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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DUCTION

Derek Han, piano
Isabelle Faust, violin(Stradivari 1704)
Bruno Giuranna, viola
Alain Meunier, cello

Total timing 01:11:53

1. Piano Quartet No.1 in g minor, Op.25

작품의 개요 및 배경

브람스는 실내악 분야에서 커다란 발자취를 남겼으며, 그의 실내악곡은 독일 실내악 역사에서 하나의 정점을 이루고 있다. 브람스는 여러 가지 편성의 실내악곡을 쓴 것으로 유명한데, 베토벤과 슈베르트가 실내악의 중심을 현악 4중주에 둔 것과 달리 브람스는 어느 한 편성에 중점을 두지 않았다. 브람스는 모두 26곡의 실내악곡을 작곡했으며, 그중에서 g단조 Op.25, A장조 Op.26, c단조 Op.60의 3곡이 피아노 4중주곡이다.

브람스는 1850년대 후반부터 1860년대 초까지 거의 5년 동안 슈베르트의 음악, 특히 그의 실내악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했다. 슈베르트의 영향은 이 시기 브람스의 작품인 피아노 4중주 1번(Op.25, 1861)과 2번(Op.26, 1861) 그리고 슈베르트의 현악 5중주가 암시된 피아노 5중주에서 드러난다. 그러나 슈베르트의 작품의 영향을 엿볼 수 있으면서도 브람스 특유의 우수와 고독을 느낄 수 있는 곡들이다.

브람스가 첫 번째 피아노 4중주를 작곡한 것은 28살 때인 1861년이다. 앞서 그는 세 곡의 피아노 소나타와 변주곡, 현악 6중주와 두 곡의 세레나데 등을 작곡했지만, 아직 걸작 실내악곡이 나오기 전이었다. 더욱이 3년 전에 자신이 직접 독주를 맡아 초연한 피아노 협주곡 d단조는 참담한 실패를 맛보아야 했다.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에서 가진 연주에서는 박수를 친 사람이 단 세 명에 불과했다.

개인적으로도 격정과 고뇌의 시기였다. 무명에 가까웠던 피아니스트 브람스를 유럽 음악계에 소개하고 이끌어준 슈만이 자살하고, 클라라를 비롯한 슈만의 가족을 돌보는 등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바쁘고 힘든 시기였다. 더구나 열네 살 연상인 클라라 슈만을 향한 일종의 플라토닉 러브는 젊은 브람스에게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브람스는 몇몇 여자들과 정분이 있었고, 1859년에는 괴팅겐에서 사귀었던 아가테 폰 지볼트와 약혼까지 이른 적이 있었으나 이내 파혼하고 평생 동안 결혼하지 않았다.

1860년 음악 작업을 위해 좀 더 조용하고 개인적인 공간이 필요했던 브람스는 함이라는 도시 교외에 정원이 딸린 넓은 곳으로 거처를 옮겼다. 이곳에서 2년 동안 머무는 시기에 그는 피아노 4중주 1번과 2번을 완성시켰다. 스케치부터 완성까지 6년이란 세월이 흐른 뒤였다. 1861년 11월 16일 저녁, 브람스의 출생지인 함부르크에서 한 명의 여인과 세 명의 신사가 무대 위에 섰다. 브람스 피아노 4중주 g단조를 대중 앞에 초연하는 이 자리에서 피아노는 클라라 슈만이 맡았다.

초연 당시의 평판은 그다지 좋지 못했지만, 친구이자 동반자인 당대의 명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요아힘의 격찬으로 차츰 진가가 널리 알려지게 되어, 피아노 4중주 1번은 오늘날 가장 널리 사랑받는 브람스의 실내악곡 중 하나가 되었다.

우수와 신비의 1악장, 스케르초 성격의 2악장, 로맨틱한 3악장 그리고 브람스의 특기인 집시 풍 론도의 4악장. 무엇보다 백미는 4악장 집시 풍의 론도이다. 정열적인 리듬으로 쏟아내는 끝없는 화음의 향연은 듣는 순간 관현악을 듣는 기분이 들 정도이다.

브람스의 작품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은데, 실제로 그 구성의 위용과 약간의 빈틈도 없는 정연함은 가까이 다가가기 어려운 구석이 있다. 그러나 이 곡은 브람스가 28살에 완성한 것인 만큼 젊은 날의 정열과 생생한 활력이 전곡에 넘쳐 있다. 작품에는 불안한 낭만주의 어휘와 안정적이고 교향곡에 가까운 음악적 건축이 혼합되어 있으며, 전반적으로 음색, 표현의 범위, 전개 범위에서 피아노 4중주라는 양식을 벗어나 관현악 쪽에 치우쳐 있다.

2차 세계대전의 전화를 피해 오토 클렘페러의 초청으로 미국으로 간 무조음악의 쇤베르크는 1937년 5월부터 9월 사이 넉 달 동안 브람스의 피아노 4중주 1번을 관현악으로 편곡했다. 쇤베르크의 오케스트레이션은 원곡의 장대한 규모를 한층 정교하게 가공했으며, 대위 선율 하나하나가 여러 악기를 통해 뚜렷이 제시되고 있다. 쇤베르크는 당시 샌프란시스코 교향악단을 이끌고 있던 피에르 몽퇴에게 자신의 이 편곡을 가리켜 ‘브람스의 교향곡 5번’이라고 말했다고 한다(브람스는 4개의 교향곡을 남겼다).

작품의 구성 및 특징

제1악장 Allegro g단조, 4/4박자. 소나타 형식
제1주제 제1악구가 피아노로 쓸쓸하게 제시되면서 이 악장을 특징짓는 불안한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이어서 첼로, 비올라, 바이올린이 차례로 가담한다. 싱커페이션을 가진 경쾌한 제2악구는 첼로로 제시되며 B플랫장조, E플랫장조, F장조 순으로 변화되어 간다.

제2주제는 d단조의 첼로로 제시된다. 발전부는 제1주제 제1악구를 재현한다. 클라이맥스에 이른 다음 카논 풍의 악구를 거쳐 첼로와 피아노의 저음이 집요하게 버티는 가운데 곡은 조용해지면서 현의 피치카토가 두 번 암시적으로 들어간다. 재현부는 발전부에서 제1주제의 제1악구가 많이 쓰였기 때문에 제1주제 제2악구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꺼지듯이 곡이 종결된다.

제2악장 Intermezzo, Allegro ma non troppo c단조, 9/8박자, 3부 형식
‘간주곡’(Intermezzo)이라는 제목이 있으나 원래 ‘스케르초’라고 이름 붙여졌었다. 제1부 제1주제는 약음기를 낀 현만으로 온화하게 시작한다. 첼로 리듬을 새기는 오르겔풍크트(지속저음) 위에서 다른 두 악기가 우수를 곁들여 주제를 연주한다. 이윽고 밝은 C장조로 풍부한 화음의 악구를 내놓다가 곧 다시 c단조가 되어 피아노가 약음 페달을 사용하면서 주제를 내놓고 바이올린과 첼로는 거기에 대위법을 준다.

비올라의 오르겔풍크트가 사라지면 바이올린이 가벼운 f단조로 제2주제를 연주한다. 피아노로 반복된 다음 바이올린과 비올라가 C음을 길게 연주하는 가운데 제1부가 끝난다. 아니마토(생기 있게)의 지정이 있는 제2부 트리오는 A플랫장조로 밝다. 피아노의 재빠른 음표를 타고 바이올린이 연주하는 경쾌한 선율로 시작된다. 이것은 얼마 후에 피아노로 반복된다. 제3부는 구성적으로 제1부와 거의 같게 작곡되어 있다. 코다는 다시 아니마토가 되는데, 밝은 C장조로 조용히 곡을 맺는다.

제3악장 Andante con moto Eb장조, 3/4박자. 세도막 형식
지금까지의 어두운 기분에서 해방되고 앞 악장 코다의 밝음을 받아 눈부시다. 바이올린과 비올라로 감사의 찬가처럼 즐거운 선율을 연주한다. 제1부 주제는 1악장 제1주제 제1악구와 관계되어 있다. 피아노가 하프처럼 빠른 음표를 연주하고 바이올린과 비올라가 반음계법 선율로 가세하면 행진곡 풍 기분이 두드러진다.

이 악장의 클라이맥스를 이루는 제2부에서는 현과 피아노의 대비적 용법이 일품이다. 주제는 E플랫장조로 반복된 후에 발전적으로 이루어져 간다. 제3부는 드물게 E플랫장조가 아니고 C장조로 시작한다.

제4악장 Presto g단조 2/4박자. 집시풍의 론도 형식
이 악장에는 ‘집시 풍의 론도(Rondo alla zingarese)'라고 작곡자의 메모가 적혀 있다. 요제프 요아힘이 절찬한 악장으로 초연 때에는 청중으로부터 가장 많이 박수를 받은 악장이다. 제1주제는 심벌즈의 울림을 흉내 낸 듯한 효과를 내면서 바이올린의 포르테로 시작한다. 1마디의 휴지가 있은 후 제1부주제에서는 B플랫장조로 현의 피치카토를 수반하면서 피아노가 흐르는 듯한 경쾌한 선율을 내놓는다.

제2부주제는 G장조로 밝고 힘차며 정열적인데 집시의 춤을 연상케 한다. 피아노의 무너지는 듯한 카덴차를 거쳐 지금까지의 재료를 써서 이 악장의 클라이맥스가 구축된다. 음계풍의 격렬한 하행 후에 다시 현만으로 제2부주제를 연주하고 다시 피아노가 제1부주제를 연주하면 곡은 더욱 템포를 높여 열광한다. 마지막으로 완전종지를 세 번 되풀이하여 곡의 끝을 암시하는데, 네 번째의 종지화음을 길게 끌다 갑자기 15도 낮은 음으로 늦추어져 뜻밖이라는 듯 곡이 끝난다.


집시 풍의 정열적인 리듬이 쏟아지는 4악장

글 출처 : 클래식 명곡 대사전(이성삼, 세광음악출판사)

2. Piano Quartet No.3 in c minor, Op.60 'Werther'

브람스는 세곡이나 피아노 4중부 작품을 남겼는데, 제1번 g단조와 제2번 A장조는 1861년과 1862년에 작곡했고제3번 c단조는 1855년에 착수했으나 20년만에 완성해 작품60으로 출판했다. 가장 먼저 시작한 곡이 가장 나중에 완성된 것이다.
4중주, c단조를 스케치할 때 브람스는 뒤셀도르프에 살면서 슈만 부부와 가깝게 지냈다. 하지만 음악적 스승이자 친구였던 로베르트 슈만은 정신병에 걸려 요양원에 갇혀 있었고 급기야 1856년에는 세상을 떠났다. 브람스는 클라라와 아이들을 뒷바라지하느라 바빴다. 그가 클라라에게 품고 있었던 연정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었다.

당시 브람스가 친구에게 보낸 편지 내용처럼 쾨테의 '베르테르'주인공처럼 자살 충동을 느길정도로 실망과 좌절감을 느꼈던 시기였다. 브람스는 이 같은 생각을 클라라에게 고백하진 않았지만 클라라도 이곡을 듣고 나서 다소 맥빠진 것 같은 음악이라고 자기 느낌을 얘기했다.

집요하고도 혹독하게 몰아붙이는 안단테 악장을 한참 나중에 완성 단계에 쓴 것이다. 작곡가 자신이 밝힌 대로 '독일 레퀴엠'의 합창 부분에서 악상을 따왔다. 당시 완성한 하이든 주제의 변곡에서도 일부 악상을 빌려왔다. 첼로 파트의 서정적 선율에서 원숙기에 다다른 브람스의 음악세계를 엿볼 수 있다. 하지만 4악장에서는 다시 1악장의 어두운 분위기로 되돌아간다.

1악장은 1855-56년에, 2악장 스케르초는 1856-61년에, 안단테와 피날레 악장은 1875년에 각각 완성했다. 작곡을 시작해 완성하기까지 매우 신중했던 브람스였지만 피아노 4중주 제3번처럼 20년이나 걸린 곡은 별로 없다. (교항곡 제1번 c단조는 14년만에 완성했다)

브람스는 완성된 악보를 출판업자 프란츠 짐로크에게 보내면서 편지에 이렇게 적었다. "악보 표지에 그림을 하나 그려 넣어도 좋을 듯하네. 권총으로 자기 머리를 겨누고 있는 사람을 말이네. 더이상 할 일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지. 아니면 내 사진을 보내줄 테니 여기에 푸른색 코트, 노랑색 바지, 승마용 부츠를 보태면 어떨까?."

둘 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나오는 장면이다. 친구의 아내와의 이룰 수 없는 사랑 때문에 자살하고 마는 한 청년의 이야기다. 브람스는 '베르테르'를 읽으면서 자기가 주인공이 된 것에 같은 착각에 빠진다. 그래서 이 곡에는 '베르테르4중주' 라는 별명이 붙게 되었다.

1악장은 브람스의 '질풍노도' 시기의 산물이다. 같은 시기에 교향곡 제1번 단조의 1악장도 완성했다. 창작이란 열정과 감정만 있어서는 되는 게 아니다. 때로는 냉철한 이성과 판단력이 필요한 법이다. 청년 브람스는 혼란스러운 머리도 식힐겸 작곡을 일시 중단하고 대뒤법을 새로 공부하기로 했다. 작곡을 재개한 1875년 여름 브람스는 하이델베르크 근교의 지겔하우젠에 머물고 있었다.

화가안젤름 포이어바흐, 음악학자 헤르만 크레슈마도 만났다. 프리츠 슈타인바흐는 브람스의 제자가 되겠다고 찾아오기도 했다. 브람스는 음악 하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쁘고 즐거운 나날을 보냈다. 작품은 1875년 11월 18일 빈에서 초연되었다. 브람스가 직접 피아노 건반 앞에 앉았고 헬베스버거 4중주단 멤버들이 연주에 참가했다.

글 출처 : 7인의 음악인들 프로그램북 中 이장직(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