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 Of Fugue

Emerson String Quartet

작품의 배경 및 개요

1747년에 〈음악의 헌정〉을 완성한 후, 바흐는 곧바로 이와 유사하게 푸가가 바탕이 되는 작품의 작곡에 착수했다. 건강 상태는 갈수록 악화되었고, 시력은 급격히 떨어져서 실명에 가까운 상태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바흐는 작곡을 멈추지 않았다. 1749년 여름이 되자, 라이프치히의 성 토마스 교회에서는 그의 후임을 물색하는 작업에 나섰다. 바흐는 희미해져 가는 시력을 되찾기 위해 수술까지 감행하지만 실패로 끝나고 양쪽 눈의 시력을 모두 잃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결국 1750년 여름, 바흐는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바흐가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붙들고 있었던 작품이 바로 〈푸가의 기법〉 BWV1080이다. 바흐가 남긴 최후의 작품-일명 ‘백조의 노래’-이라고 할 만큼 바흐가 평생 동안 탐구해 온 대위법에 관한 모든 결과가 집약적으로 담겨 있는, 역작이다. 바흐 전문학자인 크리스토프 볼프는 이 작품에 대해 ‘하나의 단일한 주제에서 파생된 심오한 대위법적 가능성들에 대한 위대한 탐구’라고 평하기도 했다. 연주 시간만 1시간 20여분에 달하는 이 대작은 단순한 주제 선율을 바탕으로 열네 개의 푸가와 네 곡의 카논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마지막에 수록된 미완성 푸가는 239마디에서 멈추어져 있다.

미완성으로 남은 악보는 바흐가 세상을 떠난 후, 유족들이 자필 악보를 기초로 편집을 거쳐 1751년 정식 악보로 출판하면서 오늘날까지 알려지게 되었다. 그리고 곧이어 1752년에는 두 번째 버전도 등장했다. 그 이후로도 출판된 악보들을 보면 조금씩 차이가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바흐가 세상을 떠난 후에 출판된 악보에는 바흐의 자필 악보에는 없는 음악들이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 특히 사후 초판본에는 바흐가 쓴 코랄 ‘저는 당신의 보좌 앞에 나아갑니다.’가 덧붙여 있었는데, 이는 바흐가 의도한 것은 아니며, 후세 사람들에 의해 추가된 것이다.

작품의 구성 및 특징

〈푸가의 기법〉은 연주와 해석에 있어서 여러 가지 논란의 여지가 많은 작품이다. 그 이유는 바흐가 연주할 악기를 지정해 놓지 않았을 뿐 아니라 연주 순서 역시 확실히 정해놓지 않았다는 데서 기인한다. 〈푸가의 기법〉을 과연 어떤 악기로 연주해야 할 것이냐의 문제는 오랫동안 학자들 사이의 논쟁거리였으며, 실제로 다양한 편성으로 실연되었다.

바흐는 ‘두 대의 클라비어를 위한 푸가’ 한 곡만 악기를 정해 두었을 뿐 나머지는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가장 통상적으로는 이 작품이 쳄발로 또는 오르간 같은 건반 악기로 연주해야 한다는 견해가 주를 이루었고, 오늘날에는 피아니스트들이 이 곡에 도전해 많은 음반을 남기기도 했다.

1927년에는 볼프강 그래저라는 사람에 의해 관현악 버전으로 만들어졌으며, 이후에는 레오폴트 스토코프스키 등 여러 음악가들이 관현악으로 연주했다. 그 밖에 이탈리아 4중주단을 이끌었던 파올로 보로치아니는 현악 4중주를 위해 편곡한 버전을 만들어 음반으로 남기는 등 오늘날에는 다양한 악기의 음색으로 〈푸가의 기법〉을 들을 수 있다.

연주 순서에 있어서도 많은 의견들이 등장해 왔지만, 오늘날에는 전체 악곡을 여섯 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 구분은 다음과 같다.

단순 푸가

일반적인 푸가로 제1~4 콘트라풍크투스

반행 푸가

반진행으로 응답하는 푸가로 제5~7 콘트라풍크투스

이중 또는 3중 푸가

주제가 두 개 혹은 세 개인 푸가로 제8~11 콘트라풍크투스

거울 푸가

일명 ‘대칭 푸가’라고 하는 것으로 제12~13 콘트라풍크투스

2성 카논

제14~17 카논

3개의 주제를 위한 푸가

미완성으로 남아 있다.

그 외에 두 대의 클라비어를 위한 대칭 푸가가 있으나 이 곡은 제13 콘트라풍크투스를 나중에 편곡한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전체 악곡은 이처럼 여섯 그룹으로 구분할 수 있으나, 이들 그룹의 연주 순서는 연주자들마다 조금씩 다르게 나타난다.

바흐의 〈푸가의 기법〉은 열네 개의 푸가와 네 개의 카논으로 이루어져 있다. 모두 동일한 중심 주제를 바탕으로 했으며, 이 주제들은 일반적인 4성 푸가 형식은 물론이고 여기에서 발전하고 변형된 다양한 형태로 전개된다.

제2 콘트라풍크투스에서는 점 리듬을 사용해 우아하면서도 활기 넘치는 분위기를 나타내며, 제6 콘트라풍크투스의 경우 바흐가 악보에 ‘프랑스 양식에 의한’이라고 적어 놓은 것이 눈에 띈다. 당시에 유행하던 프랑스 서곡 풍을 도입하면서 반행 푸가로 전개되는 이 부분에서는 프랑스 서곡의 특징적인 부점 리듬도 등장한다. 여덟 번째 콘트라풍크투스에서 열한 번째 콘트라풍크투스까지는 주제가 두 개 이상으로, 원래 사용된 주제 외에 새로운 주제 선율들이 등장한다. 음악도 더욱 길어지고 확대된다. 열네 번째 곡부터는 카논이 등장하는데, 음가가 두 배 이상 늘어나는 확대 카논, 변형 카논, 옥타브 카논, 10도 카논과 12도 카논까지 점차 확장되고 정교해진다.

글 출처 : Daum 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