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DUCTION

Sir Neville Marriner(Conductor)
Academy of St Martin in the Fields

Total Time 00:57:27

1. Symphony No. 40 in g minor, K550

모차르트가 남긴 주옥같은 600여 편의 작품 중에서 1788년에 탄생한 세 편의 교향곡은 기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최고의 명곡이다. 백조의 노래에서 전해지는 아름다운 울림이 가득한 39번 교향곡, 슬픔의 절정인 40번 교향곡, 그리고 최후의 위용에 걸맞은 41번 교향곡이 바로 그것이며 흔히 ‘최후의 3대 교향곡’이라 불린다.

18세기 교향곡은 정신의 구현이라는 작곡가 자신의 내면세계는 사실 없다. 하지만 모차르트는 후기 3대 교향곡에서 이런 것을 초월하여 정신의 완결성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애가풍의 요소를 첫 악장에 도입하여 노래하게 한 것은 그의 교향곡 40번에서 최초라 하겠다.

40번 교향곡은 39번의 희열에 찬 밝음과 4번의 장려함과는 현저한 대조를 느끼는 어두운 서정미를 간직하고 있어 각별하다. 작곡은 1788년 6얼 26일 39번 교향곡을 작곡한 지 불과 한 달 만인 1788년 7월 25일 완성된 것으로 g단조 조성은 슬픔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런 것은 그의 작품인 피아노 4중주 K.478, 현악 5중주 K.516 그리고 교향곡 25번 K.183, 오페라 <후궁으로의 도피(Die Entfuhrung aus dem Serail)> 중 제2막 2장 아리아 ‘슬픔이 내 운명으로 되어 버렸어요’, <마술피리(Die Zauberflote)> 제2막 18장 파미나의 아리아 ‘아아! 나는 알 수 있도다. 행복이 영원히 사라져 버린 것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모두가 g단조로 의미심장한 감정을 나타낸다.

마치 바흐의 ‘b단조’나 베토벤의 ‘c단조’와 같이 g단조는 그의 숙명적인 조성이었던 것이다. 소설가 스탕달은 모차르트를 감미롭고 멜랑꼴리한 천재라고 하면서 “모차르트는 결코 사람들을 재미있게 만들지 않는다. 그것은 마치 진지하면서도 약간 슬픈 표정을 짓는 연인과도 같다. 그는 바로 그 슬픈 모습 때문에 한층 더 사랑을 받게 되는 것이다”라고 했는데 이 g단조 교향곡이 이런 것이 아닐까?

17세 때 만든 교향곡 g단조 25번에는 깊은 애수와 고뇌가 있지만 여기 40번에서는 마치 달관한 듯한 슬픔의 미소가 눈물처럼 흐르고 있다. 이것은 모차르트의 만년에 나타나는 예술적 표현으로 운명적인 염세주의라 할 것이다. 또한 서정성과 어두운 정열의 요동은 19세기 낭만주의의 전조이며 당시의 상식을 탈피한 천재만이 가지는 위대함이라 하겠다. 슈베르트는 모차르트 작품 중에서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Le Nozze di Figaro)> 서곡(overture)과 이 교향곡 40번을 가장 좋아했고 특히 40번 교향곡을 들을 때면 눈물을 글썽이며 ‘이 곡에서는 천사의 목소리가 들려온다’라고 한 바 있다.

제1악장(Allegro)은 그 유명한 우수에 젖은 한숨과 같은 주제가 팽팽한 용솟음으로 다가오는데 준엄한 비극성과 고요한 아름다움으로 비감을 한껏 고조시키는 감정의 전개가 감동적이다.

2악장 안단테(Andante)는 비통한 슬픔 뒤의 위안 같은 시적인 것으로 마치 지쳐 버린 잿빛 영혼의 노래가 가슴을 울린다.

3악장 미뉴엣(minuet)은 눈물을 글썽이는 가락인데 마치 스케르초(scherzo)풍으로 들린다. 그래서 종래의 미뉴엣과는 다른 빈풍의 무곡에서 벗어날 때가 된 듯한 예감을 전한다. 평화로운 악장이다.

4악장(Allegro)은 격정의 응집이 극적인 다이내믹으로 전개된다. 숙명적인 동시에 비극적인 심연을 향해 치닫는 처절함이 고통스러운 피날레이다.

초연은 정확하지 않으나 어떤 식으로든 작곡가 생전에 연주되었을 것이라고 추측된다. 악보는 2가지로 초판은 클라리넷이 포함되지 않은 것이며 나중에 클라리넷 두 대를 추가한 악보가 나오는데 이것에 의한 초연은 1791년 4월 이루어졌다. 모차르트는 그해 12월 5일 눈을 감는다. 대부분의지휘자들은 클라리넷이 첨가된 두 번째 악보를 쓴다.

이런 모차르트의 교향곡 40번은 정열적이고 비극적이면서 병적인 흥분을 돋우는 암울한 정서를 지니고 있는데 이런 것은 모차르트에게는 매우 드문 일이다. 그래서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의 작가 슈리히는 ‘경험된 그 어떤 일의 반영이다’란 말을 남겼는지도 모르겠다.

2. Symphony No. 41 in C major, K551. 'Jupiter'

1788년 여름 3개월도 채 안 되는 극히 짧은 기간에 완성된 모차르트의 후기 3대 교향곡의 작곡 경위는 수수께끼로 남겨져 있다.

작곡 동기나 목적, 의뢰자 그리고 실제 연주 가능성 등 어느 하나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그래서 음악학자인 아인슈타인(Alfred Einstein, 1880~1952, 독일)은 ‘의뢰도 없고 직접적인 의도도 없다. 있는 것이라곤 연원에의 호소뿐’이라는 말을 남기고 있다.

한편 일설(一說)에는 두 가지 가정이 있다고 한다.

작곡 무렵 모차르트가 매우 궁핍한 생활을 하고 있었고, 심지어는 주위 사람들에게 의뢰를 구걸하다시피 하여 자신의 천재성을 훼손시키는 작품을 작곡, 경우 연명을 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새로운 교향곡’이라는 그럴듯한 제목을 붙여 런던의 흥행주 잘로몬(Johann Peter Salomon, 독일)의 관심을 끌어 어려운 생활로부터 벗어나려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잘로몬은 ‘주피터(Jupiter)'라는 제목을 생각해 내기도 한다.

다른 하나는 교향곡 38번 <프라하(Prague)>의 성공으로부터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보다 심화된 교향곡을 작곡하려는 갈망을 가졌고, 바흐가 <푸가의 기법(Die Kunst dre Fuge)>을 작곡했던 것처럼 자신도 순수한 음악을 위한 초절기교 연습곡적인 교향곡을 작곡했다는 것이다.

이런 수수께끼와 같은 작품의 대미(大尾)는 41번 교향곡 <주피터>가 장식하고 있다. 특히 이 곡은 1788년 8월 10일 불과 15일 만에 작곡되어 기적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진정 놀라는 것은 짧은 기간이 아니라 창조의 탁월함일 것이다. 그래서 로마 신화의 추고의 신인 ‘주피터(Jupiter)'란 별칭이 붙었고 또한 그에 합당한 최고의 작품으로도 손색이 없는 걸작으로 자리하는 것이다.

모든 슬픔과 격정을 드러낸 것이 전작인 40번 g단조 교향곡이었다면 그 옆에서 항상 구원의 영역을 추구했던 것은 바로 이 41번 <주피터>였던 것이다. 다른 그의 g단조 작품들도 예외 없이 늘 곁에 짝을 이루는 대비적인 작품이 존재하였는데 이는 그 어떤 내면적인 요청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은 “분명히 드러나기보다는 오히려 감추어져 있는 갤런트(gallant)적인 것과 학구적인 것의 융합이 <주피터>의 피날레에서 확실히 나타난다… 그것은 음악사에서 영원한 한순간이다.”라는 말을 남기고 있다. 결국 모차르트는 그의 최후의 교향곡에서 현란함과 웅대함의 극치 그리고 클라이맥스 악장에 푸가의 기법을 도입하여 요절한 한 천재의 승리의 찬가를 만들었던 것이다.

곡에는 하이든적인 것은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고 자신만의 특징을 한껏 드러낸 그리고 그 내용에 있어서는 베토벤에 육박하는 승리의 찬가라 할 만하다. 특히 전작 g단조 교향곡의 염세적인 어두움과 대조를 이루는 당당하고 화려한 것은 마치 베토벤의 5번 c단조 교향곡에 비유된다.

제1악장은 찬연한 빛남을 가진 당당한 위험의 악장인데, 음악적으로 강한 집중력의 긴밀하고 정밀한 구조가 감탄할 만하다.

2악장 안단테 칸타빌레(andante cantabile)는 모차르트가 흔히 즐겨 쓴 이탈리아의 콜로라투라(coloratura)풍의 화려하고 섬세한 것이다. 그래서 그 아름다움은 이 세상 것이라 여겨지지 않은 것이나 거기에는 억제된 정연함도 공존한다.

그리고 종악장인 4악장에는 푸가(fuga) 기법을 도입하여 흔히 이 교향곡을 ‘종곡에 푸가를 가진 C장조의 교향곡’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 만큼 대위법적인 전개가 실로 놀라우며 압도적인 감흥과 숨 막힐 듯 한 격정으로 곡을 맺는다.

출처 : 불후의 클래식(허재, 책과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