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DUCTION
1. Triple Concerto for Violin, Cello & Piano in C major, Op. 56
작품의 개요 및 배경
통상 "3중 협주곡"(Triple Concerto))로 불리는 이 작품은 베토벤이 남긴 협주곡들 가운데 가장 독특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그의 다른 모든 협주곡들이 단 하나의 독주악기를 위한 것인데 비하여 이 협주곡만은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등 세 대의 독주악기를 기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고전파 시대에 유행했던 "협주 교향곡" 의 형태를 계승한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당시 유행하던 "피아노 3중주" 편성에 관현악을 결합시킨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협주곡은 베토벤의 생애에서 가장 생산적이고 진취적인 시기에 탄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작품으로서의 완성도 면에서는 같은 시기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다소 퇴보한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이 작품이 걸작으로 불리는 경우는 없으며, 진지한 베토벤 애호가들조차 이 작품에 제한적인 의미만을 부여하고 있을 따름이다.
하지만 이 협주곡 역시 베토벤의 음악이 아니면 불가능한 매력과 나름의 의미를 지닌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관현악은 베토벤다운 당당한 위풍과 힘찬 기백을 뿜어내고, 독주악기들도 화려한 명인기와 교묘한 앙상블을 뽐낸다.
특히 세 명의 뛰어난 독주자가 관현악의 적절한 지원을 받으며 연주할 경우 그 매력은 배가된다. 아마도 베토벤의 의도는 당대에 각광받았던 실내악 형식이자 자신의 작곡가로서의 본격적인 출발점이기도 했던 피아노 3중주를 관현악이라는 보다 강력한 표현 매체와 결합하는 것이었던 듯하다.
그런데 문제는 그 수법이 다분히 유희적인 차원에 머물렀다는데 있다.
즉 베토벤은 이 곡에서 주제를 치밀하게 발전시키는 대신 서정적인 선율들을 세 개의 독주악기에 골고루 나누어주고 느슨하게 반복하도록 했다.
당연히 곡은 필요 이상으로 길어졌는데, 유감스럽게도 그 선율들이 지닌 힘은 그 깊이를 온전히 지탱하기엔 조금 약했다. 아울러 세 독주악기를 관현악과 결합시키는 수법도 그리 세련되거나 혁신적이지 않고, 악상의 풍부함이나 전개의 치밀함이라는 면에서도 별로 돋보이지 않는다.
이런 약점들은 베토벤이 비슷한 시기에 작곡한 다른 작품들과 비교해보면 더욱 두드러진다.
베토벤이 이 이 협주곡을 작곡한 것은 그의 나이 30대 초반이었던 1803년에서 1804년 사이로 알려져 있는데, 당시 그는 "크로이처 소나타" 와 "피아노 협주곡 3번 C단조" 를 발표한 직후였고, "발트슈타인 소나타" 와 "영웅 교향곡" 을 작곡 중이었다. 다시 말해서 음악사에 신기원을 이룩한 혁신적이고 완성도 높은 걸작들을 속속 꺼내놓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 "3중 협주곡" 도 그러한 혁신 또는 실험의 일환이었을까? 아니면 그저 고된 작업 도중에 쉬어 가는 경유지 정도의 의미였을까?
베토벤이 이런 특이한 형태의 협주곡을 작곡하게 된 동기는 분명치 않다. 그의 비서 노릇을 했던 안톤 쉰틀러에 따르면, 애초에 이 곡의 피아노 파트는 루돌프 대공을 위해 바이올린 및 첼로 파트는 각각 게오르크 아우구스트 자이틀러와 안톤 크라프트를 염두에 두고 작곡된 것이었다고 한다.
이 가운데 루돌프 대공은 이 협주곡이 만들어지던 무렵 베토벤을 처음 만나 그에게 작곡과 피아노를 배웠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그로부터 베토벤과 대공은 신분과 나이를 초월하여 신실한 우정을 나눴다.
대공은 베토벤에게 가장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주었고, 베토벤은 대공에게 "대공 트리오", "황제 협주곡", "하머클라비어 소나타", "장엄 미사곡" 등 최고의 걸작들을 헌정했다.
루돌프 대공의 음악적 재능과 피아노 실력은 상당히 뛰어났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협주곡이 작곡될 무렵 대공의 나이는 아직 15-16세였다.
따라서 베토벤이 어린 대공의 연주력을 감안하여 이 곡의 피아노 파트를 비교적 평이하게 썼다는 가설은 메우 그럴 듯하다. 하지만 루돌프 대공이 이 곡을 연주했다는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또한 이 협주곡은 루돌프 대공이 아니라 로프코비츠 공작에게 헌정되었다.
다른 한편, 어떤 이들은 이 협주곡의 작곡 동기를 베토벤의 "프랑스에 대항 관심" 과 관련짓기도 한다.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젊은 시절 베토벤은 나폴레옹(황제 자리에 오르기 전)에게 깊이 경도되어 있었다. 또한 한때는 빈을 떠나 파리로 근거지를 옮겨 활동하려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유명한 "영웅 교향곡" 의 작곡도 원래는 그런 차원에서 이루어진 일이었다.
"3중 협주곡" 의 경우에는, 그 장르적 연원이 바로 프랑스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협주곡의 독주부에 복수의 악기를 배치하는 "협주 교향곡(symphony concertante)" 양식은 18세기 중엽 프랑스에서부터 발달하기 시작해 차츰 독일의 만하임과 본 등지로 확산되어 나갔다.
대표적인 사례로, 모차르트의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나 "플룻과 하프를 위한 협주곡" 도 그 영향권 아래에서 탄생한 작품들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베토벤의 "3중 협주곡" 은 역시 단순한 장르의 차용이나 답습에 그치지 않았다. 우선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독주부는 "협주 교향곡" 의 전통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형태이다. 이것은 역시 베토벤다운 실험정신의 발현이라고 보아줄 수 있는 부분이다.
아울러 독주부의 주도권이 "피아노 3중주" 에서 관레적인 피아노나 바이올린이 아니라 첼로에게 주어진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이 곡에서 첼로는 모든 악장의 주제 제시를 도맡는 것을 비롯하여 전곡에 걸쳐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베토벤이 이 곡을 작곡할 때 염두에 두었다는 안톤 크라프트는 하이든이 봉직했던 에스테르하지 후작의 궁정악단에서 수석 첼리스트로 활약했던 당대의 손꼽히는 명연주가였다.
정리하자면, 이 "3중 협주곡" 은 당대의 가장 대중적인 실내악
편성과 영웅적인 오케스트라의 결합을 통해서 또 하나의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고자 했던 베토벤의 실험정신의 산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비록 그 실험이 얼마만큼의 성과를 거두었느냐에 대한 평가는 따로
내려야 하겠지만 말이다.
작품의 구성 및 특징
제1악장 Allegro
협주풍의 소나타 형식으로 1악장의 각 주제들은 다양하게 변화된 모습을 선보인다. 이 과정에서 주제들은 각 협연 악기들에게 분배되고, 이 악기들은
각각의 음향적 특성이 고려되면서 오케스트라와 음악적 진행을 주고 받는다. 먼저 첼로와 더블베이스만으로 제1주제가 연주된다. 급격하게 음량이 증가되며 상승 후 다시 조용해지고 제1바이올린이 G장조로 제2주제를 노래한다. 주제는 스타카토에 의한 셋잇단음표로 반주되며 코데타로 들어간다.
순차적으로 합류하고 있는 서주(1~13마디)는 대단히 중요한 의미가 제1바이올린의 섬세한 움직임이 피아니시모로 연주되는 가운데 독주 첼로가 제1주제로 등장하며 독주 바이올린이 5도 위에서, 피아노는 원래의 조성으로 이 주제를 이어받는다.
경과부에서는 세 독주악기의 기교가 화려하게 반복되며 펼쳐진다. 투티로 일단락되고 피아노는 아르페지오로 독주되며, 독주 첼로가 제2주제를 연주한다. 독주 바이올린은 스타카토로 연주하다가 이 주제를 받는다. 다시 독주악기들의 격렬한 기교가 이어지며 일제히 트릴을 연주한 뒤 관현악의 투티에 이어 발전부로 들어간다.
독주 첼로가 제1주제를 연주하고 독주 바이올린, 피아노 순으로 주제가 연주된다. 스타카토 셋잇단음표가 세 악기로 전개되고 목관이 제1주제 동기를
노래한다. 독주악기의 움직임이 긴밀해지고 관현악만으로 힘차게 제1주제를 연주하면서 재현부로 들어간다. 재현부는 제시부처럼 독주악기군의 화려한 기교가 반복적으로 펼쳐진 후 제2주제도 C장조로 독주 첼로에 의해 재현되며 아름다운 코다로 곡을 마무리한다.
제2악장 Largo - attacca
2악장은 비교적 짧으나, 현의 도입에 이어 독주 첼로가 연주하는 명상적이고 노래하는 듯한 선율은 이 작품의 매력 포인트임이 분명하다.
이어서 피아노가 섬세한 음표의 아르페지오를 연주하기 시작하며 오보에, 바순, 현의 피치카토가 도입부 선율을 노래한다. 피아노의 아르페지오 선상에서 독주 바이올린과 독주 첼로가 앞의 주제를 변주하고 다시 최초의 도입 선율이 목관으로 나타나며 여기에 독주악기의 카덴차 풍 부분이 이어지고 곡은 그대로3악장으로
이어진다.
제3악장 Rondo alla Polacca
경쾌한 폴로네즈 풍의 악상을 도입한 것은 전체적으로 곡의 무게를 가볍게 하려는 베토벤의 의도로 파악된다. 현의 반주로 독주 첼로가 주제를 노래하고 독주 바이올린이 5도 위에서 반복하며 새로운 악상을 더해 가볍게 진행된다. 3대의 악기로 주제가 연주된 후 관현악이 투티가 되면서 바이올린이
특징적인 리듬의 새로운 악상을 제시한다. 독주악기가 빠른 악구를 연주하면 곧 독주 첼로에 G장조의 제2주제가 나타난다.
이후 독주악기는 똑같은 흐름으로 빠른 악구를 연주하고 론도 주제가 독주 첼로로 재현되고 처음 부분이 반복된 후 관현악이 포르테로 폴로네즈 리듬을 연주하며 제3주제가 독주 바이올린으로 제시된다. 이것이 첼로, 피아노 순서로 연주되고 관현악이 힘차게 세 번째 론도 주제를 제시한다. 제2주제가 앞에서와 마찬가지로 독주 첼로에 의해 C장조로 연주되고, 다시 원래의 템포와 박자로 되돌아가 독주악기군과 관현악이 격렬히 힘겨루기를 하면서 곡이 끝난다.
글 출처 : Web
2. Piano Concerto in Eb WoO4
베토벤의 피아노협주곡 E플랫장조는 베토벤이 13세 때 작곡 스승이었던 크리스티안 고틀로프 네페의 권유로 작곡한 작품. 관현악 파트가 없이 피아노 악보만 남아있었으나 20세기 들어 스위스의 음악학자 빌리 헤스가 관현악 악보를 완성한 뒤 ‘0번’이라는 별칭이 붙여졌다. 이후 베토벤의 협주곡 중 하나로 인정받았지만 오랫동안 연주되지 못한 채 다시금 잊혀져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