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
소박하면서도 고뇌에 찬 천재인 프랑크는 그의 생애를 통해 단 한 곡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남기고 있으나, 오늘날 모든 바이올린 곡 중에서도 단연 최고의 하나로 손꼽히는 명작으로 군림한다.
곡은 1886년 프랑크 나이 64세 때에 작곡되었다. 그러나 곡이 일려진 것은 1890년인 프랑크가 죽은 해에 주목받게 되었으며 당대에는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였다.
이렇듯 프랑크의 실내악이 당시에 관심을 끌지 못하였던 것은 당시의 악풍이 가벼운 쌀롱풍의 음악, 가벼운 오페라 코미크(Opera comique), 호화찬란한 그랜드 오페라(grand opera)가 한창 유행하던 시절이라 독일 고전 음악의 지적인 구성력을 갖고 그 위에 프랑스적 전통의 감성을 가진 지극히 순도 높은 추상적인 음악을 추구한 그의 작품은 외면당했던 것이다.
이에 프랑크는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묵묵히 시류에 반항해 나가면서 이성적 냉철함과 내면적인 강한 정열을 이 작품에 그대로 투영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것이 곡에서 즉흥적인 정신의 유동성으로 나타나게 되는데 이것은 하나의 완성된 양식이라고 할 만한 것이다. 1915년 드뷔시가 이런 양식인 소위 바이올린 소나타를 포함한 여러 가지 악기를 위한 ‘6개의 소나타’의 작곡에 손을 대기까지는 이런 새로운 수법은 나오지 못했던 것이다.
곡의 헌정은 동향이자 프랑크와 친분을 유지한 당대 대바이올리니스트인 이자이(Eugéne Ysaÿe, 1858~1931, 벨기에)에게 되었으며 초연은 1886년 이자이의 바이올린과 그의 부인 보르데-펜의 피아노에 의해 브뤼셀에서 거행되었다. 보르데-펜 역시 명피아니스트로 댕디의 <프랑스 산사람 노래에 의한 교향곡>의 헌정자이자 초연자이며 프랑크의 피아노곡인 <Prélude, Aria et Final>도 그녀에게 헌정된 곡이다.
당시 1886년 9월 26일 이자이는 보르덴 펜과 결혼을 하였고 프랑크는 이 결혼을 축하하며 곡을 헌정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이자이도 “지금껏 이렇게 놀라운 결혼 선물을 받아본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하며 매우 기뻐했다고 한다.
곡은 모두 4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프랑크 음악이 늘 그러하듯이 순환형식에 의하고 있다. 조용히 시작되는 1악장(allegretto)은 꿈꾸는 듯한 상쾌함과 환상적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2악장 알레그로는 절박한 열기 속에서 변함없는 고독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또한 정열적이고 힘차다. 3악장 레치타티보 환타지는 종래의 바이올린 소나타에서는 볼 수 없는 지극히 독창적인 자유로운 선율이 매우 감명적이다. 4악장은 이 곡의 백미로 마치 해빙을 맞이하는 청량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일체의 허식을 배제한 진솔한 음악적 감흥이 매우 인상적이다.
곡상은 금욕적인 분위기와 자유로운 즉흥성, 그리고 지적인 구성미와 균형이 멋진 조화를 이룬 프랑스적인 독특한 채취가 묻어나는 열정적인 작품이다. 또한 노년의 자취는 찾을 길 없는 신선하고 젊음이 넘치는 친근감으로 듣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한마디로 브람스나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에 견줄 만한 걸출한 작품으로 프랑크를 대표하는 최고 걸작이라 하겠다.
출처 : 불후의 클래식(허재, 책과음악)