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DUCTION

1. Suite Bergamasque

프랑스 인상주의 음악을 대표하는 클로드 드뷔시의 <베르가마스크 모음곡>은 특유의 아름답고 간결한 멜로디로 그의 피아노 작품 가운데 가장 높은 인기를 누릴 뿐만 아니라, 그의 프랑스적 취향을 가장 직설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작으로 손꼽을 수 있다. 한편 조아키노 로시니의 유명한 명제인 ‘노년의 과오’를 인용하자면, 이 작품은 드뷔시의 ‘유년의 과오’라고도 말할 수 있을 듯하다.

‘프렐류드(Prélude'), ‘미뉴에트(Menuet)', ‘달빛(Clair de lune)', ‘파스피에(Passepied)', 이상의 네 개의 곡을 모아 놓은 이 모음곡은 드뷔시가 23세인 1890년에 작곡했는데 이후 1905년에 돼서야 비로소 처음으로 출판되었다. 같은 해 작곡한 <마주르카(Mazurka)> 역시 1905년에 출판되었는데, 드뷔시는 자신이 젊었을 때 작곡한 작품들의 한계를 깨닫고 있었다. 그래서 시대 흐름에 따른 관점의 변화에 의거해 작품에 철저한 비판과 수정을 가했고, 그 후에 뒤늦게 출판하게 된 것이다. 모차르트에 비견할 만한 천재였으나 식도락의 즐거움에 빠져 30대 중반에 작곡을 중단한 로시니에게는 늙음 그 자체가 죄였겠지만, 드뷔시에게는 고유의 음악 어법을 발견하기 이전, 젊음 그 자체가 과오였으리라.

안타깝게도 이 작품이 처음에 얼마나 작곡되었는지, 이후 출판된 무렵에는 어떤 부분이 수정되었는지 자세히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두 개 정도의 작품 제목이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원래 ‘파스피에’는 ‘파반’으로, ‘달빛’은 ‘감상적인 프롬나드’로 제목이 붙여져 있었다. 이들 원제는 프랑스의 시인 폴 베를렌의 시집 <우아한 향연(Fêtes galantes)> 중 ‘세레나데’에 나타난 언어 논리를 음악의 세계를 통해 암시하고 있으며, 드뷔시는 이 시집의 유명한 한 행을 참고해 곡 제목을 붙였다.

또한 <베르가마스크 모음곡>은 17세기 음악의 분위기와 프랑스 클라브생 주자들의 명석하고 즐거운 양식에 바탕을 두고 있는 곡이다. 그런 만큼 그 시대에 대한 동경과 아이러니를 섞어내 프랑스적 혼합체를 만들어내고자 했던 드뷔시의 신고전주의적 의도 또한 엿보이는 작품이다.

◀폴 베를렌. 드뷔시는 베를렌의 시집 <우아한 향연>을 참고해 곡의 제목을 붙였다.

세기가 전환될 당시 드뷔시의 창작열은 불타올랐던 반면 개인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드뷔시는 1894년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과 1900년 <녹턴>이 초연되며 대성공을 거두어 작곡가로서의 위상을 확립할 수 있었고, 1902년 오페라 <펠레아스와 멜리장드>가 대혼란 속에 초연된 이후 진정한 대가로 존경을 받게 되는 등 승승장구의 시기를 걸었다.

그러나 1903년 아내인 릴리 텍시에가 자살을 꾀할 정도로 아름답고 총명한 음악가이기도 한 에마 바르다크와 사랑에 빠진 그는 언론과 친구들로부터 버림받아 사회로부터 매장 당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이 시기의 혼란은 그에게 내면으로 침잠해 들어가 창작의 원동력을 발견할 수 있었고, 그 결과는 교향시 <바다>에서 찬연한 모습으로 드러난다.

젊은 시절 바그너에 열광하고 무소륵스키에 감동받으며 자바와 일본 문화와 같은 이국적인 취향에 자극을 받았던 드뷔시는, 이후 단번에 기능적인 혁신가로 자신의 정체성을 극적으로 바꾸었다. 그는 쇤베르크처럼 조성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특정 화성의 울림과 그 기능을 중시했다. 그 결과 드뷔시는 ‘음색’을 음악의 중요한 요소로 새롭게 발견했고, 풍부하고 무한한 표현력을 갖춘 독자적인 음악 어법을 구사하게 되었다.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중에서는 세 번째 곡 ‘달빛’이 가장 대중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드뷔시는 프랑스 바로크 시대 작곡가들에 대해서도 무한한 예찬을 보낸 바 있다. 드뷔시는 1903년 스콜라 칸토룸에서 장 필리프 라모의 발레가 상영된 것을 보고 난 후 “라모 만세! 타도 글루크!”를 외쳤다고 한다. 그 후 출판사에서 준비하고 있었던 라모 작품 전집 가운데 <폴림니의 축제(Les Fêtes de Polymnie)>를 출간하는 일에 동조했던 것 같다. 특히 드뷔시의 라모 예찬은 엄숙하고 장중한 분위기, 강한 양식적 특성을 가진 무곡을 통해 나타나고 있는데 그의 <영상(Images)> 2권의 ‘라모 예찬(Hommage à Rameau)’에 잘 표현되어 있다.

<베르가마스크 모음곡>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잘 드러난다. 네 곡 모두에서 후기 낭만주의 특유의 서정적이고 따뜻한 분위기가 느껴지며, 드뷔시가 막 확립해낸 독특한 화성과 신비로운 음색을 바탕으로 한 바로크적인 뉘앙스가 돋보이고 있다. 특히 ‘전주곡’의 독특한 터치 감각은 류트나 클라브생을 위한 전주곡을 연상시킨다. 이어 등장하는 전형적인 바로크 무곡인 ‘미뉴에트’와 ‘파스피에’는 충분히 감동적이다.

한편 독립적으로도 자주 연주되는 ‘달빛’은 그 신비로운 화성과 은유적 분위기로 인해 ‘신고전주의자 드뷔시’의 음악적 신념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베르가마스크 모음곡>은 드뷔시가 젊었을 때 작곡한 작품인 만큼 음악적으로 한층 느슨했을 것이라 추측되기도 한다. 드뷔시는 자신의 독창적인 음악 스타일을 자유롭게 구사하게 된 1903년 이후 본격적으로 피아노 음악에 집중했다.

그리고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비로소 <베르가마스크 모음곡>을 출판했다. 그로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던 충분한 이유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 오랜 시간이 흐르는 와중에 폴 베를렌의 시적 뉘앙스 또한 한층 경묘하게 배가되었을 것이다.

글 출처 : 다음 블로그 '숲속의 빈터'

2. Prelude A L'Apres - Midi D'un Faune - Prelude

덥고 나른한 여름날의 오후, 시칠리아 섬 해변의 우거진 숲의 그늘에서 졸고 있던 목신 판느(Faune , 머리와 상반신은 사람이고 그 아래는 염소를 닮았음)는 꿈처럼 가물가물한 상태에서 나무 사이로 목욕을 하고 있는 요정을 발견한다. 그러나 이것이 현실인지 환상인지 모르는 사이에, 목신은 저편에서 흔들리는 엷은 흰빛의 무엇인가에 감정의 불꽃을 태우며, 또 이전에 숲이나 샘터에서 보았던 요정을 상기하면서, 달려 나아가 사랑의 여신 비너스를 껴안는다. 일어나는 몽롱한 욕정에 빠지는 관능의 즐거움, 이윽고 환상의 요정은 사라지고, 망연한 권태가 상쾌하게 그의 마음을 감싼다. 목신은 또다시 오후의 고요함과 그윽한 풀내음 속에 다시 잠들어 버린다.

19세기 말부터 제1차 세계대전에 걸쳐 유럽 문화 속에는 세기말이라는 시대가 지닌 퇴페적이고 권태적인 분위기와, 당시 유럽 문화의 중심지인 파리가 안고 있는 독특한 정신이 어딘지 모르게 감돌고 있었다.

당시 파리는 오스망 남작의 도시개발계획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철도망 확충과 만국박람회로 자본주의가 급속하게 발전했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회 중심 세력인 부르주아 계급이 등장했다.

파리지앵은 이런 사회적 배경의 자부심을 바탕으로 탄생한 부르주아 계급이었고, 이들이 모이는 카페나 카바레가 새로운 문화의 중심을 이루고 있었다.

작곡가 드뷔시도 일생을 통하여 몽마르트 근처의 이색적인 카바레에 출입하고 있었다. 그는 이곳에서 음악가 뿐만아니라 화가와 시인, 문학가 같은 여러 분야의 예술가들과 교분을 맺으면서 새로운 예술의 발전에 대해 토론을 즐겼다.

그 중에서 상징파 시인인 스테판 말라르메 (Stephane Mallarme, 1842~1898)와의 만남은 그의 대표작인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을 탄생시키는 계기가 됐다.

드뷔시는 말라르메가 주재하는 '화요일 밤의 모임'에 음악가로서는 유일하게 참석하고 있었는데, 그 모임에서 말라르메가 발표한 장시 '목신의 오후'에 영감을 받아 그 시를 소재로 곡을 쓰게된다.

이 곡이 바로 미술계에서부터 각 방면으로 무섭게 파급되어 가는 '인상주의'를 음악에 도입한 최초의 곡인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이다. 1892년, 30세의 드뷔시는 이곡을 쓰기 시작하여, 1894년 12월에 파리에서 초연을 가졌다. 이 곡을 접한 파리지앵들은 크게 흥분하여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자칫 독일 중심의 음악에 눌리기 쉬웠던 프랑스 음악계는 이 곡에 의해 새로운 힘과 서광을 얻게 되었다. 그 독특한 에로티시즘과 모호하게 떠오르는 정취는 매우 신선하고 대담했으며, 무엇 보다도 음악적 수법이 문제였다. 전통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당혹해 했지만, 역시 세계는 눈을 빛내며 이 새로운 문제작에 찬사를 보냈다.

드뷔시는 이 곡을 처음에는 전주곡 뿐만 아니라 낭독과 무용, 음악이 함께 어우러지는 무대를 구상하여서 간주곡과 종곡도 만들 예정이었다. 그러나 전주곡이 완성되었을 때 그 계획은 모두 취소되어 버린다. 연주 시간이 10분 남짓한 이 전주곡에서 이미 말라르메의 시의 세계가 모두 표현되었기 때문이다.

곡의 시작은 주요 주제가 플루트로 연주되고, 이어 오보에와 클라리넷이 이것을 발전시키며, 하프가 가볍게 대응한다. 여름날에 가벼운 미풍에 나뭇잎이 흔들리는 느낌이다. 베일에 덮인 듯한 분위기로 플루트와 첼로가 그것을 연출한다. 멀리 메아리치는 호른의 울림에 하프가 조용히 화답하고 있다. 목신 포느의 꿈길일까? 작은 심벌이 잘게 새기는 타음이 리드미컬하게 울리며 폼페이의 옛 무곡을 본뜬 정취를 그리는데, 이윽고 제1주제가 약음기를 단 현악기에 의해 재현되며 꿈을 꾸듯 조용히 마친다.

글 출처 : 가득찬 박스, 그 속의 이야기

3. Children's Corner L 113

작품의 배경 및 개요

피아노를 보다 현실적인 목적을 위해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드뷔시는 1905년 10월 30일에 태어난 자신의 딸인 슈슈(Chou-Chou)를 위한 피아노곡을 작곡했다.

그리하여 <인형의 세레나데>(Serenade of the Doll)를 1906년에 먼저 작곡한 뒤 그 반응을 지켜보았고, 사랑하는 딸에게 음악적인 상상력을 불어넣어주기 위해 뒤이어 다섯 곡을 작곡하여 모음곡 형식인 <어린이 차지>를 완성했다.

1908년에 뒤랑 출판사에서 출판된 이 곡의 초연은 그 해 12월 18일 파리에서 해롤드 바우어의 연주로 이루어졌다. 물론 자신의 딸인 슈슈에게 헌정되었다.

사랑스럽고 회화적이며 동화적인 이 작품은 연주 테크닉이 어렵지 않기 때문에 프로페셔널 연주가는 물론이려니와 아마추어 피아니스트 및 일반 애호가들로부터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리고 출판 당시 각 장면의 제목을 영어로 표기한 것으로 미루어볼 때 작곡가가 이 작품이 세계적으로 잘 알려질 것임을, 혹은 세계의 모든 어린이를 위한 작품임을 의도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결국 이 곡은 커다란 인기를 얻게 되었고 이에 상응하여 1911년에는 드뷔시의 친구인 앙드레 카플레가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하여 초연, 출판하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이 작품은 19세기로부터 유래한 어린이를 위한 피아노 음악의 전통에 의거한 듯 보이기도 한다. 멘델스존의 <어린이를 위한 소품>이나 슈만의 <어린이 정경>이나 <어린이를 위한 앨범>, 비제의 피아노 연탄곡인 <어린이의 놀이>, 무소륵스키의 <어린이의 방>, 차이코프스키의 <어린이를 위한 앨범> 등등 19세기에는 중산층에 피아노 보급이 급속도로 확산됨에 따라 어린이를 위한 피아노 소품들이 많이 작곡되며 독립적인 카테고리를 세워 나갔다. 이 가운데 드뷔시의 <어린이 차지>는 다른 어린이용 작품들과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작곡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데, 어린이의 유희적이거나 교육적인 측면보다는 드뷔시 특유의 명상적이고 이미지적이며 현대적인 측면이 강조되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19세기 유럽의 장난감 가게 모습.

상상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어린이 차지>의 여섯 곡은 프로그램에 의해 서로 연결시킬 수도 있다. 아이가 실내와 실외를 오가며 재미있게 노는 동선을 따라 관찰자의 1인칭적 시선이 차례로 옮겨가는 느낌을 강하게 주기 때문이다. 또한 제목에 제시된 ‘Corner’란 단어가 의미하듯, 이 <어린이 차지>는 어린이의 행동과 모습 그 자체가 아니라 어린이가 속해 있는 영역과 공간에 대한 전체의 인상을 옮긴 만큼 음악의 메시지가 직설적이라기보다는 은유적이다. 그러한 만큼 이 작품에 담긴 작곡가의 독창적인 정서와 고유의 음향을 제대로 표현하려면 고도의 연주력과 남다른 감수성이 필요하다.

작품의 구성 및 특징

제1곡: 그라두스 애드 파르나수스 박사
첫 곡은 클레멘티의 교본을 희화적으로 모방한 ‘그라두스 애드 파르나수스 박사’(Doctor Grandus ed Parnassum)이다. 이 작품은 전부 온음계로 빠른 발걸음을 연상케 하는 음표들의 행진과 환상적인 멜로디의 대비가 인상적이다. 단조롭고 지겨운 클레멘티 연습곡에 대한 어린이다운 반발을 풍자한 것이기도 하다.

제2곡: 짐보의 자장가
첫 곡에 이어서 어린이가 방에 있는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장면을 묘사한 두 개의 작품이 등장한다. 두 번째 곡은 ‘짐보의 자장가’(Jimbo’s Lulaby). 짐보는 슈슈가 가지고 놀던 코끼리 인형으로 둔중하지만 섬세한 음향이 나지막하게 깔린다.

제3곡: 인형을 위한 세레나데
세 번째 곡은 ‘인형을 위한 세레나데“(Serenade for the Doll)로 5음계의 주제가 무곡적인 리듬감을 통해 불연속적인 진행으로 펼쳐진다. 인형과 숨바꼭질을 하는 듯한 아이의 귀여운 모습을 연상할 수 있다.

제4곡: 눈은 춤춘다
이제 아이의 무대는 실외로 옮겨진다. 네 번째 곡인 ‘눈은 춤춘다’(The Snow is Dancing)는 오스티나토(ostinato)로 구성된 장면으로 페달링을 통한 자욱한 음향이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이 내리는 야외의 풍경을 묘사한다. 아이의 장난스러운 모습은 오른손 멜로디와 스타카토 연타를 통해 간간이 등장한다.

제5곡: 작은 양치기
다섯 번째 곡은 '작은 양치기(The Little Shepherd)로, 오케스트라를 위한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이나 플루트를 위한 <시링크스>를 상기시키는 전원풍의 작품이다. 최소한의 음표로 아이가 속해 있는 자연의 목가적인 분위기를 음악으로 환원시킨 이 장면에는 드뷔시의 음악적 기법이 고도로 응축되어 있다.

제6곡: 골리워그의 케이크워크
마지막 여섯 번째 곡은 ‘골리워그의 케이크워크’(Golliwogg's Cakewalk)로, 드뷔시가 처음으로 재즈적인 이디엄(idiom)을 사용한 작품이다. 흑인 어릿광대의 그로테스크한 발걸음을 연상시키는 이 작품 제목에 등장하는 케이크워크란 미국 남부 흑인들로부터 비롯되어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유행했던 래그타임(ragtime)의 일종으로 으쓱거리는 걸음걸이가 특징이다.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모티브를 의도적으로 희화화하여 인용한 부분이 중간에 등장하기도 한다.

글 출처 : 숲속의 빈터

4. Preludes 1 L 117

No.8. La Fille Aux Cheveux De Lin
아마빛 머리의 소녀는 드뷔시 피아노 전주곡 1권 중 8번째 곡이다. 두 페이지의 아주 정교한 이 곡은 드뷔시 작품 중 가장 잘 알려진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중 달빛과 목신의 오후 전주곡에 필적할 만하다.

오늘날 전주곡에 "아마빛 머리의 소녀"와 같은 짧은 부제가 단정적인 어구로 맨 앞에 붙어 있지만, 드뷔시가 작곡을 했을 때에는 이해를 돕기 위한 짧은 암시로서 작품의 뒤에 기술 되었다.

역시나 "아마빛 머리의 소녀"라는 제목은 너무나 유명해서 때때로 이것이 완벽한 균형을 이룬 피아노 곡이라는 사실을 잊게 만든다.

멜로디만이 이어지는 도입부는 순수함이라는 놀라운 효과를 나타내고, 빛나는 중국풍 중간 클라이막스는 지나치게 열성적인 피아니스트에 의해 깨어지기 쉽다. 불분명한 마지막 피아니시모의 중얼거림(이 표현은 드뷔시 자신이 했다.)이 따뜻한 해가 떠오르는 낭랑한 G장조로 끝이난다

No.10. La Cathedrale Engloutie
10번 "La cathedrale engloutie" (가라앉은 교회)는 바다밑에 가라앉아 안개끼고 파도치는 날 아련히 환상처럼 보인다는 전설의 도시 성당을 그린 곡이다. 몽환처럼 시작해 점차 거대한 모습을 드러내는 바다위 상상의 건축물처럼, 처음에 조용히 시작해 점차 거대한 음향을 쌓아가는 곡 구조이다.

5. Deux arabesques, L.66 (Two Arabesques)

작품의 배경 및 개요

아라베스크라는 용어는 음악에서는 하나의 악상(樂想)을 화려한 장식으로 전개하는 악곡(樂曲)을 말한다. 슈만은 1839년에 작곡한 피아노 소품(op 18)에 이 이름을 붙였고, 드뷔시의 초기 피아노곡(1888)이 유명하다.

2곡의 아라베스크는 드뷔시가 쓴 최초의 피아노 곡이다. 로마대상을 받고, 그리고 로마유학을 끝내고 돌아온 직후인 1888년에 썼다. 아직은 그가 개척한 <인상주의>의 강렬함이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이전의 누구의 작품에서도 만날 수 없었던 새로움과 신선함이 번뜩인다.

<아라베스크 1번(Arabesque No. 1 in E major)>은 원래 1888년 드뷔시가 최초로 발표한 피아노 곡인 <아라베스크1, 2번>중 하나로 피아노를 위한 곡으로 작곡되었지만, 오늘날에는 하프 연주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 곡은 드뷔시의 작곡 연대에 따른 3시기 중 제1기(1888년~1890년)에 해당하는 곡이며 이<아라베스크 1번>은 안단티노 콘 모토, 4/4박자로 하프에 의한 아름다운 아르페지오가 상쾌하고 명쾌하게 '반복'되면서 환상적인 연주를 들려준다. 또한 산뜻하고 우아한 표현에 의한 로맨틱한 매력이 곡 전체에 가득 흐르는 곡이다.

작품의 구성 및 특징

1888년 드뷔시가 최초로 발표한 피아노곡인 (아라베스크 1,2번)은 드뷔시의 초기 작품에 해당한다. 1번은 아름다운 아르페지오의 상쾌하고 환상적인 표현과 로맨틱한 매력이 곡 전체에 흐른다. 2번은 마스네의 영향이 느껴지지만, 생기있고 약동하는 듯한 흐름을 보여준다. '아라베스크'는 '아라비아풍'으로 라는 뜻으로 아라비아 건축의 미술적 장식을 가리키는데, 음악상으로는 환상적인, 장식적인 성격을 가진 소곡의 표제로 사용되었다.

No.1, Andantino con molto
아라베스크 1번 (Andantino con molto) 4/4박자로 피아노에 의한 화려한 아르페지오가 상쾌하고 명쾌하게 반복되면서 환상적인 연주를 들려준다. 또한 산뜻하고 우아한 표현에 의한 로맨틱한 매력이 곡 전체에 흘러 꿈꾸는 듯한 아름다움이 연주된다. 무엇보다도 악곡의 모두에서부터 펼쳐지는 상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관능적이기까지한 아르페지오가 반복되는데 그 매력은 잊을 수 없는 것이다. 주선율도 대단히 감미롭다. '프랑스적 취미'라는 말을 흔히 쓰는데, 이 곡에서 바로 그러한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No.2, im e minor. Allegretto scherzando
제1번과 같이 마스네의 영향이 느껴지지만 제1곡이 하나의 정서를 가지고 있는데 대해 제2곡은 싱싱하게 약동하는 세계를 묘사하고 있다. 처음에는 셋잇단음표와 8분음표의 구성이 리듬의 최소단위가 되어 반복되고 섬세한 운동이 되어서 흐르지만 다시 이 곡에는 드뷔시가 기도한 기법상의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다.

고전적인 화성법에 있어서는 병행화음의 진행은 3도나 6도에서 허용되고, 병행5도에 의한 진행은 엄중하게 금지 되었는데, 33마디에서 부터 이 병행5도 진행의 사용에 의해서 드뷔시는 전통적인 화성의 기능적 성격을 파괴하고, 화음 하나하나가 전체적인 연결 속에 각개의 역활이나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음의 울림 그 자체로 되어있다. 이 수법은 드뷔시의 음악 어법의 하나가 되었으며 다른 혁신적인 기법과 더불어 점차 독특한 드뷔시의 원숙한 경지로 발전해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