폰의 살아 있는 전설이라 할만하다. 그는 자신만의 새로운 음악을 찾기 위해 정상의 인기를 과감하게 버리고 은둔할 정도로 색소폰 연주에 구도자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그럼에도 그의 연주는 늘 감상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친근한 매력이 있다.
1956년에 녹음된 앨범 [Saxophone Colossus]는 그를 대표하는 명반으로 타이틀처럼 그를 색소폰의 거상(巨像)으로 만들었다. 그것도 넉넉한 여유와 유쾌한 유머를 지닌 친근한 거상으로 말이다.
칼립소 리듬을 사용한 밝고 흥겨운 곡 'St. Thomas'는 그의 여러 변화 가운데에서도 그를 대표하는 곡. 이 곡 외에 빠른 연주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는 'Moritat', 묵직한 그만의 색소폰 톤이 매력적인 발라드 곡 'You Don’t Know What Love Is' 등이 그의 매력을 느끼게 한다.
05. Cannonball Adderley의 [Mercy Mercy Mercy]
알토 색소폰 주자 캐논볼 아들레이는 찰리 파커의 후예라는 평가를 받았다. 존 콜트레인, 빌 에반스 등과 함께 자신의 이름으로 앨범을 녹음하며 하드 밥 재즈 색소폰의 리더 가운데 한 사람이기도하다. 그러나 그만의 음악적 진가는 코넷 연주자인 동생 냇 아들레이와 함께 했던 퀸텟 시절이 아닐까 싶다.
당시 퀸텟이 추구했던 흥겹고 유쾌한 소울 재즈는 펑키하고 블루지한 스타일의 솔로를 즐겼던 그에게 잘 어울리는 것이었다. 그 가운데 1966년 라이브로 녹음된 앨범 [Mercy Mercy Mercy]는 그의 색소폰이 지닌 흥겨운 매력을 가장 잘 보여주었던 앨범으로 평가 받는다. 특히 타이틀 곡은 기존 재즈에 R&B/소울 음악을 가미한 스타일로 빌보드 싱글 차트 11위에 오랐고, 1967년 그래미상 최우수 그룹 연주부분을 수상했다.
06. Dexter Gordon의 [Go!]
재즈 영화 [Round Midnight]의 주연을 맡기도 했던 덱스터 고든은 비밥 시대의 초창기에 등장하여 유럽과 미국을 오가면서 꾸준한 활동을 펼쳤던 연주자이다. 그는 묵직한 톤과 여유로운 정서, 안정적인 솔로로 시대와 상관 없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개척했다.
하지만 50년대에는 마약 문제로 감옥에 수감되기를 반복하느라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앨범 [Go]는 유럽으로 건너가기전엔 1962년에 녹음된 것으로 본인이 꼽는 대표작이었다. 이 앨범에서 그는 중후하면서도 부드러운 톤으로 낭만적인 하드 밥을 선보인다.
특히 여러 유명한 멜로디들을 차용하면서 넉넉한 호흡으로 펼치는 솔로 연주가 인상적. 그 가운데 'Three O'clock in the Morning', 'Cheese Cake' 등은 특유의 낙관적이고 여유로운 스타일을 잘 느낄 수 있다.
07. Stan Getz의 [Jazz Samba]
스탄 겟츠는 공기의 결이 느껴질 정도로 풍성하고 따스한 톤으로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다. 우디 허먼 악단의 인기 있는 네 명의 색소폰 연주자 'The Four Brothers' 중 하나로 주목을 받은 그는 보사노바 재즈를 선보이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1962년에 녹음된 앨범 [Jazz Samba]는 이후 재즈계에 신선한 바람 역할을 하게 될 보사노바 재즈의 시작을 알린 앨범. 그에게 보사노바를 소개한 기타 연주자 찰리 버드와 함께 녹음했다.
찰리 버드의 세련된 기타와 노래하듯 흐르는 스탄 겟츠의 낭만적인 색소폰 연주가 매력적이다.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곡을 연주한 'Desafinado'는 빌보드 싱글 차트에 오를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고, 'O Pato', 'Samba Triste' 등의 이국적 정취를 담은 곡들이 사랑을 받았다.
08. BJoshua Redman의 [Wish]
색소폰 연주자 듀이 레드맨의 아들이기도 한 조슈아 레드맨은 1990년대 이후 음악적인 측면과 대중적인 측면 모두에서 가장 뛰어난 평가를 받고 있는 연주자 중의 한 명이다. 그는 1991년 몽크 재즈 컴페티션에서 우승하며 화려하게 재즈계에 데뷔했다.
그리고 이후 감성과 이성이 조화를 이룬 작곡과 존 콜트레인의 영향을 받은 화려한 연주, 새로움을 향한 과감한 실험정신이 어우러진 앨범들을 발표하며 포스트 밥 재즈의 대표적인 인물이 됐다.
1993년에 발표한 [Wish]에서 그는 팻 메시니, 찰리 헤이든, 빌리 히긴즈 등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 하면서도 주눅이 들지 않는 연주로 일약 재즈계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스티비 원더의 곡을 연주한 'Make Sure You're Sure', 에릭 클랩튼의 곡을 연주한 'Tears In Heaven'이 대표곡.
Prologue
1840년 벨기에의 악기 제조가 아돌프 색스에 의해 만들어진 색소폰은 원래 군악대를 위해 고안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색소폰을 음역에 따라 7개로 나누어 특허를 등록했다. 그 가운데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는 소프라노, 테너, 알토, 바리톤 색소폰이 주로 사용되고 있으며 또 그 중에서도 테너와 알토 색소폰이 제일 많이 사용되고 있다.
군악대를 위해 만들어졌지만 색소폰이 지닌 음악적 능력이 빛을 보게 된 것은 역시 재즈에 사용되면서부터였다. 특히 색소폰이 솔로 악기로 연주의 전면에 나서게 된 것은 콜맨 호킨스의 역할이 컸다. 1939년 ‘Body & Soul’에서 그가 들려주었던 간결하지만 강렬한 솔로는 색소폰을 재즈의 중심 악기의 위치에 올려놓았다.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레스터 영 또한 콜맨 호킨스와는 대조적인 스타일의 연주로 ‘대통령’이란 별명을 얻으며 이후의 연주자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악기로서 색소폰이 지닌 다양한 표현 가능성은 찰리 파커의 비밥 혁명과 함께 보다 구체화되었다. 빠른 속주와 대담한 코드 변화를 즐겼던 찰리 파커는 색소폰 연주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다. 이후 등장한 존 콜트레인은 코드 변화에 기초한 비밥의 솔로 연주 방식을 극한으로 이끌며 색소폰 연주를 예술의 경지로 이끌어 올렸다.
그 외에 소니 롤린스, 행크 모블리, 캐논볼 아들레이, 루 도날드손, 콜맨 호킨스, 스탄 겟츠 등의 연주자들이 색소폰의 다양한 연주법 등을 제시하고 다듬으면서 색소폰의 표현력을 확장했다. 그 결과 조슈아 레드맨, 마크 터너, 크리스 포터 등이 활약하고 있는 현재 색소폰은 재즈를 대표하는 악기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