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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Billie Holiday의 [Lady In Satin]

빌리 할러데이는 재즈사 전체를 통해서도 누구든 어느 한순간 반드시 맞닥뜨리게 되는 거대한 산맥과도 같다. 그녀의 존재를 빼놓고는 결코 재즈를 말할 수 없지만, 막상 그녀가 남긴 노래들은 듣는 이들에게 적잖은 부담을 동시에 안겨주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빌리 할러데이의 노래 속에 깃든 복합적인 감성과 형언하기 힘든 질감의 가치를 깨닫고 무릎을 쳤을 때, 재즈 안에 자리한 핵심적인 아이콘을 인지하게 된다는 뜻이다. 평생토록 사랑을 갈구했으나 끝끝내 아름다운 삶을 꾸리지 못한 그녀는 이렇듯 구슬픈 삶의 족적을 노래 속에 절절히 새겨 넣었다.

1958년에 발표된 이 말년작은 그녀의 존재를 각인시킨 대표작. 풍성한 앙상블이 뒤를 받쳐주는 가운데 빌리 할러데이는 특유의 음악성을 유감없이 발휘해 듣는 이를 감동시킨다.
02. Ella Fitzgerald의 [Ella In Berlin]

누구보다 명료한 음정처리와 군더더기 없는 테크닉으로 완벽에 가까운 실력을 갖췄던 엘라 핏츠제럴드는 상대적으로 다른 재즈 보컬리스트들보다 한결 더 편한 인상으로 우리 귀를 자극한다. 타고난 목소리가 워낙 아름다웠기에 대중적으로도 큰 인기를 누릴 수 있었고, 쇼 비즈니스의 발달과 맞물려 그녀를 중심으로 여러 다양한 기획도 시도됐다.

물론 그녀의 성공에는 장르를 초월해 당대 최고의 거장들이 함께한 것도 적잖은 역할을 했다. 1960년의 공연 실황을 담은 이 앨범 또한 그러한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엘라 핏츠제럴드의 노래 못지않게 다른 이들의 연주를 듣는 것도 큰 기쁨을 안겨준다. 그녀가 남긴 수많은 스탠더드 곡들의 녹음을 바탕으로 다른 이들이 어떻게 그 노래를 소화했는지 엿보는 것은 재즈 듣기의 큰 기쁨이다.
03. Sarah Vaughan [A Lover's Concerto]

빌리 할러데이, 엘라 핏츠제럴드, 사라 본을 두고 흔히 우리는 재즈 보컬의 3대 디바로 부른다(우리 홈에서도 3대 디바의 곡들을 올리고 있는 중이다). 재즈 보컬의 전형을 제시했다는 역사성과 함께 업적 또한 막대하기 때문이다.

취향에 따라 이들 중 어느 하나를 택할 수도 있을 텐데, 사라 본은 다른 두 보컬리스트와 달리 세월이 흘러가면서 점차 노래 스타일을 변화시켜 시대의 흐름에 적응해 나간 경우라 볼 수 있다. 풍성한 성량을 바탕으로 중년부터는 묵직한 중저음의 연출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고 팝의 영역까지 아우르며 다양한 곡들을 소화했지만, 젊은 시절에는 보컬을 하나의 악기 다루듯 접근하여 실험적인 시도를 감행했다.

스윙에서 모던 재즈, 그리고 잘 알려진 말년의 몇몇 팝 넘버들까지, 이 편집 앨범은 그야말로 사라 본의 모든 스타일이 촘촘히 담긴 결정본이라 할 만하다.
04. Nina Simone의 [Ultimate Nina Simone]

여름을 보내고 밤마다 가을의 기운을 느끼기 시작할 무렵이면 어김없이 니나 시몬의 노래가 가슴 속을 파고든다. 그녀의 음악성을 대변하는 절절한 분위기의 발라드들이 깊이를 알 수 없는 상실감과 애수를 안겨주는 탓이다.

약간은 과도하게 연출된 듯한 비브라토를 바탕으로 오로지 감성에 의지해 노래를 부르곤하지만, 흑인 인권 운동의 물결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여장부 보컬리스트이기도 했다. 니나 시몬의 목소리는 강렬한 자의식으로 가득하다. 끈적이는 리듬감의 블루스를 노래하든 서글픈 발라드를 노래하든, 니나 시몬이 남긴 노래들은 그녀만의 강렬한 독창성을 우선적으로 어필한다. 그 목소리가 신비롭게 다가올 때 재즈 보컬의 또 다른 얼굴과 마주할 수 있다. 그녀의 대표곡을 담은 매우 효과적인 편집앨범이다.
05. Julie London의 [Julie Is Her Name]

상당수 재즈 보컬리스트들은 팝의 경계를 넘나들며 폭넓은 영역에서 활동을 벌여왔다. 이는 다른 악기들의 연주곡들보다 노래 형식을 취한 소재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보컬의 고유한 특성과도 맞닿아 있다. 이런 경향은 1950년대부터 두드러졌는데, 미모와 미성을 함께 갖추고 이른바 '블론드 보컬'로 총칭되던 백인 보컬리스트들이 대표적이다.

그 중 방대한 양의 녹음을 남긴 줄리 런던을 빼놓을 수 없다. 1955년에 발표돼 그녀의 실질적인 출세작으로 기록된 이 앨범은 당시 재즈가 미국 대중음악의 흐름에서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는지 엿보게 한다. 많은 제작비를 바탕으로 대대적 홍보가 이루어졌고 인기도 대단했다. 매캐한 향이 묻어난 그녀의 매력적인 목소리는 어떤 이유에서도 놓칠 수 없다.
06. Cassandra Wilson의 [Glamored]

1980년대를 통해 줄기찬 음악 실험을 통해 자신만의 음악성을 찾기 위해 노력했던 카산드라 윌슨은 1990년대 초반, 결국 현대 재즈를 대표하는 재즈 보컬리스트 중 하나로 자리를 굳혔다. 거칠 것 없이 이어지는 노래의 흐름 속에서 편곡에도 특히 많은 관심을 갖고 있던 그녀는, 보컬리스트가 독립된 리더로 자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소중한 존재이기도 했다.

2003년에 발표된 이 앨범은 야심이 돋보였던 전작들과 달리 대중들에게 익숙한 곡들을 소재로 택했으며, 편안한 자세로 느긋하게 듣는 이에게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간다. 카리스마 넘치는 음색과 동료연주자들의 나무랄 데 없는 호흡은 여기서도 여지없이 빛을 발한다.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은, 세월의 힘이 깃든 노래들이다.
07. Dianne Reeves의 [The Calling : Celebrating Sarah Vaughan]

1990년대부터 카산드라 윌슨이 보다 진취적인 음악성을 선보여 왔다면, 블루 노트 레이블을 대변하며 동시대의 쌍벽으로 자리해 왔던 다이앤 리브스는 전통미에 대한 애정을 한결 더 강하게 드러낸 보컬리스트다. 실제 그녀의 목소리는 우리가 지난 재즈사에서 만나왔던 여러 디바들의 장점만을 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다루는 곡의 소재 또한 선배들의 흔적에서 많은 영감을 얻고 있다.

사라 본이 즐겨 불렀던 노래들을 새롭게 재해석한 이 앨범은 오늘날 다이앤 리브스가 점하고 있는 위상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우리는 그녀의 노래를 들으며 재즈 보컬의 역사를 되짚을 수 있으며, 왜 그토록 많은 대중이 이에 대한 지지를 거두지 않았는지 깨닫게 된다. 다이앤 리브스의 실력이 벌이는 재즈 보컬의 성찬이 담긴 앨범.
08. Diana Krall의 [Girl In The Other Room]

엘비스 코스텔로와 결혼해 큰 관심을 모으기도 했던 다이애나 크롤은, 보컬 뿐 아니라 피아노 연주에서도 일가를 이룬 실력파 음악인이다. 데뷔 시절부터 피아노 연주로 큰 관심을 끌었지만 보컬에 대한 역량을 재확인하면서 대중적으로도 높은 인지도를 누리게 됐다.

그만큼 겉으로 보이는 것 못지않게 매우 높은 수준의 곡 작업이 선행된 결과물을 내놓고 있는데, 2004년에 발표된 이 앨범은 특히 많은 재즈 관계자들로부터 그녀의 최고작이란 찬사를 이끌어냈다. 연주는 물론, 편곡에서도 눈에 띌 만한 성과를 선보였다. 시니컬하게 내뱉는 목소리가 직접 연주하는 피아노 소리와 맞물리며 경외심을 갖게 한다. 중년에 접어들며 점점 원숙한 노래를 들려준, 우리 시대 재즈의 또 다른 아이콘이다.
Prologue

재즈 보컬은 1890년대부터 자리 잡았던 흑인들의 블루스에서 비롯됐다. 베시 스미스(Bessie Smith)로 대변되는 초창기의 블루스 보컬은 클래식과 제 3세계 민속음악을 제외한 거의 모든 음악의 뿌리로 인식돼 왔으며, 재즈 또한 음악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이 음악에 큰 빚을 졌다.

보컬의 교과서를 쓴 것으로 얘기되는 3대 디바, 빌리 할러데이(Billie Holiday), 엘라 피츠제럴드(Ella Fitzgerald), 그리고 사라 본(Sarah Vaughan)이 남긴 노래에서도 블루스의 흔적은 여실히 발견된다.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가 백인들이 일구어낸 팝의 흐름인데, 특히 192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수많은 작곡가들이 남긴 명곡들은 이른바 스탠더드로 총칭되며 오랜 세월 동안 대중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1930년대 중반 스윙의 출발과 함께 여성 재즈 보컬은 전성기를 누리게 됐다. 풍성한 빅 밴드 반주에 맞춰 노래한 여성 보컬리스트들은 무대 위의 꽃으로 불렸고, 이러한 경향은 현대까지 이어지며 재즈 보컬의 정착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940년대 이후 비밥과 쿨로 양분된 모던 재즈의 발전과 함께 재즈 보컬 또한 분파를 거듭했다.

단순한 노래의 기능을 넘어서 다른 악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새로운 미학의 가능성을 제시했으며, 스탠더드 부르기에서 탈피해 적극적으로 창작곡을 발표하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 때였다. 보컬 부문은 상대적으로 전통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짙다. 따라서 처음 재즈를 듣는 이들이라 해도 그 참맛을 느끼기에 적합하며, 가사의 진행에 따라 곡의 구성이 이루어지므로 보다 손쉽게 다가설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글 출처 : 네이버 오늘의 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