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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DUCTION

Karin Lechner, piano
Berliner Symphoniker,
Eduardo Marturet, conductor

Total timing 01:04:50

1. Piano Concerto No.2 in Bb major. Op.83

작품의 개요 및 배경

이 협주곡은 그가 48세 때에 작곡됐는데, 1878년 봄과 1881년 2회에 걸친 이탈리아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후에 1881년 3월 빈 근교에 있는 프레스바움에 머물면서 새로운 피아노 협주곡을 구상해냈다. 여행에서 받은 인상과 샘솟는 영감을 토대로 대단히 빠른 속도로 작곡하여 불과 3개월 정도가 지난 뒤에 피아노 협주곡의 대부분의 파트를 완성할 수 있었고, 그 해 여름 무렵에 총보를 완성했다.

그리고 그는 ‘절친한 친구이자 스승인 에두아르트 막센(Eduard Marxsen)’에게 자신의 두 번째 피아노 협주곡을 헌정했다. 1881년에야 비로소 자신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이 대가에게 만족스러운 음악을 처음으로 바쳤다는 사실은 브람스의 신중한 성격을 드러내기에 충분하다.

피아니스트로서도 탁월한 재능을 지녔던 브람스는 젊은 시절부터 피아노 협주곡에 대한 악상에 사로잡히곤 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에게 무자비할 정도로 철저했던 완벽주의자로서, 자신의 현악4중주 1번을 발표하기 이전에 작곡한 20여 곡의 습작 현악4중주 모두를 폐기해버렸을 정도다. 더군다나 슈만으로부터 영향을 받았을 피아노에 대한 애정과 협주곡 양식에 대한 의무감을 표출해야만 했던 그가 단 두 개의 피아노 협주곡만을 남겼다는 사실 또한 그가 그 이전에 얼마나 혹독한 자기검열을 거쳤는가를 반증해준다. 게다가 두 곡 사이의 작곡 시기는 거의 4반세기 정도의 격차를 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스타일과 관점 또한 현저하게 상이하다.

1번 협주곡은 끝없이 진행되는 연속성과 폭풍우를 연상시키는 듯한 다이내미즘 등등을 연상시키며 젊은 브람스의 대범하면서도 열정적인 모습을 반영한다. 그러나 2번 협주곡은 독창성과 표현력에 있어서 여전히 작곡가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 내용에 있어서 극단적인 표현을 자제하며 여유로움과 사색을 즐기고자 하는 노대가의 관조적인 모습을 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피아노 협주곡 2번의 가장 독창적인 면모는 협주곡의 전통적인 3악장 형식에서 벗어나, 극적인 효과를 배가시키는 스케르초 악장이 하나 더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손꼽을 수 있다. 그는 친구인 엘리자베스 폰 헤르초켄베르크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다.

“매우 활기찬 작은 스케르초를 가진 작은 피아노 협주곡 하나를 작곡했다.” 이 말은 통상적인 규모를 넘어선 확장된 구조에 대한, 혹은 1악장 하나가 전통적인 3악장 형식이 보여주어야 하는 것 이상의 구성을 담고 있는 것에 대한 작곡가 자신의 유머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4악장 구성 때문인지 이 협주곡은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교향곡 형식의 작품으로 종종 오해받곤 하거나, 피아니스트의 비르투오소적인 자기과시가 없기 때문에 더더욱 교향악적인 작품으로 낙인찍히곤 했다.

그러나 피아노 협주곡은 본질적으로 자기과시를 위한 장르도 아니고 교향곡으로서의 이디엄을 흉내 낸 장르 또한 아니다. 오히려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성악곡 가운데 아리아 형식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에, 독주자 개인이 오케스트라에 대등한 위치를 점유하며 하나의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카리스마와 테크닉(결코 외향적인 이유만은 아닌), 그리고 이를 감싸주며 전체의 흐름과 구조를 리드해나가는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의 거시적인 시각의 조화야말로 협주곡 장르의 독립적인 이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비발디, 텔레만, 바흐를 비롯한 협주곡 장르의 대가들 이후 모차르트와 하이든, 베토벤, 베버, 슈만을 거친 뒤, 특히 현대화된 피아노라는 악기에 부합한 협주곡 양식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 바로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인 것이다. 협주곡 양식이라는 측면에 있어서 형식적으로 확대된 것은 물론이려니와 피아노와 오케스트라에 대한 역할 분담 또한 다양해진 발전적인 모습을 담고 있는 이 협주곡은, 브람스 개인의 정서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이전보다 한층 원숙하고 사색적으로 변화한 동시에 완벽주의적인 성격 또한 더욱 정교해졌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작품의 구성 및 특징

제1악장 Allegro non troppo. Bb장조, 4/4박자. 소나타 형식
1악장 도입부는 호른과 피아노가 대화를 나누며 서사적인 스케일을 지닌 거대한 무엇인가가 다가올 것을 예고하는 듯하다. 리토르넬로 형식에 근거를 두고 있는 이 악장은 오케스트라 반복 악구와 독주자의 긴장감 넘치는 대화가 인상적으로, 극적인 선율을 제시한 뒤 독주자가 당당하게 이것을 강조하는 전통적인 방식을 차용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전의 다른 곡들, 혹은 다른 작곡가들의 협주곡들에 비해 음역이 넓고 조성도 유동적이되, 그 변화는 명확하게 보이지 않고 오히려 모호하기까지 하다. 그리하여 독주자와 오케스트라의 대조를 위한 리토르넬로 형식의 의미는 이 악장에서는 경쟁이나 대비의 효과 없이 서로의 성격을 공유하는 듯 보인다. 심지어 피아노는 도입부에서 엄청난 음량과 스케일로 자신의 우세함을 미리 선보였기에 카덴차 없이도 오케스트라와 대등한 위치에 이미 올라서 있다.

제2악장 Allegro appassionato. d단조, 3/4박자 세도막 형식
변화가 많으며 템포가 빠른 열정겅니 악장인데 제1악장을 봄날의 유쾌함과 아름다움에 비긴다면 제2악장에서는 그의성격에 가가운 북방적 또는 철학적인 한 면을 찾아 볼 수 있다.

제1주제가 힘차게 피아노로 연주된 후 현악기에 의해 부주제가 서정적으로 아름답게 발전하다가 D장조로 조바꿈되어 트리오에 넘겨지고 다시 원조로 복귀되었다가 함차게 코다로 들어간다.

제3악장 Andante. Bb장조 6/4박자. 세도막 형식
마치 이탈리아의 봄이 다시금 전개되는 듯한 느낌이 드는 이 악장은 브람스의 독특한 깊이가 있는 서정적인 노래를 읊은 것이다. 여기서 아주 로맨틱하고 달콤한 첼로의 독주를 볼 수 있으며, 이것이 이 악장에서 가장 중요한 테마이다. 그후 여러 갈래로 발전되는데 낭만적인 정서가 넘쳐 흐른다.

제4악장 Allegretto grazioso. Bb장조 2/4박자. 론도 형식
보통의 협주곡 양식에서는 피날레 악장에서 해결을 위한 통쾌함을 요구해왔던 것과는 달리, 이 협주곡의 마지막 악장은 앞선 악장들에 비해 지나친 요구 없이 비교적 완만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여섯 개의 주요 주제들이 끊임없이 발전을 거치며 변형되어나가는 모습과 피아노 독주 부분의 경탄스러울 정도의 어려운 테크닉 등등, 내면적으로는 대단히 치밀하고 복잡한 내용과 구조를 담고 있다. 천진난만함과 난해함의 공존을 보여주는 이 악장은 Un poco piu presto의 경과부를 거치며, 브람스의 장대하면서도 ‘작은’ 협주곡의 마지막 절정을 향해 대범하게 돌진해나간다.

글 출처 : 클래식 명곡 대사전(이성삼, 세광음악출판사)

2. 4 Klavierstücke, Op.119

작품의 개요 및 배경

4개의 개성적인 소품으로 구성된 <4개의 피아노 소품>은 1893년에 오스트리아의 온천장으로 유명한 소도시 바트 이슐(Bad Ischl)에서 작곡된 곡으로 <6개의 소품, op.118>과 함께 브람스가 마지막으로 쓴 피아노 독주곡이다.

작품의 악보는 <7개의 환상곡 op.116> <3개의 간주곡, op.117> <피아노를 위한 6개의 소품, op.118>과 함께 1892년과 1893년에 출판되었다. 4개의 소품은 제1번부 터 3번까지는 인테르메초(intermezzo)라는 타이틀이고, 제4번은 랩소디(rhapsody)이다.

사실 브람스는 표제적인 영감을 받아서 작품을 쓴 경우에도 시적인 타이틀을 붙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은 작곡가였다. 1854년에 쓴 <에드워드 발라드> op.10을 예로 들면 스코틀랜드의 발라드에서 영감을 받아서 쓴 작품이고, 실제로 이 작품을 듣다보면 “에드워드, 에드워드?”라고 외치는 詩語가 뚜렷하게 들리는 느낌을 받는다.

3개의 인테르메초와 1개의 랩소디로 구성된 이 작품 역시 표제적 성격이 비교적 강하다는 느낌을 받는 작품인 동시에 실제로 이 모든 곡들이 클라라 슈만을 위해서 작곡되었다는 배경을 고려하면 역시 브람스가 의도적으로 시적인 표제를 붙이지 않은 듯싶다.

▶ Clara Schumann

클라라는 브람스의 영원한 연인이자 누나, 어머니같은 존재였다.
1855년 가을, 슈만이 세상을 떠난 뒤에 클라라 슈만,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요아힘, 브람스 등 세 사람이 연주회를 여러 도시에서 갖고 가장을 잃은 슈만 일가의 생계를 도운 일이 있었다.

브람스는 당시 부인보다 14살 연하인 22살의 청년이었다. 그리고 이 무렵부터 브람스와 클라라 사이에 편지 교환이 시작된다. 그리고 40년에 걸친 우정의 편지가 오고간다. 호칭은 '경애하는 부인'에서 '나의 클라라에게', '부인'(Sie)에서 '당신'(Du)으로 변해가지만, '사랑하는 친구여'라고 우정을 지키려는 노력이 애처롭게 담겨져 있다.

브람스는 새로운 작품을 쓸 때마다 반드시 클라라에게 악보를 보내서 의견을 물었다. 그러던 브람스가 이 작품을 쓰면서는 처음부터 클라라를 생각하고 시작했다. 물론 당연히 악보와 편지를 보내서 작품에 대한 설명도 하고 조언도 구했다. 따라서 이 소품들, 특히 <개성적 소품>이라고 이름 지어진 이 작품 속에 클라라를 향한 간절한 사랑이 녹아들었다고 여겨지는 것이다. 전곡 초연에 앞서 제1곡, 제2곡, 제4곡이 1894년 1월 22일 런던의 세인트 제임스 연주홀에서 이로나 아이쉬벤츠가 초연했다.

작품의 구성 및 특징

제1번 Intermezzo in b minor, Adagio, B단조, 3/8박자, 3부 형식.
이 곡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다분히 詩的이다. 1893년에 브람스가 클라라에게 보낸 다음과 같은 편지가 이 곡에 대한 좋은 단서가 된다.

“저는 당신을 위한 작은 피아노 소품을 쓰고 싶은 충동에 빠져있습니다. 그걸 당신도 동의하실지 알고 싶습니다. 그 작품은 불협화음으로 가득 차 있을 겁니다. 당신의 입맛에 맞지 않을지는 모르겠지만 가급적 당신의 취향에 맞도록 잘 조절할 것입니다. 이 작은 소품은 이례적일만큼 우울한 정서를 갖습니다. 그리고 아주 느리게 연주될 것입니다. 모든 마디와 음표는 우울한 정서를 빨아내듯이 리타르단도(ritardando)처럼 소리를 내야 합니다. 그러면 이들 불협화음이 기쁨과 활력을 드릴 겁니다. 착하신 주님, 이 작품이 당신의 욕망을 일깨울 것입니다.”

이 편지를 받은 클라라는 열광했고 나머지 새로운 악보도 보내라고 답신을 했다.

이 편지에서 브람스가 언급한 ‘우울, melancholy’과 ‘기쁨, pleasure’이라는 단어는 이 작품의 오프닝에서 들려오는 화음을 이르는 말로 이해된다. 사실, 오프닝의 세 소절에서 들려오는 하모니는 뭔가 명쾌하지 못한 인상을 주는데 그것이 일종의 ‘우울’이라는 정서의 표현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55마디 째부터는 하늘이 개듯이 명쾌해져서 그것이 곧 ‘기쁨’일 것으로 이해되는 것이다. 중간부는 D장조로 구성되었고 하행의 아르페지오와 싱코페이션으로 선율을 진행한다. 훨씬 조화된 화성을 들려준다. 리듬은 왈츠여서 기쁨은 배가된다.

제2번 Intermezzo in e minor, Andantino un poco agitato, E단조, 3/4박자, 3부 형식.
첫머리 동기는 13마디 이후에 등장하는 셋잇단음표와 적절히 구성되고 있다. 중간부는 Andantino grazioso, 3/4박자로 렌틀러 형식을 포함하고 있다. 3부 형식임에도 불구하고 변주곡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하나의 주제를 변형시키는 부분에서 미묘한 정서가 느껴진다.

제3번 Intermezzo in C major, 6/8박자.
자유로운 구성으로, 처음의 중성부 선율로 전체적인 안정감을 꾀함. 기품을 느끼게 하는 악곡이다.

제4번 Rhapsodie in E-flat major, 2/4박자.
A-B-C-B-A 형태로 구성된 곡이다. B는 다단조로 조성이 바뀌고, C는 내림 가장조의 조성이 다. 마지막 A부분은 다장조로 시작해서 내림 마장조로 조성이 변화한 뒤에 내림 마단조로 곡을 마친다. 용장하고 단호한 기분으로 시작되는 제1주제는 60 소절에 걸친 내림 마장조인데 리듬과 프레이즈에 대한 브람스의 실험적 요소가 강한 악곡이기도 하다. grazioso(귀엽게)의 제2주제는 제93소절부터 시작된다. 마지막은 내림 마단조여서 이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